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진료와 연구는 이미 세계 톱 수준이다. 차이는 나머지 부분에 있다. 어린이에 대한 서비스와 태도 등 지금까지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며 이제는 ‘Beyond Cure’(치료 너머)로 나아가야 한다.”
김한석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장은 병원이 개원 35주년을 맞은 2020년을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지난 10월14일 서울대어린이병원이 개원 35주년 기념일을 맞아 선포한 ‘비전 2035’에는 김한석 원장을 포함한 병원의 이러한 고민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병원은 2035년까지 병동 리모델링을 통한 1~2인실의 쾌적한 입원환경 조성과 소아전용 감염격리병동, 국내 최초 어린이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등 선진적 입원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 병원은 1~2인실 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며 감염격리 병동에는 유사시에 소아전용 음압격리병상 20병상도 확보할 방침이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경우, 간호사당 담당 환자 수를 1:4 체제로 운영하게 되며, 2022년에는 국내 최초 어린이완화의료센터 건립도 예정돼 있다.
현재 서울대어린이병원의 병실이 6~7인실 위주이며 환아와 보호자들의 삶의 질을 고려한 시스템들이 미비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전벽해 수준의 변화다.
"비전 2035, 환자와 보호자에 치료 그 이상 제공토록 최선"
"35년전 개원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변화, 어린이 의료 패러다임 바뀌어야"
"'공공성' 강한 어린이병원에 정부 지원과 국민적 관심 필요"
비전 2035 선포 배경에는 1985년 개원 당시와 크게 달라진 현재 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김한석 원장은 “신생아 수는 30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감소했고 생존률은 높아진 반면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은 증가했다”고 어린의 의료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완치가 어려운 질환을 앓는 어린이들과 보호자들은 병원의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병원이 단순히 치료를 받는 곳이 아니라 생활공간이 됐다. 더 나은 병원 환경을 조성할 필요성이 높아진 이유다.
김 원장은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을 앓는 어린이들의 경우는 병과 함께 계속 생활해 나가야 한다”며 “환아와 가족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온전히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청사진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결국 재원이 필요하다.
실제로 비전2035를 계획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수백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하지만 매년 125억원가량 적자를 내고 있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이런 막대한 금액을 조달하기는 어렵다.
다행히 지난 35년동안 대한민국의 GDP도 빠르게 성장했다. 이제는 한 명, 한 명의 환아들에게 집중적인 치료와 함께 그 이상의 것들을 제공해 줄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마련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한석 원장은 “수가 현실화도 물론 필요하다”면서도 “무엇보다 어린이 의료는 ‘공공성’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기부가 절실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일본의 어린이병원들의 경우는 운영비의 25~30% 정도가 공적 지원금이며, 다른 나라의 공공병원들은 기부금도 운영비의 20% 정도를 차지한다”고 덧붙였다.
김한석 원장은 정부의 지원과 국민들의 기부를 받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설립비나 일시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에 대해서는 그나마 괜찮지만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운영비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며 “어떻게 설득을 해야할 지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기부와 관련해서는 “현행법상 공공병원은 모금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가 없다”며 “앞으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