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 여성 의사들의 대표하는 한국여자의사회가 외연을 확대하고 있다.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고, 사회적 약자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국제적 위상을 높여 나가는 중이다. 이 같은 사회적 역할 강화의 선봉에는 한국여자의사회 백현욱 회장이 자리한다. 그는 지난 2022년 4월 취임 이후 여의사 위상 강화에 회무를 집중시켰다. 임기가 8개월 남짓 남은 그를 지난 13일 국립정신건강센터에서 만났다. 그간의 회무를 평가하고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편집자주]
Q. 임기가 2/3 정도 지났다. 소회는 어떤가
정확히 1/4 정도 남았다. 정말 얼마 안 남았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흘렀고, 그동안 회원들과 함께 많은 의미있는 활동을 한 것 같다. 여의사회 장점을 잘 살리면서도 의료계 내에서 혹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면 좋을지 많이 고민했던 시간이었다.
Q. 취임 후 지금까지 활동을 평가한다면
여자의사회 방향성은 여의사를 성장시키고 리더로서 키워나가는 것이다. 아울러 의료단체와의 동반 성장을 지향한다. 세부 과제로 여자의사회 활성화, 사회적 책임 강화, 국제적 위상 제고 등을 추진했다. 회원들과 함께 여자의사회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섰다.
Q. 지역·세대 통합 관련 활동이 많았다
그렇다. 여자의사회 내 전국 10개 지회가 있다. 중앙회와 지역지회 간 교류와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산, 인천, 대구, 용인 등 전국 지회를 직접 방문해 의견을 들었고, 비대면 시대에 도입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하이브리드 회의를 열어 공간적 장벽을 뛰어넘기도 했다. 특히 연례 행사 중 하나인 '전국여의사대표자대회'를 대구에서 개최했다. 계명대동산병원에서 열린 회의에는 전국 여자의사 대표자와 여자 의대생을 포함해 12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 여의사들이 출신 지역·연령·전공에 상관없이 함께 어우러져 소통하는 자리였다.
Q. 각 의사회마다 젊은의사 유입에 대한 고민이 크다
여의사회도 마찬가지다. 젊은 의사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활동 공간을 만들어 주고자 힘쓰고 있다. 매년 청년여의문학상-청의예찬 공모전을 여는데, 올해는 몇 가지 변화를 줬다. 더 많은 청년 여의사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참여 연령을 35세 이하에서 39세 이하로 확대하고, 기간도 연장했다. 글을 쓰면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의료기술자가 아닌 따뜻한 가슴을 지닌 더 좋은 의사로서 성장할 수 있다. 청년 여의사 시각을 이해하며, 여자의사회와 접점을 늘릴 수 있는 기회도 부여한다.
"세대·지역·직역 결집 기반으로 회무 집중"
"부드러운 여성 리더십 강화, "젊은의사들 회무 참여 독려"
"의료단체들과 동반 성장 지향"
Q. 사회적 공헌에도 관심이 높은데
의료인 책무 중 하나인 의료봉사 역시 중요하다. 시대 흐름에 맞춰 문화적 요소를 가미해 소외된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지원하고 있다. '싱글맘(미혼모)과의 동행'이 대표적이다. 상임이사회가 아이디어를 모아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9월 싱글맘을 대상으로 홍대 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의료상담과 심리상담을 제공하며 동시에 수준 높은 클래식 음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70~80명의 싱글맘들이 참석했는데,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올해는 홍릉에서 싱글맘들과 숲 체험을 함께 했다. 싱글맘이 아이를 잘 낳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저출산으로 인구 위기에 봉착한 우리 사회에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Q. 세계여자의사회장을 2명이나 배출했다
여자의사회는 국제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튀르키예 지진 당시 세계여자의사회 서태평양지역 대표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봉옥 전 여자의사회장을 통해 지진구호 성금을 전달했다. 한달 남짓 모금 기간 동안 7개 단체 97명의 회원이 2300여만원을 후원했다. 일부는 남겨 세계여자의사회 재난기금으로 사용해 달라고 전달했다. 우리의 위상과 동시에 세계여자의사회의 위상도 함께 높이는 활동이었다.
Q. 의료계 내 여의사 역할과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인거 같은데
여의사를 지도자로 키우기 위한 리더십 교육도 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전문 교육업체에 리더십 워크숍을 맡겼지만 올해는 직접 연좌 섭외에 팔을 걷어붙였다. 여성과총 오명숙 회장을 초청해 'Allyship(앨라이십) at Work'란 주제 강연을 했다. 앨라이십은 특권과 권력을 사용해 사회적 약자를 지지하고 옹호하기 위한 적극적이고 일관된 노력을 뜻한다. 여성이 속하지 않은 그룹에 속하는 파워있는 남성들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여겨 김영태 서울대병원장, 권순영 고려대 안산병원장, 한승경 연세의대 총동창회장 등도 초대했다.
Q. 남은 임기 동안 계획은
이제부터는 정리하고 다듬는 시기이다. 안티옥 교회 의료봉사를 포함해 내년 2월경 필리핀에 한센병 관련 의료봉사를 갈 예정이다. 그동안 임원진이 너무 고생해 스트레스를 푸는 릴렉스 워크숍도 계획 중이다.
청년여의문학상 시상식도 잘 마무리해야 한다. 여의사회 활동 통해 회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여의사회가 우리나라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주체적인 다양한 활동을 통해 스스로 위상을 세워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