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무(無)전원 혈액 전처리 키트 개발'
김범기 라디안큐바이오 대표
2019.02.15 05:4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우리나라 바이오·헬스산업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론과 낙관론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미국은 물론 중국과의 경쟁에 치이고 규제 장벽에 가로막혀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바이오 분야에 견줄 만큼 고부가가치를 지닌 미래 먹거리를 찾기가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독보적인 기술력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라디안큐바이오는 바이오에 도전하는 기업들에게 하나의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로 개발된 혈액분리 및 전처리 장비를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은 (주)라디안큐바이오는 미국 정부와의 공동개발 추진 및 연이은 수출 계약 실적 등으로 지금까지 85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받았다.

어떤 생존 전략으로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데일리메디가 김범기 대표[사진]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라디안큐바이오의 주력 제품은 전원(電源) 없이 물리적으로 혈액을 전처리하는 기술을 적용한 휴대용 키트 셀큐브(CellQube)다.
 
질병 진단의 95%는 혈액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이 때 혈액은 원심분리기 등으로 백혈구를 분리ㆍ용해하는 세포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한다. 셀큐브는 이 전처리를 5분 내로 할 수 있는 장비다. 검사실이 없는 곳 혹은 응급 상황일 경우 질병 진단에 필요한 혈액 전처리를 간편하게 시행할 수 있다.
 
김범기 대표는 “혈액 전처리가 가능한 현존 장비들은 50억~100억원에 달하며 고가의 시약과 기술력을 갖춘 연구인력 등을 확보해야 운영이 가능하다. 남미와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대륙과 같은 곳에서는 여력이 되지 않는 국가가 많다”며 “특히 전염병이 많이 발생해 빠른 진단이 요구될 경우 현장에서 혈액을 의료기관으로 보낼 때 오염이나 변질 문제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셀큐브 특징은 전기를 비롯해 혈액을 오염시킬 수 있는 다른 물질이 필요 없어 임상 성능이 뛰어나며 기존 장비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회용 키트로 바이오마커를 빨리 찾을 수 있어 현장진단이 필요한 각종 모기전염병과 에이즈 문제를 안고 있는 국가들의 수요가 높다”며 “차후 혈액에서 암세포까지 분리해 내서 DNA 변형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쪽으로 발전시키고자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후 해외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1월에는 인도와 112억에 달하는 수출 계약을 체결했고,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도 100억 원대의 계약이 진행 중이다. 앞으로는 총 40여 개국에서 1000억 이상의 수출 계약을 앞두고 있다.
 
미국 정부에서도 전처리 기술을 인정 공동개발을 제안한 상태다. FDA 제품 등록 및 조달시장 진출 등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혈액을 통한 진단에 반드시 필요한 전처리 기술로는 독보적인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블록버스터 제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술력에 가격도 저렴해 '글로벌 블록버스터' 예상"
“해외서 러브콜 많아-바이오기업도 제2의 삼성 될 수 있도록 최선"
"한번 죽었던 라디안, 직원들 합심(合心)으로 재기한 만큼 사회적 기여 노력" 
 
라디안큐바이오의 전신은 생산 현장에서 사용되는 계측기 전문업체인 라디안이다. 이후 자동제세동기(AED) 사업에 주력하던 라디안은 자회사인 큐바이오센스와의 합병을 통해 바이오 분야로 진출했고 현재는 항암제 개발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예상치 못한 경쟁업체들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이 새로운 변화의 파도를 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며 “바이오 헬스케어는 우리나라에는 반도체 다음의 먹거리다. 이것 밖에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엄청난 투자를 통해 R&D를 지원한 수많은 원천기술들이 서류 안에서만 썩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발굴해 상용화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덧붙였다.
 
라디안큐바이오가 전처리 장비에 활용한 기술 또한 광주과학기술원 양성 교수팀이 개발한 것으로 현재는 수백억 원대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으로 거듭난 셈이다.

김범기 대표는 “나 자신은 기술 쪽 전문가가 아니다. 양성 교수님을 비롯해 전문가와의 협력이 있었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활용하려는 노력을 했다. 직원들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김 대표 표현으로는 라디안은 ‘한 번 죽었던 기업’이다. 2014년 AED 사업 진행 당시 제품 허가가 나지 않아 부도 위기에 몰렸다. 직원들의 우리사주 투자로 인해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그는 “3개월이면 망할 곳 아니냐는 얘기를 들었었다. 지금은 100억 원의 투자를 받는 기업으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성과가 이어지는 중”이라며 “한국도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바이오 산업에서도 제2의 삼성과 같은 기업이 나올 수 있으며 라디안큐바이오가 또한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오 기업으로써 매출 성장 뿐 아니라 사회적인 선순환에 일조하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 바이오 분야 위상을 더욱 높이고 싶다는 게 김 대표 포부다.
 
김 대표는 “혈액이 몸 구석 구석 돌아야 살 수 있듯이 회사의 이익은 직원들에게 돌아가고, 장기적으로 사회에도 환원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철학을 가진 기업이 될 것”이라며 “잠재적 가치를 지닌 기술을 발전시키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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