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올해 만큼은 다르리라’를 외쳤건만 ‘올해도 역시나’였다. 전공의를 ‘모시기’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던 병원들이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난 뒤 터져 나온 탄식이다.
2012년도 전공의 모집 결과 서울아산병원을 비롯한 강남세브란스병원 등만이 100% 충원율을 보였을 뿐 나머지 대부분 병원들이 미달사태에서 비켜나지 못했다.
매년 의사국시 합격자 대비 인턴정원이 많고, 인턴보다는 레지던트 정원이 여유롭기 때문이다. 일선 수련병원들이 ‘사활’을 걸고 전공의 모집에 나서라도 불발에 그치는 이유다.
실제 2011년 의사국시 합격자는 3095명에 불과했지만 2012년 인턴정원은 3806명에 달한다. 결국 의사국시 합격자 모두가 인턴에 지원해도 711명은 미달될 수밖에 없다.
레지던트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1년도 인턴정원은 3877명. 하지만 2012년도 레지던트 정원은 이 보다 80명 많은 3957명. 배출되는 인턴 모두가 레지던트에 흡수된다고 해도 정원을 채울 수 없다.
여기에 서울이냐 지방이냐, 인기과인지 비인기과인지에 따라 병원들의 표정도 천양지차다. 대개 이를 기준으로 단순한 미달이 아니라 지원자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냉혹한 현 세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우선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는 더욱 극명해졌다. 서울 소재 수련병원 대부분이 정원을 확보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방대병원의 현실을 참담했다. 데일리메디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원대병원(0.68:1), 경상대병원(0.79:1), 부산대병원(0.94:1) 등과 같이 지방국립대병원은 물론 계명대동산병원(0.80:1), 영남대의료원(0.75:1) 등 지방의 유수 대학병원들도 전공의 정원을 채우지 못해 속을 태웠다.
비인기과의 추락 역시 끝을 몰랐다. 전공의 모집에 있어 유리한 서울 지역 대학병원들도 외과, 흉부외과를 필두로 비뇨기과, 산부인과, 병리과 등이 기피과의 멍에를 올해도 떨쳐내지 못했다. 게다가 그동안 인기과 범주에 속해있던 가정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의 하락세마저 두르러진 한해였다.
실제로 흉부외과의 경우 빅5 병원 중 서울아산병원을 제외한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료원 등 나머지 모두 흉부외과와 외과의 정원을 채우는데 실패했다.
‘송명근, 서동만’이라는 스타급 교수가 버티고 있는 건국대병원도 흉부외과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아덴만의 영웅’인 이국종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아주대병원 외과 역시 미달 사태에 직면했다.
이들 병원은 지난 4일 마감된 추가모집을 통해 반전을 노렸지만 결국 무위에 그쳤다. 오히려 더욱 참담했다.
흉부외과의 경우 각각 정원 3명을 모집했던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만이 1명씩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나머지 세브란스병원(정원 1명), 가톨릭중앙의료원(5명), 고대의료원(4명) 등에서는 지원자를 구경조차 하지 못했다.
외과 또한 마찬가지였다. 가장 많은 인원을 뽑았던 가톨릭중앙의료원의 경우 13명 모집에 지원자 ‘없음’이라는 허망한 결과를 받아들여야 했다. 세브란스병원도 4명 모집에 2명만이 지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호남을 대표하는 경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도 각각 1명과 4명을 추가모집했으나 지원자가 없었다. 특히 고대의료원의 경우 전기 모집에서 9명을 모집했지만 단 한명도 지원하지 않아 심기일전에 나섰지만 결국 1명만이 최종적으로 지원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산부인과 역시 대부분의 병원에서 ‘0’의 행렬을 보였다. 심지어는 국내 산부인과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제일병원과 차병원도 미달 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가정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에서 심상찮은 조짐이 포착됐다. 이번 모집결과 가정의학과의 경우 무려 18개 병원에서 미달 사태를 빚었고, 마취통증의학과 역시 미달 된 병원이 13곳이나 달했다. ‘미달’과는 거리가 멀었던 예년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전공의 모집에 큰 이변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육수련부장은 “앞으로 인턴제가 폐지되고 나면 전공의 모집에 각 병원들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과열양상에 따른 부작용이나 폐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이라도 복지부가 유관 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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