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가 해외시장에서 그 진가를 인정 받으며 국부창출에 이바지 하고 있다. 무엇보다 병원운영 노하우에 대한 수요가 많아 고효율 수출효과를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년에는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이 현지에 분원을 설립하는 개념이었지만 잇단 실패를 거듭하며 하드웨어가 아닌 의료시스템 수출로 궤도가 수정됐다.
의료시스템 수출에 가장 먼저 눈을 돌린 곳은 세브란스병원이다. 병원은 전자의무기록, 처방전달시스템 등 유비쿼터스 환경의 의료정보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현하며 수출의 물꼬를 텄다.
실제 세브란스병원은 지난 2011년 러시아 사할린시와 디지털진단센터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 한국 의료시스템 수출의 시발을 알렸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병원 브랜드 수출에 성공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중국 이싱시와 VIP 검진센터 합작경영 계약을 맺었다. 명칭도 ‘이싱 세브란스 VIP 검진센터’로 지었다.
재원은 중국 건설회사 중대그룹과 네패스(주)가 투자하며, 세브란스병원은 브랜드를 제공하고 필수 운영 인력을 파견하는 등의 대가로 5년 간 총 500만불 수수료를 받기로 했다.
척추전문 우리들병원의 활약도 도드라졌다. 우리들병원은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터키 이스탄불 등에 병원 및 척추센터를 수출했다.
우리들병원의 해외 진출 특징은 UAE 두바이 우리들척추센터와 같이 자본금 투자없이 의료기술 및 의료시스템 등 무형의 자산만으로 진출하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의료시스템 수출의 고부가가치를 인지한 한국 정부도 해외환자 유치와 함께 국내 의료기관들의 해외진출을 적극 독려했고, 그 결과는 잇단 성과로 이어졌다.
특히 각 병원의 강점을 살린 의료시스템 수출이 봇물을 이루며 의료강국의 면모를 갖추는 모양새다.
실제 보바스기념병원은 두바이보건청의 경쟁 입찰에 선정돼 UAE 두바이재활센터를 위탁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의료진 파견에 대한 수익과 컨설팅 비용을 받고 있다.
심장전문 세종병원도 카자흐스탄에 건립된 심장전문병원에 의료기술과 의료시스템을 수출해 개원 컨설팅 비용과 브랜드 사용료를 받았다.
올해 들어서는 한국 의료기관들의 시스템 수출이 더욱 가속화 되는 모습이다.
‘암(癌)’ 분야 특화에 나선 이화의료원은 지난 1월 중국 허난성에 위치한 2000병상 규모의 인민해방군 153병원과 건강검진 및 암센터 시스템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산부인과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는 차병원그룹도 지난 6월 중국에 불임센터 수출을 확정했다. 현지 기업이 건물과 투자 등을 맡고, 차병원그룹은 기술 로열티와 컨설팅 비용을 받는 조건이다.
일찍이 국내에서 디지털병원의 새바람을 일으켰던 분당서울대학교병원도 사우디에 700억 규모의 병원정보시스템 수출에 성공하며 노하우를 앞세운 외화벌이에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대표 국립병원인 서울대학교병원은 지난 10일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전문병원 위탁 운영자로 선정, 향후 5년 간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
서울대병원은 앞으로 칼리파 병원의 의료서비스 및 의료진 채용뿐 아니라 정보시스템 구축을 포함한 병원운영 전반을 수행할 예정이다.
UAE측으로부터 5년 간 약 1조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받고, 현지에 파견된 교직원에 대한 인건비 1500억원 및 위탁운영 수수료 400억원 등의 측면에서 일자리 및 국부 창출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서울대병원은 1420여명 규모의 칼리파 전문병원 채용 인력 중 약 15~20%를 국내서 선발하며, 나머지는 현지 인력을 채용할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한국의 탁월한 의료수준 및 병원경영 역량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의료시스템 수출은 해외환자 유치와 또 다른 국부창출의 분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