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항암제는 그 자체로 암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말한다. 현재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희망이라는 기대감이 투영되면서 가치는 높아졌다. 사회적 요구도 커졌고 급여권 진입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키투르다(MSD), 옵디보(한국 BMS) 등 면역항암제 급여(2017년 8월)는 벌써 1년 3개월이 지났다. 그 과정에서 환자들에게는 섭섭하게 들릴 수 있는 면역매개 부작용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한 의사가 있다. 그는 여전히 현실과 이상의 간극을 줄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그래야만 현실적으로 환자도, 의사도, 정부도 만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직 뚜렷한 결과를 도출하기에는 자료가 부족하지만 치열하게 근거를 모으고 모아서 국내 상황에 맞는 사후관리 체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편집자주]
최근 데일리메디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사진]을 만나 1년이 넘은 면역항암제 급여화 현황을 진단하고 향후 관리방안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면역항암제 도입 및 급여권 진입을 강조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지닌 국내 폐암치료 권위자다.
"급여권 진입 1년, 다행스럽지만 신중"
강 회장은 “면역항암제가 급여권에 진입한 것은 물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비소세포폐암의 2차 치료제, 악성 흑색종 치료제로 쓰이면서 환자들에게는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다고 꿈이나 희망 등 긍정적 측면에서만 해석하는 것은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정 질환에만 급여가 허용되면서 타 암종은 해당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환자들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허가와 급여를 동일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구조인 문제도 있지만 더 주요한 원인은 실질적인 데이터와 근거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급여기준에 부합하는 비소세포 폐암환자도 면역항암제에 반응하는 비율은 25% 수준으로 75%는 미지의 영역이다. 아직은 어떤 환자에게 효과적인지, 왜 면역매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인지 등 여러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면역항암제의 바이오마커(Biomaker)는 PD-L1이다. 암세포에서 PD-L1 단백질 발현율이 높을수록 면역항암제가 잘 들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측면에서 키투르다는 50%, 옵디보는 PD-L1 10%를 근거로 급여 적용이 된다.
강 회장은 “현재는 면역항암제를 쓸 때 가장 적합한 기준이 PD-L1 발현율이다. 하지만 확정적인 물질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지속적으로 강조했듯 면역항암제는 지금도 새로운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므로 바뀔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도 많고, 검증해야 할 부분도 많다는 얘기다. 그 이면에 도사리는 위험에 대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면역항암제와 연계된 면역매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여전히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어 면역항암제가 최선의 방법이고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라는 환자들이 많다는 점은 굉장히 아쉽고 우려스럽다. 왜곡된 정보를 거르고 실질적인 문제에 대해 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 환자들과의 소통의 자리를 넓히고 싶다”고 밝혔다.
위험분담제 재평가 시 ‘임상현상 RWD’ 적용 제안
결국 면역항암제 급여가 1년이 지난 시점, 쟁점은 어떤 형태의 사후관리 체계를 형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위험분담제(RSA)가 적용되는 품목이다 보니 건강보험 재정소요분에 대해 정부도 어느 정도 감안을 하고 있지만, 늘어나는 적응증 확대와 급여확대 과정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운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면역항암제 사후평가 연구용역’을 준비 중에 있다. 급여권 진입 당시 제약사가 제출한 임상문헌 효과와 실제 임상현장 효과를 검증하는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강 회장은 “심평원 차원에서 좋은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언급했듯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은 면역항암제에 집중한 관리기전이 고민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이제 갓 1년이 넘은 시점이기 때문에 뚜렷하고 명확한 데이터가 나오긴 어렵겠지만, 현제 면역항암제로 암환자를 치료하는 다학제 병원들의 현황을 통해 추후 개선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러한 연구를 정부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진행하되 근본적으로 위험분담제 재평가 시 현실을 담을 수 있는 근거가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험분담제는 기본 4년(3년+평가기간 1년)으로 하되, 특허만료 시점 등 구체적 사정을 감안해 5년까지 가능하도록 운영되고 있다. 재평가시 위험분담제 적용대상 여부, 임상적유용성, 비용효과성 등을 평가해 계약 종료 또는 재계약이 이뤄진다.
강 회장은 “요즘 많이들 말하고 있는 실제 임상현장의 RWD(Real World Data), RWE(Real World Evidence)를 근거로 재평가 기준을 정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 근거를 실제 제도에 도입하지 못했다. 면역항암제는 바로 이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약사들이 주장하고 있는 데이터가 실제로도 적용되는 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아직 연구해야 할 부분이 많은 면역항암제의 실질적 사후관리 기전으로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생사(生死)의 문제에서 정부와 제약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면역항암제. 그 중심에 서 있는 강진형 교수는 “앞으로도 근거를 중심으로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 문제가 있으면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말할 것이다. 부정적인 시선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환자를 위해 의사가 갖춰야 할 자세”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