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사실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 퇴출론을 내세우는 주장은 한 마디로 현실성이 없다. 정치적 목적이 숨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전국 1500곳의 종합병원 중 1200곳 가량은 300병상 이하인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대한지역병원협의회 이상운 의장은 지난 16일 데일리메디와 인터뷰에서 위기에 내몰려 있는 중소병원의 현 주소를 진단하며 "중소병원이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이제는 새로 생긴 병원보다 없어지는 병원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중소병원은 지역사회에 뿌리 내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사회적 안전망과 다름없다.
중소병원들이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의료 공백지역과 의료 소외계층 수요를 충족하는 역할을 해 온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 의장은 "대형병원 집중 현상과 중소병원에 잇따라 부과되는 규제로 그 수는 갈수록 줄어들고 역할마저 축소되고 있다"며 "의원급 의료기관과 대형병원 중간에 위치한 중소병원의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들어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의 기능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비롯해 '퇴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앞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300병상 미만 급성기 병상 공급은 입원 이용과 재입원을 증가시킨다"며 "자체충족률과 사망률을 개선하는 효과 역시 미미하게 나타났다"며 연구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반면,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나 지역거점 의료기관에 의해 공급되는 병상이 많을수록 입원환자 사망과 재입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의장은 "현실에서 엄청난 간극을 무시하고 규제 정책을 펼치기 위해 내세운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현재 종합병원 병상 기준은 오랜 세월 균형을 이뤄왔다. 갑자기 획인적 기준으로 퇴출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신설 병원보다 문 닫는 곳 더 많은게 현실"
"상급종합병원과 상생 모색 강화하고 종별 부합하는 의료전달체계 확립 노력"
여기에 지방의료원의 경우, 공공의료 기능을 일정 부분 수행한다는 측면에서 민간 위주의 중소병원과 단순 비교는 힘들지만 마찬가지로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의료기관들이 궁지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실제 지방의료원 39곳 중 종합병원은 32곳인데 그 중 300병상 미만 기관의 평균 병상 수는 214개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300병상으로 증설하지 않는다고 해서 종합병원에서 퇴출시키고 급성기환자 진료를 못하게 할 수는 없다.
이 의장은 "300병상으로 증설하면 갑자기 환자 진료의 질이 좋아지고 사망률이 낮아질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규제 정책에서 줄곧 불이익을 받아온 중소병원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거듭 말했다.
의료전달체계 쏠림 현상의 심각성은 이미 전 국민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이 의장은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상급종합병원과 각을 세우겠다는 얘기는 아니다"고 선을 긋고 "상급종합병원이 교육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함께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고무적인 것은 지역병원협의회가 지난해 10월 창립총회를 갖고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 이후 정부 당국과 중소병원협회, 병원협회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대목이다.
이 의장은 "전국 320여 중소병원이 뜻을 모아 만든 단체인 만큼 경영 악화를 비롯해 중소병원이 맞닥뜨린 현안을 해결할 것"이라며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해 서로 소통하고 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