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백성주 기자] 룬드벡은 중추신경계(CNS, Central Nervous System) 질환 치료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회사다. 100여년전인 지난 1915년 작은 무역회사로 출발한 룬드벡은 1940년 이후 제약회사로 탈바꿈 했다.
이후 70여년간 룬드벡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더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자 신경·정신과 질환 치료제 연구에 초점을 맞춰 자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파이프라인 역시 CNS 영역에 전력 중이다. 현재 3조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전세계 유일한 CNS 전문 기업으로 성장했다.
"신뢰 바탕 성과낸게 롱런 비결"
한 분야에 집중하는 회사 철학은 한국에서의 대표 선임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 2002년 초대 한국지사 CEO로 부임한 오필수 대표이사[사진]는 현재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에서 첫 손에 꼽히는 대표적 장수 CEO다.
18일 데일리메디와 만난 오 대표는 “1년만 바라보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목표를 가지고 일하려 했고, 이 부분에 대한 신뢰를 얻었다. 이후 한국에서 온 데이터들은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본사에 심어 줬다”고 소개했다.
그는 “투명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부분”이라며 “문제가 있다면 사전에 본사와 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공유해 해당 사안을 선제적으로 대처해왔다”고 말했다.
한국룬드벡은 2010년부터는 직접 본사에 보고를 진행할 만큼 성장했다. 2015년부터 회사가 인정한 전세계 주요 11개국에 포함된 바 있다. 신뢰를 쌓아온 덕분에 지난해 글로벌 구조조정 여파 속에서도 한국룬드벡은 성장을 거듭했다.
오 대표는 “우리는 우리 상황에 맞게 천천히 내실을 다져왔기 때문에 한 번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까지 매년 인원이 늘어났으며, ERP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Q. 룬드벡이 CNS 질환에 집중하는 배경은
A. 룬드벡도 초기에는 CNS 질환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하지만 1950년대 삼환계 항우울제(TCA) 개발 과정에서 CNS 질환 관련 경험을 축적했고 1970∼80년대에 선도적 SSRI인 citalopram을 개발해 덴마크에서 신약 승인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기타 질환 영역을 과감히 정리했다. 이때부터 저희 룬드벡은 오직 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만 전념해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지향점은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본다.
CNS 관련 질환들은 소위 선진국병으로 과거에는 다른 질환들에 비해 국내 관심이 적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에서도 우울증·치매 등을 중심으로 해당 질환들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유럽도 그러하듯 한국에서도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계속해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Q. 오랜 기간 한국룬드벡을 이끌고 있다. 그간 성과와 앞으로의 목표
A. 한국룬드벡은 아시아 지사가 아닌 본사에 직접 보고할 만큼 성장했다. 2015년부터 주요 11개국에 포함되기도 했다. 아마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제약사 중에 한국이 메이저 11 11 국가에 들어가 있는 회사가 많지가 않을 것이다. 2013년부터 지난 5년간 한국룬드벡의 평균 성장률은 17%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평균 성장률을 상회하는 것을 볼 때, 비교적 좋은 성장을 보여준 것 같다.
CNS는 신약이 나오기 어려운 분야다. 안타깝게도 최근 알츠하이머치료제 후보물질 임상이 실패했다. 3상에서 실패하면서 수천억원 날아갔다. 작년 연말 조현병치료제도 3상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해 연구를 중단하기도 했다. 신약과 관련해 두 가지 연구가 실패함에 따라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실망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경·정신과 치료제 개발은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며 CNS 선도 기업으로 자부하는 룬드벡은 실패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 나갈 것이다. 우리가 가진 항우울제는 '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 '브린텔릭스(보티오세틴)' 등 두 개다. 2018년 3분기 기준 국내 항우울제 시장에서 룬드벡 제품의 시장 점유율의 합이 18% 정도 된다. 우리나라 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이 룬드벡 약을 복용하고 있다는 뜻이니 항우울제 시장에서 가장 선도적인 기업으로써 자살 방지 관련해 사회적 책임도 크게 느끼고 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장기 연임 비결과 경영철학이 있다면
A. 결국은 신뢰라고 본다. 1, 2년만 바라보고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일하려 노력했고, 본사로부터 그 부분에 대한 신뢰를 얻었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에서 온 데이터들은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것. 투명한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한다. 문제가 있다면 사전에 본사와 있는 그대로의 내용을 공유해 해당 문제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처해왔다. 항상 직원들에게 과연 한국룬드벡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한국룬드벡이 독자적으로 R&D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본사에서 신약 허가를 위한 글로벌 임상을 진행할 때 한국이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선진국과 비슷한 타임라인으로 신약을 국내에 출시하는 것이 가능해지고, 국내 환자들이 우수한 신약의 혜택을 빨리 접할 수 있게 된다. 결국엔 경험이 많고 본사와 잘 소통할 수 있는 좋은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직원 개인이 본인이 가진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고 그 능력을 꾸준히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성과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대표 의무라고 생각한다.
Q. 다국적제약사에서 한국인 CEO가 갖는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물론 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룬드벡의 경우 덴마크 사람이 GM을 하면 국제적인 네트워크 측면에서 분명히 장점은 있겠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인 대표가 이끌어 가는 것이 회사 문화나 규모 같은 측면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룬드벡은 회사 크기가 크지 않고 전문화된 분야를 맡고 있다. 이 분야에서 오래 활동하다 보니 로컬 전문가나 현지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이는 한국인 CEO이자 내 장점이라고 본다.
신약이 들어올 때도 CNS 전문가로 구성된 우리 임원들이 본사를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 물론 덴마크 사람이 와서 경영을 하는 것에도 이점이 있겠지만, 저희처럼 전문화돼 있는 기업에서는 로컬 시장을 잘 안다는 부분이 분명 더 큰 장점이다. 규모가 큰 기업은 어느 누가 GM으로 오더라도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CNS 분야는 워낙 전문화되어 있기 때문에 한 사람을 대체하려면 본사에서 생각이 많아질 것. 한국인 CEO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한국 시장이 그만큼 커졌다는 이야기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