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완화 신의료기술 '선(先) 진입-후(後) 평가'
윤석열 대통령 '킬러규제' 지목 후 제도 개선 급물살…복지부, 각종 규제 완화
2023.08.31 06:10 댓글쓰기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

혁신적인 의술 및 의료기기 시장 확대를 위해 정부가 신의료기술평가 제도를 대폭 개선한다고 밝힌 가운데  의료계와 산업계는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8월 30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신의료기술 선(先) 진입-후(後) 평가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방향을 소개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지난 2007년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의료 발전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중복규제’ 등이 꾸준히 논란이 되며 오히려 환자 치료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기술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 임상결과 등을 평가해 인허가를 받아도 보건의료연구원에서 신의료기술평가를 또 다시 거쳐야 건강보험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임상현장의 불만 등을 반영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초 기업의 투자를 막는 결정적 ‘킬러규제 톱(Top) 15’ 과제 중 하나로 신의료기술 규제를 지목했다.


오상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인공지능, 재생의료 등 의료기술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며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기술들이 속속 개발되면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계가 좀 더 빨리 시장에 진입하고 임상 근거를 확립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며 “대신 환자 안전 관리 및 모니터링은 더욱 엄격하게 관리해달라”고 덧붙였다.


우선 복지부는 혁신의료기술 평가 제도 등에서 산업계 부담으로 여겨졌던 임상계획 및 연구계획 수립 등 현장 사용 절차를 대폭 완화할 방침이다.


박주연 한국보건의료연구원 근거창출지원팀장은 “임상현장에서 선사용 후평가를 통해 안전하고 신속한 실사용 근거를 생성하는 실증 생태계 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존 혁신의료기술은 선진입 단계에서 의료기관 내 IRB에서 연구가 반드시 병행돼야 했지만 연구 필수 의무가 사라지며 기관 내 IRB 마련 여부와 무관하게 혁신의료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과정관리 역시 분기별로 보고받던 수행현황 및 부작용을 행정절차 신속화 및 빠른 대응 체계를 위해 월별 보고로 개선한다.


박주연 팀장은 “다만 다만 침습적 기술 중 장기적 안전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위원회를 통한 연구계획 등 심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기 다른 선진입 제도 간 과정관리 방법 또한 일원화 된다. 


현행 신의료기술평가는 적용 대상 등에 따라 ▲평가 유예 ▲혁신의료기술 ▲제한적 의료기술로 나뉘는데 제도별 실시 형태 및 의료현장 사용기간, 실시기관 등이 상이해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실제 평가 유예 절차로 시장에 선진입하게 되면 혁신의료기술 평가과정보다 진행 절차가 짧을 뿐 아니라 후속 절차가 간소하다.


박주연 팀장은 “다양한 선진입 의료기술 제도의 과정관리를 일원화해 평가 절차 간 형평성 문제를 해소할 것”이라며 “안전성도 함께 확보하기 위해 모니터링 체계도 개선하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신의료기술평가 과정에서 산업계 등 신청인의 의견 개진 기회를 확대한다. 의료인이 중심이 된 위원회는 현장 의견 반영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박 팀장은 “심의 절차에 신청인 설명 및 의견개진 기회를 의무화할 것”이라며 “위원회에 의료계는 물론 산업계, 법조계 등 타분야 인사를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서 평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환자 선택권 보장” vs “안전성 저하 불가피…신중한 고민 필요”


복지부가 개선을 예고한 신의료기술 선진입 후평가 제도가 임상에 곧바로 적용된다는 점에 대해 산업계와 의료계는 입장차를 보였다.


우선 산업계는 “신의료기술 평가 개선은 환자 선택권을 보장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임재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보험위원회 부위원장은 "의료기기 산업 활성화 및 환자 안전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일인데 적극 나서주셔 환영한다"고 전했다.


이어 "신의료기술 선진입은 환자안전뿐 아니라 선택권 확보에 중요한 부분"이라며 "진입장벽이 낮아지면 환자들이 최신 기술로 치료받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일이 없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산업계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임상근거창출은 필수적 부분이기 때문에 기업에 재량을 인정해준 만큼 근거 창출을 위해 부단한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종배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신의료기술평가분과장 또한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환자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임상현장에서 직접 환자들을 만나는 교수들은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 개선에 신중론을 견지했다.


방승민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선진입 후평가를 도입해 환자 접근성을 높이면 안전성은 낮아질 것”이라며 “임상에 바로 투입될 경우 관리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의료기술을 선도입 후평가는 회사가 감내해야 할 금액을 국민이 부담하는 것”이라며 “최종 기술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회사는 손해 보는 게 없다. 신중히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서준범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선진입 후평가 이후 본의료기술로 등재돼야 정식으로 수가를 받게 된다"며 "결국 4년 동안 유용성 및 경제성이 창출되지 않으면 퇴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 개선을 통해 한시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겠지만 4년 후 퇴출됐을 때 부작용을 고려하면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기준을 완화해 혁신적인 의술 및 의료기기의 시장 확대는 바람직하지만 기존의 근거창출 노력이나 안전성 모니터링은 더 높은 수준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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