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고재우 기자] 원격의료를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 간 전운(戰雲)이 짙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비대면 의료분야 육성을 직접 밝힌데 이어 여당이 총선에서 압승, 주요 정책에 힘이 실릴 동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정부의 원격의료 한시 허용을 목도하면서도 ‘원칙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돌아가는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비대면 의료서비스, 재택근무, 원격교육 등 디지털 기반의 비대면 사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이미 비대면 산업의 발전 가능성에서 세계를 선도해 나갈 역량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월 24일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 42개 중 50% 21개, 종합병원·병원 169개 중 94%(56%), 의원급 의료기관 707개 중 508개(72%)에서 전화상담 및 처방을 시행 또는 시행 예정중이다.
현재 빅5병원을 비롯해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재진환자 및 만성질환자 등을 중심으로 일 평균 200건의 전화 상담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면서 원격의료 드라이브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원격의료가 제주도 영리병원 등 의료영리화와 연결돼 언급되는 데에 상당한 경계감을 표출하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한 바 있다.
올해 데일리메디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민주당 기동민 의원(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원장)은 “지금은 원격의료가 가진 과잉 희망과 피해의식 두 가지 모두를 견제할 필요가 있다”며 “과잉 희망은 원격의료 도입 시 국민 삶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과도한 환상, 과잉 피해의식은 원격의료가 제한적으로 도입되더라도 결국 의료 공공성을 해치고 의료영리화로 급격히 진행될 것이라는 우려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문 대통령 비대면 의료육성 방침과 더불어 총선에서의 압승이 여당으로 하여금 원격의료 시행 명분과 실리 모두를 보장해준 셈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의협은 원격의료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시해 왔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정부가 한시적으로 전화상담 및 처방을 허용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별 병원의 입장에 맡겨 왔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13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전화진료가 일시적으로 허용됐는데 의협은 원칙적으로 원격진료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개원가·병원·의료기관 등 상황에 따라 개별 판단에 맡겼다”며 “코로나19 비상사태에 처했다고 해서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는 환자 진료 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직업적 책무가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면진료가 원칙”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를 적극 육성하려는 정부와 대면진료를 기본으로 하는 의료계 간 충돌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