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이 우여곡절 끝에 첨단외래센터 건립을 위한 첫 삽을 뜬다. 지난 2009년 교육부에 설립 승인을 받은 이후 6년만이다.
서울대병원은 오늘(3일) 오병희 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첨단외래센터 착공식을 갖고 31개월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첨단외래센터는 지하 공간에 만들어진다. 지하 1층~6층이 외래진료실, 편의시설, 주차장 등으로 구성되며 연면적 약 4만9270㎡ 규모다.
서울대병원은 진료, 시술, 검사, 수납 등 대기시간 단축을 통해 적기에 보다 집약적이고 선진화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각종 편의시설 확충으로 고객만족도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의료서비스 업 선진화, 고부가가치 서비스 시장 창출 및 의료전달체계 효율화를 통한 국가 신성장 동력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포부다.
보다 구체적으로, 2018년 6월 완공 후에는 대부분의 외래 진료가 첨단외래센터에서 이뤄진다. 서울대병원은 각과 특성에 맞춰 지하 2~3층에 외래 기능을 집중한다.
정형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진료과와 입원환자 이용률이 높은 영상의학과 정도만 본관에 남을 예정이다. 검사 기능은 의생명연구원으로 배치된다.
지하 1층에는 어린이병원, 암병원 등으로 갈 수 있는 이동통로가 마련되고 식당, 휴게시설, 휴식공간 등이 자리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은 첨단외래센터 건립 덕에 본관에 확보한 약 1만6500㎡ 이상의 공간에 다른 기능을 채우지 않기로 했다. 남은 외래 시설 재배치 등으로 본원의 공간적 협소함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재원은 민간 투자자가 공공시설 등을 지어 완공 후 소유권을 정부에 이전 한 뒤 임대료를 받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uild Transfer Lease)' 방식으로 조달한다.
즉, 첨단외래센터 건립을 위해 서울대병원이 투자하는 비용이 없는 대신, 완공 후 20년 동안 매년 52억원의 임대료를 내야한다.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연 매출액이 약 1조 수준인 서울대병원이 감당하기에 큰 부담은 아니라는 계산이다.
문화재 발굴 어려움 공간 활용 고민 거듭 끝 진행 결론
2008년 처음으로 논의를 시작한 첨단외래센터 건립이 지금에서야 이뤄진 것에는 문화재 발굴 작업 등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지하공간 활용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정진호 서울대병원 기조실장은 “현재 서울대병원의 부지가 넓지 않아 첨단외래센터가 지하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무래도 지하라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기능 배치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병원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만들고, 그에 대한 반대 의견을 수렴해 개선하는 과정을 거듭했다는 의미다.
정 기조실장은 “서울대병원은 현재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협소한 공간”이라며 “1978년 만들어진 본관은 2000명의 환자 수용을 염두해 뒀지만, 지금은 1만명의 환자가 찾아오고 있다. 본관이 복잡하고 좁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환자와 보호자까지 2~3만명, 6500명 정도의 직원들을 위한 부대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식사를 할 공간조차 없는 상황이다. 첨단외래센터와 관련한 여러 의견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건립을 추진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고객의 기대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의료의 질 뿐만 아니라 시설, 장비, 친절성, 신속성 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병원에 대한 선택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서울대병원은 첨단외래센터 건립을 통해 외래 진료 수준이 한 단계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기조실장은 “좁은 공간 탓에 외래 진료 수준 향상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센터 건립을 계기로 첨단 시설 확충 등을 통해 진료 수준을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