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의료계 원로이자 가정의학과를 국내에 도입한 윤방부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사진]을 만났다.
그는 1943년생으로 여든에 가까운 나이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듯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여전히 의료현장에서 환자와 얼굴을 맞대고 있었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연륜을 토대로 대한민국 의료계가 발전할 수 있는 실현가능한 방법에 대해 지속적인 고민을 이어갔다.
“국내 의료전달체계에 대해 많은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필수적으로 개선돼야 할 숙제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본질은 자꾸 비껴가고 있어 아쉬운 맘이 생깁니다. 단편적인 제도 도입으로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긴 어렵습니다.”
그는 가속화되는 고령화와 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해 현행 의료전달체계 구성에 함몰되지 말고 다른 영역에서의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다.
커뮤니티케어가 화두가 되는 시점, 가정의학과 의사 역할이 더 강조돼야 하고 주치의제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래야만 실질적인 지역사회 기반 의료체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의학과를 국내에 들여온 이유 자체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만성질환부터 중증질환까지 케어할 수 있는 친근한 의사를 두고 이를 기반으로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는 이유죠. 이제야 그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변화해야죠.”
1~3차 전달체계 확립 이전에 영순위 전달체계로 가정의학과 의사들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국이나 캐나다처럼 주치의 개념이 더 명확해져야만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념이 바로 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정부가 고민하고 있는 1~3차 의료기관의 환자군, 질환군 정립과 함께 근본적 영역에서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단과 전문의들이 개원가를 형성한 상황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전달체계에서 일차의료 위치는 상실된 상황이라는 뼈아픈 진단이다.
다만, 지금 당장 바뀔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10년, 20년 단위의 장기적 관점에서 단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직접 경험해보니 일차의료 상실된 상황 안타깝다"
수가 포함 제도적 관심과 지원 절실한 ‘지방 중소병원’
“소위 말하는 대형병원에서만 근무했던 의사가 그렇게 규모가 크지 않은 지방병원에 터를 잡았다는 점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죠.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향에 오고 싶었습니다. 고향이 예선인데 아산은 바로 옆이죠. 지역주민들과 가까이 호흡하고 싶다는 뜻이죠. 남은 인생, 더 진정성있는 의사로 남아야 한다는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선 것입니다.”
그는 1967년 연세대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75년부터 1978년까지 미국 미네소타대학에서 가정의학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귀국했다. 초대 가정의학회 회장을 맡으면서 가정의학 도입과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평생을 연세대 교수로 세브란스병원에 몸담았고 가천대의과대학 부총장직도 수행했다. 다양한 방송활동 등 화려한 경력도 동시에 갖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대전선병원을 거쳐 올해 3월1일자로 천안·아산충무병원재단 회장직을 맡게 됐다.
현재 그가 환자를 돌보고 있는 아산충무병원은 600병상 종합병원으로 지역거점병원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극심한 서울 대형병원 쏠림현상과 지방병원의 한계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알렸다. 대학병원 교수로 재직했을 때는 보기 어려웠던 부분이 보이게 된 것이다.
“불필요한 진료를 억제하고 환자가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시행하고자 굉장히 노력하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경영적 문제를 해소하고 의료 질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가 수가를 더 줘야 합니다. 특히 지방에 위치한 중소병원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지역중심 의료체계를 위해서는 일차의료의 명학한 개념이 형성돼야 하고 중소병원 역할론에 힘을 더 실어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 진료비 청구와 삭감의 틀은 견고한 상태이며, 또 전면 급여화 과정에서는 경영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중소병원에 제도적 지원책이 발동돼야 안정감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가정의학을 도입한 인물로 평가받는 것에 굉장히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광에 힘입어 가정의학과 일차의료, 지방 중소병원의 역할론 등 근본적인 전달체계에 관한 얘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의료의 발전을 위해 많을 생각을 공유할 예정입니다.”
이 같은 발언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치면서 대기하고 있던 스태프와 진료 일정을 조율하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가정의학 1세대, 의료계 원로의 품격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