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개발한 국산 1호 관상동맥중재술 로봇이 성공리에 첫 시술을 마쳤다. 외국산에 의존하던 의료로봇 시장에서 국산 로봇이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승환·김태오 교수팀은 협심증을 앓고 있던 50세 남성에게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 ‘에이비아(AVIAR)’를 이용해 안전하게 치료했다고 15일 밝혔다.
환자는 합병증 없이 시술 후 하루 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에이비아는 서울아산병원 의공학연구소 최재순·심장내과 김영학 교수팀이 2019년 개발한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이다. 이후 3년간 기능 향상 및 보완을 거쳐 지난 2월 식약처 승인을 받았다.
현재 서울아산병원, 은평성모병원에서 실증임상연구를 위한 실제 시술에 활용되고 있으며, 미국, 유럽 등 해외 진출도 추진 중이다.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은 사타구니 대퇴동맥이나 손목 혈관을 통해 카테터를 심장 관상동맥까지 삽입한 후 좁아진 관상동맥에 풍선을 진입시켜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를 펼쳐 넣는 시술법이다.
동맥경화나 혈전으로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힌 협심증,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된다.
머리카락처럼 가느다란 장비를 미세혈관에 집어넣어 진행되는 시술인 데에 더해, 관상동맥에서 나타나는 병변이 환자마다 다르고 복잡해 숙련된 의료진의 술기가 중요하다.
또 시술 중 엑스레이 투시 영상을 통해 스텐트가 정확한 위치에 도달했는지 확인하며 시술해야 하는 만큼 여러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이 지속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은 의사의 손에 해당하는 핸들 부분과 컴퓨터로 구성됐다.
조이스틱과 같은 핸들로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을 조종해 환자의 관상동맥 내 목표 병변까지 유도 철사를 넣은 뒤, 혈관 확장을 위한 풍선과 스텐트를 진입시킨다.
핸들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1mm씩 오차 없이 이동한다. 또 핸들에는 햅틱기능이 장착돼 있어 시술과정에서 느낄 수 있는 미세한 감각을 실제 손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다.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의 컴퓨터 부분에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시술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표시해 의료진이 정확하게 시술 상황을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시술 도중 환자의 혈관 커브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가 있는지 등을 보여준다.
기존에는 숙련된 의료진의 노하우에 의존해 시술이 진행됐지만,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을 이용하면 로봇을 이용한 미세조정이 가능해 더욱 정확하고 정교하게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또 의료진은 시술 때 사용되는 엑스레이 기계가 있는 곳과 떨어진 곳에서 시술할 수 있고, 시술 시간이 단축돼 의료진과 환자 모두의 방사선 노출량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환 교수는 "로봇을 이용한 미세조정을 통해 병변에 오차 없이 스텐트를 정확하게 삽입했고 환자도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퇴원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을 이용하면 보다 정교하게 시술할 수 있어 관상동맥 병변이 복잡하거나 어려운 고위험 환자분들도 더욱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원내 창업 기업 ‘엘엔로보틱스’, 기대감 상승
에이비아를 개발한 최재순, 김영학 교수는 지난 2019년 병원 내 창업 기업인 엘엔로보틱스를 설립했다.
엘엔로보틱스는 지난 2021년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를 유치하는 등 투자를 받아 에이비아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해외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은 유도 철사와 시술도구를 한 번에 한 개씩만 이용할 수 있는 것에 비해 에이비아는 시술도구를 최대 4개까지 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환자의 복잡한 병변에 대해 보다 간편하게 시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재순 교수는 "관상동맥중재술 보조로봇을 이용하면 앞으로 응급 환자를 위한 원격중재시술이나 감염이 우려되는 환자를 위한 비대면 중재시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로봇을 더욱 발전시켜 관상동맥은 물론 다양한 뇌혈관·말초혈관시술까지 적용시킬 수 있도록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