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올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의료기기산업대상에 전북대병원 비뇨기과 박종관 교수를 선정했다. 박종관 교수는 의료기기업체 임상 및 연구지원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기여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30건 이상의 의료기기 관련 특허를 출원한 바 있다. 국내 의료기기 발전을 위해 사용 주체인 의사들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실천이 쉽지만은 않다. 이런 가운데서도 환자를 위한다는 신념으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박종관 교수를 데일리메디가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Q. 올해 의료기기산업대상을 수상했다. 의사로서 의료기기 개발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수술을 하는 의사로서 의료기기는 당연히 늘 곁에 있다. 수술 시 의료기기의 불편한 점을 발견했을 때 다음 수술을 위해서라도 이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해결책을 고민하다 보니 특허와 일부 제품화로 이어졌다. 특히 새로운 제품을 다른 의사들이 사용하면서 ‘기존에 사용할 때 문제 되던 것이 없어진 후 "좋다"고 격려해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더 현장감 있는 좋은 의료기기 개발에 집중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긴다.
Q. 의료인의 의료기기 개발로 인한 특허획득, 창업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지
대단히 중요하고 필요하다. 사용하는 의료인이 그 기기 및 장비의 개선점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실사용자가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제품화하는 것이 금상첨화다. 창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의료인, 환자, 기업인, 연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의료인들이 장비를 사용하다가 불편한 점을 발견했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기는 게 여건상 안될 때가 많다. 직접적인 개발과 생산이 어렵다면 기존 업체에 전문가로 참여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약물과 달리 임상시험 쉽지 않은 상황 등 부처 관심 필요”
"동료 의사들이 개선된 기기 등을 사용하고 "좋다"라고 말할 때 보람 느껴"
"의료기기 사용하는 의사들이 제품 개발 등 참여 매우 의미있다"
"어렵게 만들어진 의료기기, 사장(死藏)되지 않도록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
Q. 의료기기 개발에 있어 어려웠던 점은
의료기기는 약물과 달리 위약을 이용하는 대조군을 만들기가 힘들고 대단위 환자군을 이용한 임상시험이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전에 사용하던 기기의 단점을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이를 개선한 새로운 기기를 알게 됐다고 가정하자. 이 때 임상시험을 위해 문제가 있는 과거의 기기를 환자에게 사용하면서 새로운 기기와 비교한다는 것은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에게는 윤리상 허락이 안 되는 부분이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기존에 사용하던 외국 의료기기와 비교를 하게 되고 결국 외국 장비를 더 많이 쓰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 의료기기는 약물 임상처럼 동일한 조건의 많은 사례를 할 수가 없는 약점이 있는데 허가 시에는 가능한 많은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논문 여러 편을 요구하니 중소기업으로서는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정부 부처도 환자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Q. 구체적으로 정부에서 지원하거나 마련해야 할 정책을 제안한다면
새로 개발된 의료기기에 대한 적절한 수가 보상이 있어야 한다. 나 또한 중소기업에서 새로운 설비를 만들어 기존의 것보다 월등이 유능한 의료기기를 생산했는데, 기존과 동일 수가를 책정하니 개발하는데 든 비용 만큼 기업이 손해를 봤다. 이렇게 되면 기술이전을 할 좋은 특허가 있더라도 기술이전을 받고 고생해서 새로운 제품을 만들 필요가 없어진다. 정부기관은 멀리 봐야 한다. 의료인과 기업의 개발의욕 저하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과 같다. 국내 기업들도 더 좋은 기기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개발 비용이 그대로 기업에 부담이 된다면 굳이 신제품 개발에 노력할 곳이 있을까. 역시 문제는 좋은 것을 만들어 내는 노력에 대한 적절한 수가체계라고 본다.
Q. 의료인과 의료기기산업계의 상생(相生)에 매우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의료기기를 개발하려는 기업이 개선 또는 개발을 하려는 경우 처음부터 유사한 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의료인과 아이디어 구체화부터 생산까지 같이 진행했으면 한다. 현장에서 사용하는 의료인보다 더 많은 노하우를 아는 의료기기 개발자는 없을 것이다. 애써 만들어 가져온 의료기기가 의료진 요구와 맞지 않아 사장(死藏)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의료기기 시장은 빠르게 변한다. 잠깐 사이에 유사한 기능을 가진 장비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에서는 사용자와 생산자가 서로 협력해야 국내 의료기 시장을 살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