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의료 붕괴, 선택과 집중 필요한 시점"
이진용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소장
2023.02.13 07:39 댓글쓰기

"소아청소년과가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날 것은 자명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버틸까요. 가장 꼭대기에 있는 소아 중증, 희귀난치질환 치료 영역만이라도 무너지지 않도록 해야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회복이 가능합니다." 


이진용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 소장(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은 무너진 소아의료체계를 포함한 의료체계 쇄신을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조했다. 


기존 행위별수가제로는 의료체계를 지킬 수 없는 만큼 다양한 지불제도를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지난 2020년 8월 심사평가연구소장 취임과 동시에 현행 행위별수가제 틀 안에서는 어린이병원 적자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 의식을 갖고 '통 큰' 시도를 고민했다.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달려온 결과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 시범사업'이 정부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포함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이진용 소장은 "적자를 통으로 보상해줘야 한다는 것에 뜻을 같이 한 심평원·복지부 공무원, 서울의대 교수들과 함께 노력해온 결과다"며 "올해부터 시행하게 돼 뿌듯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는 8월 임기 만료를 앞둔 그는 남은 임기 내 해당 시범사업들이 잘 자리 잡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냉정한 시각으로 접근하고 부딪힌 결과물인 만큼 애착이 남다르다. 


그는 "뼈대를 세우는 일이 아니라, 망가진 것을 고치는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 소아의료체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일차의료 등 소청과 전(全) 영역을 모두 살릴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체계 전반 보다는 일단 중증·희귀·난치 분야는 소생시키겠다는 전략"이라며 "어차피 안 되는 일에 매달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그동안의 천착을 술회했다. 


기존 행위별수가제에서 더 이상 희망을 찾지 않는 이유는 아무리 수가를 높인다 해도 행위(N) 수 자체가 적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그는 "뇌동맥류 수술은 신경외과 전문의 1인 평균 5회에 그쳤고, 분만은 2019년 30만건에서 2021년 26만건으로 줄었다"며 "N수가 적은 분야는 수가를 인상해도 위기 탈출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재택의료 수가를 만든다고 해도 어린이 수 자체가 적다"며 "과거 서울대병원 재택의료 시행 당시 왕진수가만 받고 인건비, 교통비, 석유값 등이 나가니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장 취임과 동시에 '통 큰' 시도 고민 

뇌동맥류·분만 수술, 행위별 수가로는 한계 

의료체계 개선 위해 '혁신적 지불제' 도입 필요

잔매에 장사 없다···어린이병원이 병원장에 질책 당하지 않는 여건 조성 필요 


이진용 소장은 올해부터 2025년까지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될 두 사업에 상당한 기대와 책임을 갖고 있다. 


우선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보상 시범사업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에 대한 지원을 강화, 발생 적자의 60~80%를 보상하는 게 골자다. 


현재 센터는 ▲서울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세브란스어린이병원 ▲전남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전북대병원 ▲충남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강원대병원 등 10곳이 있다. 


그는 "해당 센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행위별수가제 기본틀을 유지하되 이후 모(母)병원과 분리된 공공전문진료센터 수익 및 비용을 계산해서 지원금을 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또 중증소아 단기입원서비스 시범사업은 24시간 동안 의료기기 의존이 필요한 중증 소아청소년 환자를 대상으로 보호자 없는 단기 입원치료를 제공하는 게 골자다. 


해당 서비스를 시행하는 병원은 연간 약 16억5000만원을 보상받을 수 있지만, 현재 전국 10곳의 어린이공공전문진료센터 중 서울대병원과 칠곡경북대병원만이 시범사업에 지원한 상태다. 


이진용 소장은 "잔매에 장사 없다"며 "이들 시범사업을 계기로 보다 혁신적인 다양한 지불체계에 대한 고민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있는 우리나라 10개 어린이병원이 병원장에게 질책당하고 운영을 못하는 상황을 벗어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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