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권순영 회장(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이비인후과)은 울분을 토했다. 진료과 간 영역다툼 차원을 넘어 이비인후과 의사들의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우려였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갑상선암 수술이 대표적이다. 과거 이비인후과 고유영역이던 갑상선암 수술은 어느 덧 외과와의 교집합 영역으로 변화했다.
그렇다고 외과 영역침범에 딴지를 걸 마음은 추호도 없다. ‘GS(General Surgery)’라는 명칭이 상징하듯 일반외과 수술 영역을 논(論)하는 것은 무의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만 답답한 부분은 ‘형평성’이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외과 전문의가 동일한 갑상선암 수술을 하더라도 책정되는 수가는 확연히 다르다.
외과에 적용되는 특별가산 탓이다. 전공의 지원율 확대 및 전문의 확보를 목적으로 지난 2009년부터 시행된 외과 및 흉부외과 수가가산 제도에 대한 불만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같은 수술을 하더라도 수가가산 대상인 외과가 수행하길 바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비인후과 입장에서는 결코 달가울리 없다.
그렇다고 이비인후과에서 갑상선암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증도가 높거나 정교함이 필요한 수술은 늘 이비인후과 의사들 몫이다. 그만큼 전문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무리 고난도 수술을 하더라도 보상체계는 30% 가산이 붙는 외과와 비견할 바가 못된다. 이비인후과 의사들 입장에서는 가슴을 칠 노릇이다.
권순영 회장은 “임기 동안 불합리한 수가구조 개선에 사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이는 비용 문제가 아닌 두경부외과 의사들의 자존심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수술 다른 수가 등 바로 잡고, 질환 잘 몰라 못오는 환자들 인식 개선 시급”
“코로나19 시대 장기화 불구 학술 활동 차질 없을 것”
‘두경부암(頭頸部癌)’에 대한 인식 부재 역시 신임 회장으로써 풀어야 할 과제다.
코, 입, 안면, 목구멍 등에 발생한 암을 통칭하는 ‘두경부암’은 일반인은 물론 의사들 사이에서도 인식율이 낮은 실정이다.
이러한 인식 부재이 대표적 폐해는 구강암 환자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구강이나 침샘 등에 발생하는 암 치료를 치과에서 시작하려는 환자가 부지기수다.
권순영 회장은 “물론 치과에도 종양을 다루는 구강악안면외과가 있지만 비전공자에게 치료를 받을 경우 최적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시기를 놓쳐 치료 불가 상태로 내원하는 환자가 적잖다”며 “두경부암에 대한 인식 부재는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학회 차원에서도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두경부암에 대한 인식 제고 정책을 전개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코로나19에 따른 제한된 상황에서의 학술활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회원들의 학술 요구도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지난 1년 동안 비대면 방식의 학술활동에 익숙해진 만큼 정기적인 학술대회는 온라인으로 대체하는 대신 각 분과별 소규모 모임을 활성화 시킨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수평적으로 펼쳐져 있던 이사회 조직을 수직적으로 단순화시켜 각 상임이사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했다.
각자 맡은 분야에서 위원회를 구성하고 창의적인 사업을 기획, 시행함으로써 대면 기회가 줄어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보다 효율적인 회무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권순영 회장은 “학회의 최대 강점인 끈끈한 결속력을 다질 오프라인 행사가 제한되는 부분은 너무 아쉽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회원 간의 유대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늘 오고 싶고, 오면 위로 받을 수 있는 안식처 같은 학회가 되고자 한다”며 “특히 두경부외과 의사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임기 동안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91년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권순영 교수는 2001년부터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이비인후과학교실 교수로 재직하며 의료진 양성과 환자 치료에 매진해 왔다.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총무이사 및 후두암 진료위원장과 갑상선위원회 위원장,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대외공보이사, 대한두경부종양학회 총무이사를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