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혁신의료기기 그리고 '가치 기반 의료'
안병은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혁신산업위원회 AI분과장
2026.02.01 19:43 댓글쓰기

[특별기고] 2006년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포터(Michael E. Porter) 교수는 저서 ‘의료 재정의(Redefining Health Care)’를 통해 ‘가치 기반 의료(VBC)’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의료 시스템 핵심 목표가 환자에게 높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하며, 이 가치는 환자 건강 성과를 개선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의미한다고 정의했다.


진료 양이나 단순한 접근성보다 환자가 실제로 건강을 회복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성과를 중심으로 의료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전(全) 세계 보건의료계에 거대한 철학적 이정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후 약 20년 여정은 VBC가 지향한 이상과 현실 사이 간극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환자 예후를 장기적이고 연속적으로 측정할 기술적 수단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고, 지불체계 역시 ‘과정’과 ‘빈도’에 보상하는 행위별수가제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포터 교수가 강조한 환자 중심 비용 측정 체계로의 전환은 치료 전(全)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실제 비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가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 인프라는 오랫동안 미비했다. 설계도는 존재했지만 이를 구현할 재료와 도구가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효용성 중심으로 이동하는 '글로벌 지불 체계'


최근 들어 이런 환경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는 의료 서비스나 기기 ‘제공 여부’가 아니라 해당 개입이 환자 건강상태와 예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상 체계에 점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ACCESS(Advancing Chronic Care with Effective, Scalable Solutions)와 같은 정책 흐름은 만성질환 관리에서 치료 성과 중심 접근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사례다.


원격 환자모니터링(RPM)과 원격 치료모니터링(RTM) 수가체계 정착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IoT 기반 의료기기와 소프트웨어가 생성하는 데이터를 활용해 환자 상태 변화를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임상적 개입 효과를 관리하는 구조다.


보상 논리가 ‘기기를 사용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관리로 이어졌는가’에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3월 발표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을 통해 성과 기반 보상 지불제도 개혁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난이도와 위험도가 높은 필수의료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가치 기반 지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CMMI(CMS 산하 혁신센터)와 PTAC(의사 중심 지불모델 기술자문위원회)가 의료 제공자가 직접 지불 모델을 설계토록 지원한 사례는 정책 방향성과 실행 속도 측면에서 참고할 만하다. 이런 변화는 의료기기산업과 의료 서비스 제공자 모두에게 중요한 신호를 던진다.


의료기기 가치는 더 이상 단일 시점의 판매·도입으로 완결되지 않으며, 환자 건강 결과 개선에 얼마나 지속적으로 기여했는지로 입증돼야 한다는 요구가 제도적으로 강화되고 있다.



AI가 여는 VBC 구현 기술적 조건


제도 논의와 함께 인공지능(AI) 발전은 VBC 구현을 가로막던 기술적 제약을 해소하는 결정적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주목받는 세 가지 흐름은 의료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한다.


첫째는 임상 연구 방법론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월드 모델(World Model)’ 도입이다. 환자 특성을 반영한 가상 시나리오, 즉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복잡한 인체 기전을 디지털 환경에서 모의 실험하는 접근이다.


물론 물리적 세계와 생물학적 복잡성을 완벽히 이해하는 월드 모델이 완성되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신중한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존 임상 연구 시간과 공간적 한계를 보완하고, 의사 결정의 정밀도를 높일 잠재력을 지닌다. 의료기기 개발과 검증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둘째는 MAI-DxO(MS 의료 AI 진단 오케스트레이터)를 중심으로 한 멀티 에이전트 환경 확산이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지난해 6월, 영상·병리·진료기록 등 분절된 의료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의료진 의사결정을 최적화하는 MAI-DxO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이는 단순 진단 보조를 넘어, 여러 전문 AI 에이전트가 협력해 최적의 치료 경로를 제시하는 ‘의료 에이전틱 AI(Medical Agentic AI)’ 출현을 의미한다.


의료진은 이제 수많은 AI 서포터들의 전문적인 조언을 실시간으로 종합,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그 가치를 발휘하게 될 것이다.


셋째는 피지컬 AI를 통한 지능형 의료기기 보편화다. 고도화된 의료 AI는 웨어러블 센서, 지능형 보조 장치, 정밀 로보틱스 등 물리적 기기에 직접 탑재되고 있다.


기기 자체가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반응함으로써 병원 밖 일상에서도 단절 없는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는 예방적 개입을 통해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VBC 핵심을 실현하는 실질적 도구가 된다.



선제적 이해와 성과 중심 평가 고도화


혁신 기술 방향성은 예측에 있다. 사전 모의 실험과 통합 분석, 조기 징후 파악이 준비돼가는 지금, 남은 과제는 이 거대한 흐름을 수용할 제도와 평가 체계를 어떻게 현대화할 것인가에 있다.


최근 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한 의료 AI 투자 확대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자본 투입만큼 중요한 것은 제도와 산업이 혁신 기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다.


이제는 의료기기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을 넘어, 해당 기술이 실제 환자 예후를 얼마나 개선했는지를 평가의 핵심 지표로 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혁신의료기기가 창출하는 가치를 정교하게 측정하고 이를 수가와 연동하는 지표 고도화를 서둘러야 한다. 환자 상태 개선이 의료진과 기업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의료생태계 전반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기술과 정책이 함께 그리는 의료 미래


지난 20년이 가치 기반 의료라는 원대한 철학을 정립하고 그 타당성을 검토해 온 인내 시간이었다면, 향후 미래 시간은 AI와 혁신의료기기라는 강력한 실행 도구를 통해 그 가치를 증명해 내는 실천의 시간이 될 것이다.


미국 역시 가치 기반 의료 정착을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러닝 스테이지(Learning Stage)’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장 자율성을 보장하고 데이터 기반 보상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머지않아 의료 질(質) 향상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확실한 효용성으로 나타날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투자 효용성에 대한 믿음과 과감한 실행력이다. 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 및 의료 현장 전문성을 존중하는 세밀한 지표, 산업계의 끊임없는 혁신이 삼박자를 이룰 때 비로소 진정한 VBC 시대가 열린다.


단기적 비용 통제 유혹에서 벗어나 의료 질(質) 향상을 위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적 준비는 이미 시작됐다. 이제 정책과 현장, 산업이 함께 이 전환을 신중하면서도 담대하게 이끌어갈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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