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인공임신중절 수술 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정부가 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분류해 자격정지 1개월을 할 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된 대응 조치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직선제 산의회)는 오늘(28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임신중절 수술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의료관계행정처분규칙 일부 개정안을 공포하며 형법 270조를 위반해 낙태하게 된 경우 자격정지 1개월에 처한다고 예고했다.
형법 270조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등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한 경우 징역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직선제 산의회는 28일 성명을 통해 “OECD 국가 중 23개국에서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고, 형법상 낙태죄를 규정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사회·경제적 정당화 사유로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고 있는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직선제 산의회는 이번 고시가 사회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추진된다는 점도 비판했다. 이미 수많은 임신중절 수술이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서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 없이 의사에 대한 처벌 강화만을 목적으로 하는 고시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공임신중절 의약품인 미프진 등이 불법 유통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어, 임신중절 수술의 비도덕적 행위 분류보다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직선제 산의회는 “우리는 임신중절수술 합법화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낙태죄 처벌에 대한 형법과 모자보건법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다. 또 헌법재판소에서 낙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소원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입법미비 해결에 노력하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의사에 대한 행정처분을 유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직선제 산의회 김동석 회장은 “임신중절 수술을 하게 되면 행정처분 1개월인데 누가 수술을 하겠는가”라며 “당초 8월 헌법재판소에서 낙태죄의 합헌여부 결정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현재 미뤄지고 있는 상태로 언제 헌재 결정이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헌재 결정이 미뤄지면서 정부와 국회가 행정적·입법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러한 노력 없이 무작정 임신중절을 비도덕적 의료행위로 규정하며 의사들을 옥죄려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외국도 많은 나라에서 낙태죄에 대한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대개 임신 12주에서 16주까지 허용이 되고 있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의사들은 낙태를 하겠다, 말겠다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건강권이 달린 문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