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전공의 3000명이 사라졌다. 문제의 발단은 거기서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전공의는 주 80시간 이상, 연속근무 36시간 이상 금지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주 88시간까지, 연속근무 40시간까지 가능하다.
그런데 대한전공의협의회의 2022년 전공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0여 명의 전공의 중
과반수가 24시간 초과 연속근무(65.8%)와 4주 평균 주 88시간 초과 근무(52%)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년차일수록 당직이 몰린 구조가 두드러졌는데,
특히 인턴(수련의)은 84.4%가 24시간 초과 연속 근무를, 75.4%가 주 80시간 초과근무를 했다고 응답했다.
"의료 현장에서 전공의 1명 대체시 필요한 전문의 최소 2명"
전공의가 수행하고 있는 막강한 근무강도는 열외로 치고라도 단순히 근무시간만 가지고 계산할 때 만약 의료현장에서 전공의 1명을 전문의로 대체한다면 최소한 전문의 2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만약 전공의 3000명이 한꺼번에 사라진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 전문의 6000명을 대체 투입해야 간신히 현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년의 통계를 보면 전공의 수는 2013년 1만2,338명으로 정점을 찍고 2022년 9,637명으로 확연히 줄어든 것을 볼 수 있다. 대형병원을 가동하는데
핵심인력인 전공의가 2,701명, 거의 3천명 가까이가 불과
10년사이에 사라진 것이다. 이로 인해 의료현장이 아수라장으로
변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수련기간이 1년인 인턴(수련의) 숫자가 유지되는 것을 보면 전공의 숫자가 갑작스럽게 줄어든 것은 전공의 정원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좀더 정밀하게 분석해봐야 하겠지만 아마도 일부과에서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바꾼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수련기간이 줄어들면 전체 전공의 숫자는 자연스럽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금년 6월 대한의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전공의 지원 현황과 대책’이라는 세션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대한내과학회 수련이사인 아주대병원 김대중 교수는 “3년제 전환 후 내과 전공의 지원율은 상승했지만 대학병원에서 일할 인력은 오히려 줄었다”며 “3년제로 수련기간을 단축한 결정이 잘못됐다”고 발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진료과 3년제 전환 후 전공의 공백 확연, 수련 백업 시스템도 부실"
현재 지도전문의보다 전공의 수가 적고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 중증도는 올라가는데 일할 전공의 인력은 줄었다고 한다. 줄어든 전공의 공백이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니 의료현장에선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감소한 전공의 인력을 전문의로 채우겠다는 게 내과학회 방침이었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며 “3년제 시행 이후 고년차 전공의가 저년차를 지도하는 수련 백업 시스템이 사라졌다. 지도전문의인 교수가 사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회는 전공의를 줄이고 전문의로 대체하겠다고 계획했지만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학회가 의사를 고용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을 운영하는 쪽과 학회가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급격한 인력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 대형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은 전체적인 의사 부족 때문이 아니라는 말이다. 4년 수련을 3년 수련으로 바꾸면서 생긴 전공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논의의 핵심이 돼야 하는데 정부가 이때다 하고 의대정원을 늘리겠다는 것은 전체 의사를 볼모로 잡겠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의사 부족하지 않다는 근거 제시하는 의료계 주장, 간과하지 않기를 바랄 뿐"
지금 대한민국엔 의사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동네의원 중에서 제일 잘 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안과, 피부과조차도 환자 감소 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안과는 2012년 의원당 외래 환자수가 2만2,118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 추세이며 2022년 외래 환자수가 1만9,257명까지 떨어졌다.
피부과도 2004년 이후 환자 감소추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4년 1만6,709명이었던 의원 외래환자는 2022년 1만4,120명으로 -15.5%를 보이고 있다.
의사는 근거를 가지고 환자를 치료하는 전문가다.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수많은 근거를 제시할 때엔 귀담아듣기를 바란다. 의사 인력정책 오류로 생긴 일시적 공백사태를 전체 의사 부족으로 몰아 의대정원을 확대하면 미래 우리 모두에게는 재앙이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