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는 전공의 복귀했지만 실제로는 봉합 미진"
허윤정 단국대병원 외상외과 교수
2025.10.20 05:09 댓글쓰기



단국대병원 권역외상센터 외상외과 전문의 허윤정 교수가 저서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 인세 수익금 1000만 원을 최근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기부했다.


올해 3쇄까지 발간될 정도로 독자들에 인기있는 에세이 수익금 기부 


'또다시 살리고 싶어서'는 외상센터 24시간을 기록한 에세이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환자를 살려낸 이야기가 생명존중 가치를 일깨우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허 교수는 출간 이유에 대해 "처음엔 혼자만 간직하고 싶던 이야기였다. 환자 경험이 너무 사적인 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재해로 다치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법이 새로 제정돼도 현장은 변하지 않았다. 다쳐서 오는 분들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이고, 언론에 호소할 여력도 없다. 그런데 이런 일이 너무 반복돼서, 대신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나서 글을 썼고, 출판사가 그걸 보고 책으로 내자고 했다"고 말했다.


책은 올해 3쇄까지 발간될 정도로 독자들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바로 의정갈등 때문이다.


허 교수는 "출간을 앞두고 의대 증원 정책이 발표되면서 대규모 사직 사태가 벌어졌고, 여론도 의사들에게 싸늘했다. 현장에 남은 저희 같은 의사들도 '묻지마 비난'의 대상이 됐다. 출판사에서도 '지금은 내지 말자'고 했고 10개월 정도 미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원래 진짜 환자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쓰기 시작해 완성했는데 연말에 다시 연락이 왔을 때 마음이 완전히 지쳐 있었고 책을 쓸 때 마음이 아닌 것 같았다. '계약금을 물어줄 테니 내지 말자'고까지 했다"고 당시 상황을 털어놨다.


그러나 출판사 설득에 다시 마음을 돌렸다.


허 교수는 "출판사에서 '다시 환자와 의사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이런 책이 필요하지 않겠댜'고 하더라.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제 마음을 담아 제목을 바꿨습니다. 처음엔 '또 다시 살려내겠습니다'라는 결의에 찬 마음이 담겨 있었는데, 이제는 '살릴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담겼다"고 밝혔다.


"의정사태 끝나지 않아…내부 상처 여전히 남아 있어"


허 교수는 "의정사태 상처는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고 답답함을 피력했다.


이어 "대학병원 필수과에 남아 있는 의사들은 사실상 개인 삶이나 영달을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남은 이유는 사람을 살리는 보람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까지 싸잡아 욕을 먹으니 정말 회의감이 들었다. 남은 마지막 동력마저 다 말라버린 느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무엇보다 의료계 내부 분열을 가장 아픈 문제로 꼽았다.


그는 "교수와 전공의, 스승과 제자 사이 신뢰가 무너졌다. 각자 서로를 이용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저는 '그만두고 나가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고 가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서 전공의들 목소리를 들었고 최선을 다해봤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의사들, 학생들과 소통을 하다 보니 끈이 이어지고 희망이 보이더라. 그래서 요즘은 이들과 미래를 이야기하는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권이 바뀌자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이 철회되고 지난달 상당수 전공의가 복귀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한 상황이다.


허 교수는 "지금은 겉으로는 다 복귀했지만, 실제로는 봉합이 잘못된 상태다. 갈등을 치유하지 않은 채 정상화됐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권에 따라 바뀌는 정책의 연속성에 대해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의정사태를 계기로 필수과 의사들이 환자를 볼 때 무엇이 장애물이 되는지 열심히 이야기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여당과 야당이 바뀌니 또 다시 제자리다. 지금은 다시 얘기하기도 지치고 무기력한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의사 줄세우기식 통계가 진료현장 더 무너뜨려, 실제로 쉬는 외상센터가 그 실례"


최근 김윤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권역외상센터별 환자 수·사망률’ 자료에 대해서도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 교수는 "그건 학생들도 논문에 못 쓸 저질 통계다. 이미 같은 의사라고 생각하지 않은 지는 오래됐지만 학자로서도 이렇게까지 밑바닥일 줄은 몰랐다. 어디 가서 예방의학자라고 말이나 안 하고 다니셨으면 좋겠다"며 "센터마다 인력, 예산, 자원, 환자 구성도 다 다른데 '이 병원은 몇 명 죽였다' 식으로 줄을 세운다. 국민들은 1등, 꼴등만 본다. 그렇게 자극적인 데이터는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더 떨어져 나가게 만든다. 진짜 묻고 싶은 건 '왜 인력이 없는가'인데, 그런 고민은 안 한다"고 지적했다.


단국대병원 외상센터 인력 구조가 단적인 현실을 보여준다.


허 교수는 "우리 병원은 외상 전담 전문의를 포함해 외과·흉부외과·신경외과 전담의가 12명이다. 이 12명이 24시간 당직을 한 달에 8~10개씩 선다. 주 100시간 가까이 일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중간 정도 수준이다. 인력이 더 부족한 센터들은 '쉬는 날'이 있다. 외상센터에 쉬는 날이 있어선 안 되는데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인력 쏠림도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사람이 많은 곳은 당직이 적고 삶의 질이 높다. 신규 인력도 꾸준히 들어온다. 반대로 지방은 24시간 근무 후 낮 근무까지, 30시간 연속 근무가 흔하다. 후배들이 '어디 가면 좋을까요?'라고 묻는데 나는 차마 '우리 병원으로 오라'고 못 한다"고 말했다.


"외상센터 거점화 정책도 예산 문제로 두 곳만 키운다고 하는데 답답"


보건복지부의 '외상센터 거점화(레벨링)' 정책 변화에도 쓴소리를 했다.


허 교수는 "몇 년 동안 연구용역을 하며 '레벨1 센터 6~7개, 레벨2는 분담'으로 결론이 났는데, 정권 바뀌자 '2곳만 우선 지원'으로 바뀌었다. 예산이 부족해서라고 한다. 그럼 나머지 센터는 어떻게 버티라는 건가. 이미 2년을 겨우 버텼다"고 토로했다.


이어 "두 곳이면 수도권 대형병원만 들어갈 거다. 인력과 자원이 몰려 있는 곳이니까. 그럼 지역은 더 무너질 거다"라고 우려감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교수는 지역의료를 여전히 지키고 있다.


그는 "아버지가 천안에서 30년 넘게 지역 주민들을 돌보고 있어 충남 지역에 애정이 깊다"며 "비전형적인 걸 좋아해서 처음 외상센터를 선택했는데 단국대병원은 지방이지만 외상환자도 많고, 연구와 교육을 병행하는 의사들이 있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단기 과제는 버티는 것이고 장기 목표는 평범함 지속"


그는 외상센터의 현실을 바꾸려면 "팀이 오래 버틸 수 있는 환경부터"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사 한 명이 환자를 살릴 수는 없다. 간호사, 코디네이터, 진료 지원 인력들이 팀을 이루는데 다들 과로 상태다. 국가가 최소 인건비만 보전하고, 병원은 그 이상을 쓰려 하지 않는다. 팀이 오래 버틸 수 있게 여건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장기 목표는 단순하다. 허 교수는 "소송 걱정 없이, 가정에 소홀해지지 않으면서, 환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대단한 꿈은 없다. 그냥 다리에 힘이 없어 수술대에 못 서게 되는 날까지 이 일을 평범하게 계속하고 싶다"고 전했다.


인터뷰의 말미 그는 국민들에게 진심을 담은 당부를 남겼다.


허 교수는 "'환자 수용 거부', '응급실 뺑뺑이' 같은 단어가 너무 자극적으로 쓰인다. 하지만 현실은 '지금 당장 수술해줄 의사가 없거나 침대가 없는 상황'이다 그럴 땐 수용 가능한 병원으로 가는 게 환자를 살리는 길이다. 그 절차를 '환자 거부'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 환자를 받기 싫어서 받지 않는 의사는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시스템을 제대로 설계해서 환자가 즉시 옮겨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지금처럼 119 구급대원 개인 재량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모두가 불행해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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