[데일리메디 이슬비 기자] “의대생들은 공부만 하다 보니 세상을 경험할 기회가 적고 병원 외 사회경험을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의사 외길이 당연하다' 인식하고, 대개 안정된 진로를 보장하니 그 생각은 강해진다. 의대생들이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천착이 필요하다.”
‘의사 외길’을 택하지 않은 의료계 청년이 있다. 구독자 약 14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의대생TV’ 대표이자 메이퓨어 피부과 박동호 원장(제로헬스 공동대표)이다.
1995년생인 그는 울산대 의대 본과 3학년이던 2018년, 의대생TV를 개설해 학업과 유튜브 활동을 병행했다.
이후 2020년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을 수료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가정의학과 전공의로 본격적인 의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고심 끝에 약 4개월 만에 '중도 사직'이라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몸무게가 50kg까지 빠지고, 하루 2끼도 챙겨먹지 못할 만큼 바빠 건강이 악화된 것도 이유였지만 박동호 대표는 예전부터 갖고 있던 스타트업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기로 했다.
그는 “정말 힘들게 들어간 병원이고, 다른 길을 선택하면 잃는 게 많다는 것도 알았지만 스타트업의 꿈을 품고 있는 27살 청춘이었다. 시간이 더 흐르면 에너지를 잃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임상의사로서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모험에 성공한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며 “100번 고민한 결과 늘 답은 같았기에 사직을 결정했다"며 후회 없는 모습을 보였다.
보수적 분위기 타파, 의대생 진솔한 삶 조명
인지도를 높이고 주로 젊은세대와의 소통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인플루언서·연예인·기업·정치인·일반인 뿐 아니라 최근에는 의료계 인사들까지 유튜브에 진출하고 있다. 의대생TV는 최초로 개설된 의대생 유튜브 채널이다.
의대생들이 출연하고, 크루들이 연출·번역 등 모든 과정을 도맡아 한다. 원래 미디어에 관심이 많았던 박동호 대표는 의대생들의 소통 창구를 만들기 위해 도전했다.
그는 “텍스트 기반의 페이스북에서 이미지 기반의 인스타그램, 이후 영상 기반의 유튜브 등으로 흐름이 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다소 보수적인 성향이 있어 당시 영상을 시도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의사 진로에 대한 얘기는 친한 선배와의 술자리에서 들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좁은 강의실에 갇혀 족보만 외우는 의대생들의 삶도 아까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의대생들은 모범적이라는 편견이 있다. 이러한 시선을 깨보고 싶었다”며 “실제 많은 수험생들과 의대생들이 우리 채널을 보고 희망과 위안, 정보를 얻는 것을 보니 우리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자신했다.
새로운 시도인 만큼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었다. 개설 당시 “그렇게 관심 받고 싶냐”는 비아냥도 많이 들었지만, 뚝심 있게 버텨온 박 대표는 채널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 중이라고 느끼고 있다.
박 대표는 “우리 채널은 자극적인 콘텐츠로 조회수를 확보하는 곳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와 도움이 되는 영상을 올리는 곳이라는 가치관을 지니고 성장해왔다”고 전했다.
채널 개설 약 1년 6개월 만에 구독자 10만명을 달성해 ‘실버버튼’을 받고, 의대생 관련 타 채널들까지 연이어 등장할 정도로 치솟는 인기를 실감하는 박 대표는 채널 운영에 있어 고민이 깊다.
그는 “의대생TV가 의대생 공식 채널은 아니지만 전국 여러 의대생들이 나오다 보니 대표적 채널이 됐다”며 “오해를 살만한 말을 했다가 의료계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어 항상 조심하려 한다”고 털어놨다.
콘텐츠로 승부하는 플랫폼이니만큼 아이템 선정도 신경써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타 분야 유튜브와 달리 의사로서의 직업적 윤리의식을 인지해야 한다”며 “생생한 정보 전달을 위해 병원 이야기를 해도 좋겠지만 그것은 환자 개인정보 보호 및 윤리의식 준수를 위해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 현안에 대해 의대생으로서의 목소리를 전하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실제 2020년 전공의 파업 당시 의료계가 국민들 비난을 받으며 의대생TV 뿐 아니라 의료계 유튜버들이 입장발표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그는 “당시 유튜버들은 양쪽의 비판을 모두 들으며 난처해졌다”며 “우리 채널은 처음으로 전공의 파업 및 공공의대 등에 대한 사안을 중립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영상을 제작해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격려와 비판이 이어졌지만 남들보다 앞서 용기를 냈다는 점에서 뿌듯하다”며 “우리가 다룰 만한 의료계 현안이 있다면 다루고 싶다. 그것이 의대생 TV가 만들어진 이유다”고 덧붙였다.
스타트업 제로헬스 창업 후 대표이자 피부과 의원 원장으로도 근무
박 대표는 유튜브 운영자로서의 삶 외에도 기업인·의사로서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7월 스타트업 제로헬스를 창업하고 공동대표로 재직 중이다. 병원 근무 당시 느꼈던 환자들의 수요를 바탕으로 미디어와 헬스케어를 접목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개원가에서도 활동 중이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메이퓨어 피부과의원 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과거 피부미용을 하는 의사를 돈만 보는 의사라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지만 로컬에서는 피부미용하는 의사가 상당히 많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괴리가 심하지만 학교와 병원에서 이를 알려주지 않아 직접 알아보고 싶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특히 “생명과 관련된 일은 아니지만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고, 피부미용 면에서 고객 수요 및 미용적 불편감을 해소해줄 수 있으니 의사로서의 본질은 평행하다”고 말했다.
또 “먼 훗날 어떤 의사로서 일할지는 모르겠으나 현재 피부과 일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며 “물론 그 때도 의사로서만 살지는 않을 것 같다. 의사는 나의 여러 직업 중 하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