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개발에서 인공지능(AI) 역할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가 성과를 내는 것을 지켜보느냐, 혹은 지금 도전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 순간에도 많은 인재들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4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제약산업 미래’ 정책토론회에서 권진선 일동제약 책임연구원은 이같이 말하며 "신약개발의 새로운 트렌드인 AI 기술을 보유한 국내 인재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 기술이 각광받는 많은 분야 중 제약계는 IT나 금융계에 비해 비교적 연봉 수준이 낮다”며 “AI에 대한 국내 제약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신약개발에서 유망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AI 기술 도입을 위해 이미 팔을 걷어붙였다.
미국에서는 올해부터 정부주도로 보스턴과 샌프란시스코 등지에서 정부-제약사-벤처기업 간 AI기반 신약개발 컨소시움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후발주자로 나섰다.
이날 토론에 참석한 엄보영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본부장은"세계 각국에서는 국가별 특성을 고려해 인공지능과 관련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원천기술을 개발한 후 민간에 이양해 시장주도 원동력을 수행하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민관협력 차세대 AI 발전계획위원회를 지난 2017년 11월 설립해 3년간 1000억 위안(약 18조원)의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와 인력양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일본은 저성장, 고령화 극복을 위한 국가 경제 사회 혁신의 수단으로 AI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 연구 거점 마련 및 195억엔을 투자해 개방형 AI R&D 플랫폼을 구축했다.
특히 정부가 개입해 본격적으로 AI 기반 신약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은 2025년까지 AI 기반 신약개발의 일인자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중국의 IT 공룡이 AI 기업 인수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권 연구원은 “AI 기반 신약개발은 이미 전세계적인 트렌드”라며 “2020년도 말에 첫 신약개발 사례가 발표될 예정인데, 그러면 지금보다 전체 투자금 규모가 5~10배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 당국의 강한 규제도 문제점 중 하나로 꼽았다. 일례로 개인정보보호법이 유연한 중국의 경우 시간당 10억 건이 넘는 정보가 생산될 수 있는 환경인 반면, 우리나라는 이와 같은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AI기술을 다루는 인재들이 한국행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해외의 경우 정부-제약사-AI 업체가 긴밀한 협력구조를 가지고 유연한 개발환경을 만들고 있다”며 “한국 역시 이러한 협력체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