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명 직결된 '마취', 사회적 평가·인식 너무 부족'
김재환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이사장
2020.11.16 05:28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마취는 국민 건강권 중에서도 생명권과 직결됨에도 사회적인 평가나 인식이 너무나 부족하다. 마취에 대한 인식 제고와 함께 안전한 마취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최근 열린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추계학술대회를 통해 임기를 시작한 김재환 이사장(고대안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은 인터뷰 내내 마취가 중요성에 비해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실제로 마취는 수술 중에 환자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자그마한 문제나 실수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간 중요도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했고, 자연스레 지원도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
 
이에 김재환 이사장은 전(全) 국민들이 차별없이 안전한 마취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병의원급 의료기관으로 마취적정성 평가 확대’, ‘수가의 적정수준 인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에 들어서야 마취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료기관 마취의 질(質) 관리를 위한 평가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처음으로 공개된 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대상 마취적정성 평가 결과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대부분이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든 상급종합병원들에 비해 종합병원들은 낙제점을 받은 곳들도 상당했다.
 
이에 대해 김재환 이사장은 “상종의 경우 전부 1등급 혹은 2등급이다. 반면에 종병은 3~5등급을 받은 곳들이 45.5%에 달하고 5등급을 받은 곳도 20%를 넘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평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병의원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열악할 가능성이 크다”며 “하루빨리 병의원으로까지 마취적정성 평가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의원급 마취 전문의 없는 경우 많아 국민들 마취 안전 위협, 마취적정성평가 확대 필요"
"원가보전율 50% 미만인 마취 수가 최소 80%까지 올려야"
"대국민 홍보로 인식 제고하고 전공의 교육 강화 더욱 노력할 방침"
 
김 이사장의 걱정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 실제로 병의원들의 경우 수술을 위한 마취를 비전문의가 시행하는 경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6년 기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채용하고 있지 않은 기관에서 행해진 2만7383건의 삽관에 의한 전신마취 중 8615건(31.5%)에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초빙료가 청구되지 않았다. 비전문의에 의한 마취가 행해졌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 이사장은 “상병이나 종병에는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있지만, 병의원은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많다”며 “비전문의에 의한 전신마취는 대부분 병의원에서 일어나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병의원에서 수술을 받는 환자 중에는 일반 서민들의 비율이 높을텐데 결국 경제적인 격차가 마취의 위험성에 노출되는 정도의 차이로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의원들이 전문의를 통한 마취를 할 수 없는 상황의 기저에는 결국 수가 문제가 있다. 
 
마취에 대한 수가의 원가보전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병의원들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를 선뜻 채용하기 어려운 이유다.
 
김재환 이사장은 “생명권을 다루는 마취의 특수성을 생각하면 보장되는 정도가 너무 낮다. 원가보전율이 최소한 80% 수준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는 이처럼 정부의 제도 구축과 지원을 촉구하는 한편, 학회 차원에서도 대국민 홍보와 전공의 교육 내실화 등을 통해 마취에 대한 인식과 질 제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김 이사장은 “대국민 홍보를 위해서는 내년초 환자안전과 관련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국민들의 이야기도 듣고 전문학회로서 의견도 공유하는 소통의 자리가 될 것”이라며 “전공의 교육은 기존의 이론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역량 중심 교육을 위한 워크숍, 시뮬레이션 교육을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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