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학회평가를 통해 194개 학회 중 23개 학회가 학술활동 미비로 경고를 받았다. 코로나로 재정이 열악해져 활동이 축소된 것으로 생각된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15일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3 대한의학회 학술대회, 소통과 공감 그리고 한 걸음 더‘를 통해 학회 현황의 기조 강연을 발표했다.
정지태 회장은 “현재 대한의학회도 경상비 한계로 신규직원 채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존 직원은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의학회 외연 학대도 한계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과거 의학회는 연구비 수주 등으로 학회의 운영을 이어갔지만, 최근 학회간의 연구비 경쟁 강화로 점차 이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의학회만 마주한 상황은 아니라는 평가다. 194개에 이르는 학회들도 이제는 존폐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는 진단이다.
주요 학회들은 창립 80년을 향해가는 시기지만 학회의 노쇠화, 인간으로 따지면 고령화를 겪는 사례에 비유하며 새로운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과거 국내를 대표했던 조홍, 상업, 한일, 외환은행이 역사에 뒤안길로 사라진 사례를 언급하며 은행과 대학교도 망하는 선례에 비춰 학회도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194개 회원학회 중 20년 후 몇 개가 살아남아 있을지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국내 수많은 은행과 대학교도 부도 및 폐교를 겪은 만큼 학회도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이슈 투쟁일변 버리고 장기적 대응 필요”
대한의한회 차기회장인 연세대의대 정형외과 이진우 교수는 두번째 기조 강연을 통해 최근 이슈로 떠오른 의대 정원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의사가 모든 걸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은 인정받지 못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투쟁 일변보다는 장기예측 계획을 토대로 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또 의료 시스템 변화에 맞춰 원격의료에도 능동적 대처를 주문했다.
이진우 차기회장은 “PA 허용 불가, 의대정원 확대 불가 등 모든 일을 의사가 한다는 생각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며 “수요 예측과 협력을 바탕으로 현실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차기회장은 의사인력 수급 정책의 고려 사항으로 ▲기피전문 과목 지원 ▲의료취약지역 수급 유인책 ▲커뮤니티케어 등 의료 정책의 변화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을 꼽았다.
이를 토대로 보건의료인력 종합 계획에 보건의료 인적 자원, 관계 당국과 관련 조직,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을 종합 고려한 이해 관계자의 참여 필요하다는 조언했다.
특히 필수의료 위기론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어느 순간 의사들도 필수의료를 제공치 못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필수 의료의 문제 대응책은 ▲기피전문 과목지원 대책 ▲국민 건강권 문제 ▲의료수가·지역 분포도 문제 ▲적정전문 과목별 의사 수 추산 ▲의료사고 법적 부담 경감방안 마련 등이다.
이 차기회장은 “필수의료 위기 대응은 특정 단체가 아닌 정부 주도의 해결이 필요하다”며 “특히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부담 경감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극단적인 법적 경감보다는 임상진료 지침 준수 시 법적 부담을 경감하는 방안이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현실적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