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정부가 하반기 실시를 예고한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의약계는 "진찰료 개념인 한방 의료행위에 과한 수가가 책정됐다"며 반대입장을 견지했다. 이에 한의계는 "오히려 관행수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며 반박했다.
한의계 내부적으로도 반대여론이 있었던 첩약 급여 시범사업에 대해 대한한의사협회는 전회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9일 열린 건정심 소위에서 첩약 급여 시범사업과 관련해 구체적인 정부안을 공개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3년 간 3단계에 걸친 시범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급여 대상은 앞서 발표된 정부안에 담긴 5개 질환 중 ▲월경통 ▲소아 알러지 비염 ▲노인 뇌혈관질환 후유증 등 3개 질환에 우선 실시하기로 했다.
수가는 첩약 한제(10일분)당 최대 15만7170원이 제안됐다.
진단 및 처방료 3~4만원, 조제료 4~5만원, 약제비 4~5만원 등이 포함됐으며, 상병별 약재비 상한 금액에 따라 다르게 책정된다. 시범사업에는 투입되는 건강보험 재정은 5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제안된 수가를 두고 각 직역단체는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
한의학에서 기본 진찰료와 유사한 ‘심층 변증 방제료’가 4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는데, 의협과 약사회는 "과한 수가다. 수용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의협은 그러나 정부가 제안한 수가는 현재 관행수가의 60~70% 수준으로 결코 과하지 않다며 맞섰다.
결국 이날 소위에서 각 단체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논의는 다음 회의로 이어지게 됐다. 입장 차가 극명한 상황에서 정부는 연내 시범사업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소위에서 일부 의견차가 있었지만 차후 논의를 거쳐 의견 수렴을 하고 빠르면 이달 중으로 건정심에 올릴 계획이다”며 “시범사업 추진 자체에는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실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한의협은 전회원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최혁용 한의협 회장은 건정심 소위가 끝난 직후 담화문을 통해 “건정심 소위에서 복지부의 시범사업안이 확인됐다”며 “약속한 바대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진행 여부에 대한 회원들의 뜻을 묻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일부 한의사들은 첩약 급여 시범사업 반대 입장을 보였다. 급여화로 책정된 수가가 실제 한의원에서 처방되는 첩약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현재 준비단계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한의계 내부 우려와 반대 목소리도 있었고, 외부에서는 약사회와 한약사회, 의사협회가 끊임없이 반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범사업안이 최종 결과는 아니다. 앞으로 대상질환을 확대하고 처방 일수를 늘려나가야 한다"며 "차츰 영역을 넓혀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의사의 미래를 위해 현명한 선택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회원 찬반투표 결과 반대 입장이 우세하면 한의협은 더 이상 시범사업을 추진하지 않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