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4주기 평가 인증, 의무 아닌 자율”
손덕현 대한요양병원협회장
2021.03.24 05:10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그야말로 고행의 시간이었다. ‘준비된 회장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의욕적으로 회무를 시작했지만 예기치 못했던 난제들이 임기 내내 즐비하게 전개됐다. 취임 직후 전국 16개 권역을 순회하며 개최한 정책설명회는 현장과 소통하기 위한 의지의 발로였다. 하지만 김포요양병원 화재를 시작으로 정부의 각종 규제 정책이 이어지면서 험난한 세월을 보내야 했다. 특히 2년 임기 중 절반을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며 당초 계획했던 여러 제도적 개선 성과 도출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오는 3월 26일 역대급으로 힘겨웠던 임기를 마치는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의 소회는 만감(萬感)’ 그 자체였다.
 
풀지 못한 숙제 당직의료인 기준
 
모든 현안을 해결하고 물러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쉬움은 어쩔 수 없다.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 떠나는 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23일 기자들과 만난 손덕현 회장은 이임을 앞둔 심정을 담담하게 전했다. 그 누구보다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할 수 있기에 홀가분해야 하지만 떠나는 그는 아쉬움을 먼저 얘기했다.
 
손 회장은 취임 직후 회원 권익보장과 서비스 질 향상 지역조직 활성화 및 1000개 회원 확보 근거중심 자료를 통한 정책 제안 자정활동 통한 국민 인식 개선 위원회 중심의 협회 운영 등 5대 정책목표를 제시했다.
 
이 목표들을 이루기 위해 그는 부단히 노력했다. 550개였던 회원병원 수를 700개로 늘렸고, 보안인력 의무화 제외, 감염관리료 신설 등 회원병원 권익도 한층 상향시켰다.
 
특히 3주기에 걸쳐 시행된 의료기관평가 의무 인증을 오는 4주기부터는 자율인증으로 전환하는 것에 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하며 제도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물론 최종 매듭까지 짓지는 못했지만 차기 집행부에서는 의무 인증이라는 족쇄를 풀고 자율 인증으로의 전환을 확신했다.
 
정부와 수시로 대화 채널을 운영하며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하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모든 의원들과 진행했던 면담이 결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잖다. 손덕현 회장은 절실했던 당직의료인 기준 개선의 마침표를 찍지 못한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약 1호였고, 임기 동안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코로나19로 정책 우선 순위에 밀리면서 끝내 해결하지 못해 아쉽다고 토로했다.
 
당직의료인 기준은 의사의 경우 병원은 입원환자 200명당 1, 요양병원 300명당 1명이다. 요양병원 기준을 병원보다 완화한 것은 야간 시간대 응급상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직간호사의 요양병원 인력기준은 급성기병원보다 더 엄격하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병원의 당직간호사 인력기준은 입원환자 200명 당 2(100:1)이지만 요양병원은 160명 당 2(80:1)이다.
 
협회는 병원과 같은 비율로 당직의사와 당직간호사 기준을 개선을 줄곧 요구했다. 야간시간대 응급상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만큼 기준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현행 당직의료인 기준은 요양병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조만간 전향적인 제도 개선을 전망했다.
 
손덕현 회장은 현재 복지부와 당직 간호사 기준 완화, 인증 필수항목인 당직의료인 법적기준 완화 등을 협의 중이라며 조만간 개선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존엄케어, 힘들지만 반드시 가야할 길
 
그가 취임 일성으로 언급한 존엄케어 확산에도 아쉬움이 크다.
 
손 회장은 존엄케어는 환자들이 존중받으며 건강하고 안정된 병원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노인인권 신장을 위한 존엄케어 선포식을 개최하고 요양병원 노인권리 선언문을 채택하며 심혈을 기울였지만 결코 녹록치 않은 지향점이기에 욕심만큼 확산시키기는 어려웠다.
 
그는 관련 수가 부재에서 원인을 찾았다. 존엄케어를 위해서는 진료현장에서 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기전이 부족해 확산에 한계에 있었다는 분석이다.
 
손덕현 회장은 그동안 나름 열심히 존엄케어의 필요성과 방법 등을 알렸지만 실제 진료현장에서는 저변화 되지 못했다제도적 연계가 절실하다고 설파했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할 말이 많았다. 임기의 절반을 집어삼킨 악재였고, 요양병원이 집단감염의 진원지로 지목 받으면서 홍역을 치러야 했지만 나름 잘 대처했다고 자평했다.
 
실제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지난해 1월 코로나19 사태가 촉발된 직후 대응본부를 꾸려 가이드라인과 매뉴얼을 제작, 전국 요양병원에 배포했다.
 
이와 함께 요양병원 현장의 문제점을 중수본이나 방역당국에 건의해 코호트 격리, 비접촉 면회를 개선시켰고, 거점 코로나19 요양병원 지정을 이끌어 냈다.
 
이 같은 체계적 대응의 기저에는 혹독한 예방주사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2월 손덕현 회장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에 확진자가 발생했다.
 
현직 요양병원협회 회장 병원에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그는 냉철한 판단으로 격리 조치와 자체 역학조사를 통한 추가 감염 차단에 나섰다.
 
특히 자비를 들여 직원 및 환자 전수검사를 실시하는 기지를 발휘해 추가 감염자 없이 무사하게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손덕현 회장은 코로나19 사태를 직접 겪으면서 신속하고 체계적 대응의 중요성을 체감했고, 그 아픈 경험을 토대로 회원병원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요양병원 백서를 출판해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요양병원을 만들기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퇴임 이후에는 임기 동안 못다 이룬 존엄케어문화 확산에 남은 열정을 쏟을 예정이다.
 
손덕현 회장은 앞으로 존엄케어를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노인의료와 복지 복합체를 구성해 노인에 대한 통합돌봄 모델을 구축하는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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