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특별위원회의 간호법 및 의료인 면허박탈법 저지 투쟁 로드맵이 처음 공개됐다. 의료 악법 철회를 위한 대장정이 본격화된 것이다.
지난 3월 4일 의협회관 대강당에서 발대식을 갖고 출항한 의협 비대위는 "대국회 투쟁 계획을 마련했다"고 13일 밝혔다.
비대위원은 "비대위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끝에 로드맵을 수립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간호단독법 및 의료인 면허박탈법을 저지하는 그날까지 투쟁에 혼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3월 23일 '국회 본회의'가 의료계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본회의에 앞서 비대위는 철야 농성과 집회, 단식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13일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국회 앞에서 간호법 및 의료인면허박탈법을 규탄하는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16일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비대위와 16개 시도가 전국 동시 집회를 실시한다.
오는 20일부터 박명하 위원장이 국회 앞 철야 농성과 함께 단식 투쟁도 시작한다. 본회의 전(前) 국회 압박 수위를 최대한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비대위원은 "부당한 의료 악법 저지를 위해 국회 앞에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겠다"며 "오는 23일 국회의원들의 결정에 따라 투쟁 전략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앞서 대한치과의사협회 박태근 회장은 법안 저지를 위해 지난 3일부터 무기한 단식투쟁을 시작했다. 단식 일주일 째부터 건강상 문제가 생겨 현재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비대위는 간호법과 면허박탈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 가결되면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와 합동 단식투쟁을 실시할 계획이다.
법안 가결 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국회가 아닌 용산으로 투쟁 무대를 이동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비대위는 대회원 투쟁 서신에서 "현재 의사들의 강력한 분노와 정당한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들은 여야 국회의원들의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투쟁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악법 제정을 저지하고 보건의료인의 권리 회복에 비대위가 구심점이 되겠다"며 "투쟁의 시작과 끝을 비대위가 감당하고, 타는 목마름으로 악법 저지에 저항하겠다"이라고 다짐했다.
소청과醫 등 일부 의사단체 "의협, 야당과 간호법 수정안 논의 반대"
한편, 일부 의사회를 중심으로 의협 집행부가 더불어민주당과 간호법 및 의료인면허박탈법 수정안 발의를 논의 중이라며, 이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수정안은 의료계가 우려하는 문구 몇 자를 수정하고 의료법 개정안에서 면허 취소 범위을 중범죄로 축소하는 내용일 거라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의료계가 이를 수용한다면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수용 만큼이나 잘못된 판단이었다며 후회하게 될 것이다. 지금은 법안 저지를 위한 최적의 상황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역설했다.
전국의사총연합도 "의협 집행부가 의료 악법에 대해 정부와 수정안을 논의한 바 있다면 회원들에게 사죄하고, 이필수 회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비대위에 전권을 맡기기로 한 대의원총회의 결정을 완전 무시하는 행위로, 탄핵 사유"라며 "만약 비대위가 이 사실을 알고 묵인했다면, 비대위원장 역시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 측은 의협 집행부와 간호법 및 면허 박탈법 수정안 논의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대위원은 "비대위 발족 전에 의협 집행부가 더불어민주당과 두 법안의 수정안 관련 논의를 했을 수 있지만, 지금은 잘 모른다"며 "관련 내용에 대해 들은 바 없다. 비대위는 의료 악법 철폐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