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의료산업 핵심 중 하나로 여겨지는 의료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대한의료정보학회가 발 벗고 나섰다.
‘네트워킹 역할’을 자청하고 나선 학회는 그간 정부 산하기관를 비롯해 병원, 학회, 의원 간 따로 진행되던 의료정보 연구들을 이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데이터의 양적 확보를 위해선 병원보다 우선 각 학회를 공략한다. 데이터를 넘겨줄 동기가 부족한 큰 병원들에 앞서 질환연구에 대한 필요성이 있는 학회에 축적돼 있는 데이터를 우선 확보하겠단 전략이다.
8일 대구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에서 열린 ‘2019 대한의료정보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학회 임원진들은 이처럼 설명하며 “최근 들어 더욱 각광받는 의료AI(인공지능) 활용도 결국엔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하는 것으로 학회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학회는 우선 의료데이터 연구 주체 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네트워킹 강화에 나선다. 전신인 의료정보학교실부터 시작하면 올해로 32주년을 맞은 학회가 그간 다져온 입지를 십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정호영 대한의료정보학회 학회장(경북대학교병원장)은 “특히 암, 결핵, 치매 관리 등의 연구에서 의료데이터 중요성은 최근 더욱 대두되고 있다”며 “전문역량을 가진 개인이나 기관 및 조직들을 연계해 의료데이터 기반 연구 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학계가 다리를 놓아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 이영성 이사장(前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도 “각자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일방향적인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며 “상호 간 연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적인 제도가 갖춰질 수 있도록 학회가 지원해 나가겠다”고 거들었다.
특히 미래의료에서 더욱 중요시되는 의료AI 솔루션을 통한 정밀의료를 위해선 의료 데이터 활용 연구가 지금보다 더 촉진돼야 한다는 것이 학회 소견이다.
박재찬 추계학술대회 조직위원장(경북대학교병원 신경과)은 “의료정보학회에서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표준화와 의료 데이터 운용 논의에서 비롯되는 최종 산물은 의료 AI 솔루션”이라며 “정밀의료 연구에 열을 올리는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기 위해선 국내 연구도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회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로 의료데이터 풀 형성을 꼽았다.
일각에서는 소위 ‘빅5’ 병원의 경우 소지한 의료데이터를 굳이 연구장에 내놓을 동기가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에 학회는 병원 단위 데이터가 아닌, 각 분과학회 단위별 데이터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분야 연구에 용이한 형태로 정리된 양질의 의료데이터는 이미 모아져 있는 상황으로, 병원 간 협력이 당장은 원활하지 않다면 병원 교수들이 모여 있는 학회 단위부터 협력을 시작해 나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김종엽 홍보이사(건양대병원 이비인후과)는 최근 그가 속한 이비인후과학회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김 이사는 “각자가 가진 의료 데이터를 상호 활용하자는 제안은 어쩌면 굉장히 민감할 수도 있는데, 얼마 전 학회에서 이런 제안을 했더니 뜻밖의 호응을 얻었다”며 “많은 학회들이 예전보다 훨씬 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위암학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정호영 회장도 학회 내에서 의료데이터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접근해나가고 있다.
정 회장은 “위암학회의 경우 전국의 위암환자 데이터를 아주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는데, 이걸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모임 형성해보는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앞으로 의료정보학회 차원에서 의학계 동참을 주도하기 위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