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당혹스러웠다. 갑작스런 난제(難題)는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청사진을 펼쳐 볼 겨를도 허락지 않았다. 취임 후 한 달여 만에 마주한 신종 감염병. 반평생을 의업(醫業)에 매진했던 그에게도, 반세기 넘는 세월동안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왔던 병원에게도 생소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한숨만 내쉬고 있을 수는 없었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감염병과의 일전에 돌입했고, 그렇게 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구상했던 조직발전 전략을 마냥 묵히고 싶지는 않았다. 천착을 거듭하며 조심스레 전략을 수행해 나갔고, 사상 초유의 감염병 사태 속에서도 초일류 의료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한 디딤돌을 차근차근 다질 수 있었다. 온화한 성품과 예리한 혜안을 겸비한 덕장(德將)이자 지장(智將)으로 평가받는 충남대학교병원 윤환중 병원장. 예기치 않은 상황에도 굳건한 경영철학으로 당당히 난국을 타개 중인 그는 충남대병원의 퀀텀 점프를 확신했다.
세종분원 개원‧교육센터 유치 등 값진 성과
감염병과의 분투 속에서도 충남대병원은 선 굵은 행보를 이어왔다. 그 중에서도 세종충남대병원 개원은 조직은 물론 윤환중 병원장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
조직 입장에서는 50년 역사의 첫 분원이다. 그동안 충남 도내 여러 기초단체에서 충남대병원의 분원 유치를 희망했지만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서울대병원에 이은 경북대병원과 경상대병원 등 국립대병원들의 잇단 분원 설립에 충남대병원 역시 미뤄왔던 결단을 내렸다.
총공사비 2700억이 투입된 개원 이래 최대 규모의 사업인 만큼 우려도 많았지만 급격한 병원환경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순응을 택했다.
윤환중 병원장에게도 세종충남대병원은 남다른 의미다. 개원준비단장으로 분원 설립을 주도했던 만큼 애착이 여전하다.
더욱이 본인이 뼈대를 세웠던 세종충남대병원 개원을 본원 병원장으로 지켜보는 심정은 ‘감개무량(感慨無量)’의 벅참 그 이상이었다.
우려와 기대 속에 2020년 9월 개원한 세종충남대병원은 5개월 만에 1일 외래환자 1000명을 넘기며 가능성을 입증했고, 이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아직 1년 6개월 남짓 된 신생병원인 만큼 본원에서 여전히 재정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완연한 재정자립을 이룰 것으로 윤 병원장은 내다봤다.
윤환중 병원장은 “코로나19라는 힘든 여건 속에서도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최고의 병원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상교육훈련센터 유치 역시 값진 성과물이다.
충남대병원은 지난해 5월 교육부로부터 ‘임상교육훈련센터’에 선정됐다. 공공의료 확충 일환인 이 센터는 의사와 간호사 등 지역 내 의료인력에 대한 의료술기 교육 및 훈련 제공한다.
무려 25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전국 10개 국립대병원이 경쟁을 벌였고, 충남대병원이 당당히 잭팟의 주인공이 됐다.
현재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센터가 개소하면 공공 의료인력 역량 강화를 위해 모의실습 중심의 체계적인 임상교육이 제공될 예정이다.
윤환중 병원장은 “가상현실기술을 활용해 술기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며 “미래 의료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임상교수 20% 이상 창업 목표 등 산업화 관심”
윤환중 병원장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가 바로 ‘산업화’다.
임상에 기반한 의료산업화야 말로 초일류 의료기관으로의 도약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라는 판단이다.
일각에서 지적하는 영리 목적의 의료산업화와는 격(格)이 다른 시각이다. 보다 나은 치료방법을 개발하고, 보다 나은 진료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의 접근이다.
의술을 통한 치료라는 일차원적 개념을 넘어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이라는 이차원적 개념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견해다.
윤환중 병원장은 “진료현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혁신적 약물과 의료기기 등을 발굴하면 그만큼 환자들의 치료기회를 높일 수 있다”고 설파했다.
이어 “혁신 기술 개발로 수익이 발생하면 병원은 재투자를 통해 환자와 의사에게 상질의 진료환경을 제공하는 선순환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일찍이 그 가능성에 주목한 윤환중 병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실행에 들어갔다. 우선 의료진의 참여 독려를 위해 기존에 4억원 규모이던 연구비를 13억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뿐만 아니라 대덕연구단지 등 연구기관이 즐비한 대전지역의 특수성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관계기관장들을 일일이 만나 네트워크를 다졌다.
병원 중심의 바이오헬스케어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서는 산‧학‧연‧병이 합심해 의료산업을 육성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라는 판단이었다.
공동연구를 희망하는 연구자 간 교류 모임을 갖고 기업체 소개의 바이오헬스케어 포럼을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인프라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윤환중 병원장은 “병원 중심의 의료산업화를 위해서는 의사들의 참여가 절대적”이라며 “임상교수 20% 이상을 창업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가 지향하는 의료산업화의 주체는 비단 의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환자와 가장 근거리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는 물론 의료기사, 행정직에 이르기까지 전직원이 대상이다.
실제 윤 병원장은 일선 현장에서 착안한 간호사들의 아이디어가 산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별도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전직원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종사자 모두가 의료산업화 주체가 될 수 있는 풍토 조성에 힘쓰고 있다.
“꿈은 원대하게! 세계 의료 중심 지향!”
2022년 개원 50주년을 맞이하는 충남대병원은 이제 ‘국내 최초’, ‘국내 최고’라는 수식어가 새삼스럽지 않을 정도로 각 분야에서 ‘1등’을 인정받고 있다.
1972년 충남도립의료원을 모태로 지역의료와 의학교육에 뿌리를 내린지 50년이 흘렀고, 지난 반세기 동안 충남대병원은 중부권을 대표하는 거점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규모만 놓고 보더라도 개원 당시 16개 진료과, 132병상에서 50년이 지난 현재 25개 진료과, 1400병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너무나 급격한 의료환경 변화와 날로 혹독해지는 경영환경은 향후 50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어렵게 하고 있다.
윤환중 병원장 역시 매서운 환경 변화를 체감 중이다. 더욱이 ‘공공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하는 작금의 국립대병원 현실은 조직을 이끄는 수장에게 여간 부담이 아니다.
우선 공공성과 관련해서는 전폭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가 차원에서 제대로된 공공의료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는 견해다.
그는 “국립대병원의 공공의료 수행은 지극히 당연한 책무이지만 운영에 대한 고민이 수반되는 현 구조에서는 고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윤환중 병원장은 충남대병원의 지향점 설정에 망설임이 없었다. 지난 50년의 성장을 기반으로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적인 병원으로 도약해야 한다는 의지다.
△지속적인 투자 △환자 눈높이에 맞는 진료시스템 구현 △연구 및 헬스케어 산업화 △수준 높은 교육 △공공병원 역할 강화 등 그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도 명료하게 제시했다.
그는 “앞으로 펼쳐질 50년은 환자의 신뢰를 기반으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의료의 중심이 되는 병원으로 우뚝 서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윤환중 병원장은 1988년 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2005년부터 충남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로 재직했다.
이후 충남대병원 의료정보센터장·임상시험센터장·기획조정실장, 충남대학교 학생부처장, 세종충남대병원 개원준비단장을 거쳐 지난 2019년 11월부터 병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