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민간보험사의 건강보험 자료 제공 요청을 심의한 결과, 미승인 결정을 내렸다고 15일 밝혔다.
최근 교보생명 등 6개 보험사는 건보공단에게 보험상품 개발을 목적으로 의료데이터 제공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달 심의에서 한 차례 결정이 유보됐는데, 지난 14일 다시 열린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에서도 미승인 결정이 난 것이다.
이와 관련, 공단은 "정보 주체, 즉 국민들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가 ▲과학적 연구 기준에 부합하는가 ▲자료제공 최소화 원칙에 적합한가라는 세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심위위원회에서는 국민 이익 침해에 관련해서는 합의된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민간보험사에서 자료요청한 6건의 연구목적은 계층별 위험률 산출을 통한 보험상품 개발에 있는데, 이 목적이 가입자를 배제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국민을 포괄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심의위원들 입장이 갈려 합의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과학적 연구 기준 부합 조건은 충족하지 못했다. 공단은 "민간보험사에서 요청한 연구계획서는 선행연구 검토나 연구가설이 제시되지 않았고, 환자를 주상병만으로 정의하였으며 단순 발생률 및 유병률 산출만을 기술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청문과정에서 민간보험사는 학술지 투고와 같은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검증(peer review) 절차 수행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연구의 경우 회사 단독으로 연구진을 구성하기보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학계나 공공연구소 연구진과의 협업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자료 제공 최소화 원칙'에도 부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익명정보로 해결할 수 있는 연구에 가명정보를 제공하면 안 되는 것이 원칙인데, 이번 민간보험사 요청 자료는 익명화된 집계표 형태로 충분히 달성 가능했다"고 밝혔다.
더 나아가, 계층별 단순 발생률 및 유병률 정보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익명화된 집계표 형태로 공단으로부터 민간보험사에 제공돼 오고 있었다.
보험사들은 그간 전체 상병 대분류별 통계, 심뇌혈관질환 및 암 등 주요 중증질환뿐 아니라 난청, 온열질환, 백내장 등 단일질환 통계까지 성별‧연령 별로(심지어 1세 단위까지) 제공받아 왔으며, 일부 수술‧처치 관련 통계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공단은 "민간보험사는 공공데이터를 제공받아 자체적으로 상품개발에 활용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투명한 공개를 통해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학술지 등 학계의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고, 아울러 대학‧공공연구소 등과의 협업연구를 통해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에 의료데이터 제공을 요청한 보험사들은 연구계획서를 보완, 의료데이터 사용 승인을 재신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