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 요양병원과 재활병원이 심상찮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 재활의료기관 도입 방식을 놓고 격하게 대립하는 모습이다
.
‘병동제’ 도입을 주장하는 요양병원들과 ‘기관제’ 형식을 취해야 한다는 재활병원들의 주장이 맞서면서 정면충돌 조짐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달 19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요양병원협회는 상임이사 및 시도회장 합동회의를 열고 재활의료기관 과도한 지정기준을 지적하면서 병동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하반기 시행 예정인 재활의료기관 본사업을 의식한 조치로 엄격한 지정기준에 따른 요양병원들의 우려와 비판을 반영한 행보였다.
재활의료기관으로 지정 받기 위해서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3명(수도권 이외 지역 2명)과 간호사 1인당 입원환자 6명, 회복기재활 환자 비율 40% 이상 등을 충족해야 한다.
요양병원협회는 대도시와 지방도시의 의료인력난과 노인 중심 환자비율을 감안하면 이 같은 지정기준을 충족시키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요양병원이 급성기병원으로 전환해야 지정이 가능하므로, 현 시범사업처럼 대도시 일부 재활 특화 병원만 지정하는 상황을 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병원 전환에 따른 병상간 이격거리 1.5m와 주차장 시설면적 강화, 치료실과 검사실, 조리실 설치 등 요양병원 경영손실이 불가피한 상황도 내재돼 있다.
손덕현 회장은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재활의료기관 지정기준은 재활환자까지 대도시로 몰려 중소도시 의료체계는 와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요양병원의 회복기재활 인프라를 활용하면 문제 해결과 비용 효과적인 재활의료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며 "유일한 대안은 병동제 방식의 회복기재활 시행"이라고 덧붙였다.
요양병원계의 병동제 도입 주장에 대해 재활병원계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대한재활병원협회는 24일 성명을 통해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재활의료기관을 한방병원에 넘기려 한다”고 비난하며 “병동제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문했다.
병동제 주장은 재활의료기관의 주류가 한방병원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농후하고 재활의료기관을 희망하는 중소 요양병원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활병원협회는 법리적으로도 병동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짚었다.
실제 재활의료기관 지정의 법적 근거인 장애인건강권법에는 ‘병원’을 지정하도록 돼 있다. 즉 현행법상 병동제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결국 병동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건강권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회복기 재활치료의 질 제고라는 취지가 변절될 우려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요양병원계의 주장대로 병동제가 허용될 경우 한방병원들이 재활병동을 대거 개설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의료전달체계의 큰 혼란과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활병원협회에 따르면 2015년 한의사가 개설한 요양병원 14곳에 총 17명의 재활의학과 전문의가 근무했지만 2017년에는 30개 기관에 총 36명으로 급증했다.
우봉식 회장은 “병동제는 자칫 회복기 재활의료기관을 한방병원에게 송두리째 내어주는 결과를 맞이할 수 있는 만큼 요양병원협회는 병동제 주장을 즉각 멈춰야 한다”고 일침했다.
병동제를 운영 중인 일본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의료제도 기반이 다른 양국 간의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일본이 병동제를 하고 있으므로 우리나라도 병동제를 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전인수나 다름없다”며 “요양병원협회가 위상에 걸맞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국회도 일부 대형 요양병원 이익만을 위한 협회의 무분별한 주장에 휘둘리지 말고 지혜로운 판단과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