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수첩]
최근 의료데이터를 향한 보험회사들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으로 보험사가 헬스케어 및 마이데이터 관련 자회사를 소유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여기에 가속화를 내기 위한 데이터 확보에 나선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에 데이터 이용 승인 신청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선 지난 6월 KB손해보험과 KB생명보험 등 국내 보험사가 심평원의 데이터 활용을 목적으로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에 제출한 연구계획서가 승인된 상태다.
더불어 건보공단에도 교보생명 등 5개 보험사가 계층별 위험률 산출을 통한 보험상품 개발을 목적으로 가명의 의료데이터를 요구한 바 있다.
그러나 심평원과 달리 건보공단 국민건강정보 자료제공심의위원회는 이들의 요청을 미승인하기로 결정했다. 연구계획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를 두고 여론은 팽팽히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공단이 '시대착오적'이라며 비판을 던진다. 정부가 데이터 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단이 이에 발맞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공공데이터를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데 공단이 도움을 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은 "건강보험 강화가 아닌 민간보험 활성화에 앞장서는 정부 행태에 큰 우려를 표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건보공단 입장은 어떨까. 외부 관심이 쏠리면서 공단은 보험사들의 자료요청이 미승인된 이유를 밝혔다.
이번에 보험사들이 요청한 데이터는 '익명'이 아닌 '가명' 정보로 보다 자세한 것이다. 공단 심의위원회는 “보험사가 계획서에 밝힌 대로 질병발생률이나 유병률을 위해 데이터가 필요한 것이라면 기존의 익명정보로도 연구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더욱이, 보험사들은 이미 익명 형태의 데이터는 정보공개청구 요청 등으로 제공받고 있었다. 지난 8월을 기준으로 하면 보험사 정보공개청구는 전체 청구건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간 보험사들은 전체 상병 대분류별 통계, 심뇌혈관질환 및 암 등 주요 중증질환뿐 아니라 난청, 온열질환, 백내장 등 단일질환 통계까지 성별‧연령별로, 일부 수술‧처치 관련 통계도 제공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보면 공단 행보가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민간 기관 데이터 제공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민단체에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다.
또한 보험사의 헬스케어 산업 추진에 장애물이 된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미 수많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기존의 틀을 활용해 의료데이터를 확보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다. 공단 심의위원회 또한 수많은 정보 제공 요청을 심의하고 있다.
게다가 보험사가 의료데이터 수집을 통해 손해율을 줄이고 보험 가입자를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남는다.
공단에서는 “계층 선별의 목적이 정보주체인 국민을 배제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국민을 포괄하기 위한 것인지에 대한 심의위원들의 입장이 나눠져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보험사에서 이 같은 우려 쇄신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이상 국민들에게 더 나은 보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신산업 개척을 위해 데이터가 요구된다는 주장에는 힘이 실리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