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대학 입시 시즌이면 늘 회자되는 ‘SKY’. 모든 수험생과 학부모가 갈망하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는 커트라인 만큼이나 국내 입시시장에서 갖는 의미와 위상은 절대적이다. 이들 3개 대학 모두 의과대학 부속 대학병원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큼은 ‘SKY’란 용어가 통용되지 않았다. 서울대와 연세대의 유구한 의과대학 역사 대비 후발주자인 고려대가 열세라는 평(評)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고대의료원의 행보가 심상찮다. 진료, 연구, 교육 등 3대 축이 유기적으로 돌아가며 상당한 시너지를 뿜어내는 중이다. 그 격변기에 맏형인 고대안암병원을 맡게 된 윤을식 신임 병원장의 책임감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그는 “입시에서의 SKY처럼 병원에서도 SKY가 되고자 한다”는 짧고 굵은 취임 일성을 전했다.
“진정한 환자 중심, 초협진 진료‧디지털 헬스”
윤을식 고대안암병원장은 환자가 중심이 되는 초일류 병원으로의 도약을 위한 기틀 구축을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그 첫걸음은 ‘초협진 진료’다. 이는 기존의 다학제 진료를 한 단계 진화시킨 새로운 개념의 진료방식이다. 진단과 치료는 물론 퇴원 후 관리까지 전과정을 아우르는 진료체계다.
윤을식 병원장은 “각 전문과목 의료진의 협진은 물론 치료 이후 사후관리 등 환자 편의를 극대화시킨 초협진 진료는 진정한 의미에서 환자 중심 의료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안암병원은 이미 국제진료센터 외국인 환자 치료를 통해 초협진 진료체계를 정립해 왔다. 신속한 의사결정, 환자 내원횟수 감소, 검사 대기시간 최소화 등 장점들도 검증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을 확대시켜 미래의학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고대안암병원의 행보다. 여기에는 철저히 환자를 위해, 환자를 중심에 두는 진료철학이 투영돼 있다.
진료는 관련 정보를 모바일 앱으로 제공해 환자 편의를 증대할 예정이다. 또 환자 중심 메신저 구현으로 의사소통 편의성 및 신속성을 향상시킨다는 복안이다.
여기에 인공지능 기반의 근무표 작성 자동화를 통해 최적의 근무시스템을 도출하고, 수액 투여 관리 및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환자 안전관리 강화도 모색할 수 있다.
모바일 차트를 통해 의료진 편의를 높여 환자에게 집중할 시간을 대폭 늘리는 것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의 한 축이다.
이 외에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을 통해 의무기록 정확도를 강화하고 인력 및 자원 운영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의료진 간 수술 진행현황도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윤을식 병원장은 “디지털 헬스케어는 의료의 질, 환자 편의성 제고 등 다양한 장점을 발현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외과 허브 도약, 4차산업 시대 미래병원 모델 제시”
초협진 진료와 더불어 윤을식 병원장이 추진하고 싶은 최대 과업은 ‘글로벌 외과 허브로의 도약’이다.
외과 집중 육성을 통해 외국에서도 찾는 수준 높은 병원이자 타 대학병원에서도 포기한 난치성 수술을 의뢰받아 성공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실질적인 4차 병원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이러한 로드맵 설정에는 오랜기간 느껴왔던 외과 홀대에 대한 아쉬움이 작용했다. 단순히 본인이 담당하는 성형외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그는 “일반외과, 흉부외과 등 생명과 직결된 외과계열에 인력, 장비 등의 지원과 투자가 늘 아쉬웠다”며 “수익성과 무관하게 이들 진료과를 활성화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대장암 등 일부 외과 분야는 세계 정상급 술기를 자랑한다. 해외에서 환자는 물론 의사들도 찾을 정도의 명성이다.
윤을식 병원장은 “안암병원이 유독 외과가 약하다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수 많은 해외환자들이 장기이식과 암수술을 받기 위해 찾을 정도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들에게 안전하면서도 효과적인 수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세계적인 외과병원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로봇수술 역시 외과 활성화의 중요한 축이다.
안암병원은 ‘로봇수술인증시스템’을 통한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한편 세계 로봇수술 최신 트렌드를 신속하게 수용하고 있다.
그는 “상급종합병원 위상에 맞는 고난도 수술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라며 “글로벌 외과 영역을 선도하고 첨단 수술 분야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장시켜 나가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첨단기술 기반 맞춤형 의료서비스 확대”
정밀의료 기반의 맞춤형 의료서비스 역시 윤을식 병원장의 지향점이다.
고대안암병원은 올해 초 클라우드 기반의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P-HIS)으로 전면 전환했다. 기존 시스템을 종료하고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적용, 완전한 새시작을 알렸다.
P-HIS는 개인 건강정보의 대용량화, 표준화된 의료정보 체계를 통해 정밀의료 데이터 확보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클라우드 기반으로 개발됐다.
국내 상급종합병원에 적용한 것은 안암병원이 최초다. 환자에게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치료를 넘어 예방이 가능하고, 연구자에게는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공유한다.
안암병원은 정밀의료에 기반을 둔 디지털 헬스케어의 현실화를 이뤄가는 중이다. 암은 물론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 등에 정밀의료를 적용한다.
윤을식 병원장은 “정밀의료 플랫폼 활용도는 무한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P-HIS 운영이 본궤도에 오르면 더욱 정밀하고 진일보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료와 함께 연구 영역에서도 퀀텀점프를 예고했다. 그동안 이뤄놓은 성과를 기반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의료를 선도할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한다는 복안이다.
실제 고대안암병원은 연구비 수주, 기술사업화 부분에서 국내 10개 연구중심병원 중에서도 두드러진 실적을 거뒀다.
특히 2017년 2개의 국가기반 전략 정밀의료사업인 ‘암 정밀 진단치료법 개발 사업단’과 ‘정밀의료 병원정보시스템 개발 사업단’을 모두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최근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국가감염병 임상시험센터로 지정받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수행을 지원하고 있다.
윤을식 병원장은 “의학과 공학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시너지를 이뤄 끊임없이 진화하는 미래병원 모델이자 4차산업 메카로 자리매김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