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팬데믹 공포 촉발 ‘코로나19’
메르스 후 5년만에 찾아온 무서운 불청객으로 전세계 마비
2020.04.10 06:24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민식기자/기획 1] 대한민국이 멈췄다.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대구·경북 확진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각 시·도에도 산발적으로 집단감염 사례가 나타났다. 학교에는 휴교령이, 길거리에는 한산함이, 사람들 사이에는 우울감이 덮쳤다.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에서의 코로나19 유행은 가뜩이나 대외요인에 취약한 우리를 옭아매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각국은 우리나라에 빗장을 걸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국민들은 힘을 냈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의료진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이 줄을 이었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온정의 손길이 건네졌다. 고사리 손에 쥐어진 마스크 몇 장이 경찰관에게 전해졌고, 공보의들의 땀이 확진자를 끌어안았으며, 일반 국민들의 염원이 온 나라를 밝혔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현실은 여전히 어둡다. 하지만 우리는 오지 않은 봄을 재촉하기 위해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편집자주]

 

약 5년 전인 2015년 5월20일 국내에서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다. 당시 국내에 제대로 된 감염병 대응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던 상황에서 메르스는 186명의 확진자와 39명의 사망자를 남기고 그해 연말이 돼서야 자취를 감췄다.

메르스가 한국을 강타하고 5년이 지난 2020년 이번에는 코로나19가 중국을 건너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금년 1월20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50여 일이 넘어선 3월16일 0시 기준으로 확진자는 8236명, 사망자는 75명으로 메르스 당시 수치를 훌쩍 넘어섰다.

게다가 이전의 메르스와 달리 코로나19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전세계적으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며 18만여 명의 확진자와 7000여 명에 이르는 사망자가 발생한 상황이다.

결국 WHO는 최근 1968년 홍콩 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역사상 세 번째로 팬데믹을 선언했하기에 이르렀다.

코로나19는 앞서 한국을 찾았던 사스, 메르스 등과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동물과 사람에게 호흡기 질환과 소화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특히 사람에게는 아데노바이러스, 리노바이러스 등과 함께 감기를 유발하는 3대 바이러스다. 전자 현미경으로 관찰해보면 입자 표면이 왕관과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어 라틴어로 왕관을 뜻하는 ‘코로나’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코로나19는 사스, 메르스 등이 그랬듯이 박쥐로부터 유래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사스는 중국 관박쥐로부터 사향고향이를 거쳐 인간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메르스 역시 이집트 무덤박쥐를 숙주로 삼고 있던 바이러스가 낙타를 거쳐 사람에게 넘어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코로나19도 박쥐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간 숙주동물을 통해 인간에게까지 전파됐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감염자의 비말을 통해 전파되며 고농도의 에어로졸에 장시간 노출됐을 경우에도 감염 위험이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코로나19는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종류임에도 치명률과 전파력에서는 이전의 사스, 메르스와는 상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2003년 전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사스는 8096명의 확진자 중 774명이 사망해 10% 정도의 치명률을 보였다. 2012년 인류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메르스는 세계적으로 30% 가량의 치명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는 현재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이긴 하지만 치명률은 약 3~4% 정도로 메르스에 비해 낮은 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고령층과 기저질환자에게서는 비교적 높은 치명률을 보이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3월 31일 0시 기준 국내 치명률은 1.7%지만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급격히 상승한다. 60대는 1.78%, 70대는 7.07%고 80대 이상은 18.55%에 달한다. 사망자 162명 중 92.6%가 60대 이상이다. 또한 사망자 162명 대다수가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였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 162명 대부분 기저질환자…심장질환·당뇨 등 다수

기저질환은 ▲심장질환 등 순환기계 질환이 62.7%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당뇨병 등 내분비계 질환 46.7% ▲치매 등 정신질환 25.3% ▲호흡기계질환 24.0%(중복 가능) 순 이었다.

이처럼 기저질환이 있을 경우, 면역 기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코로나19에 감염돼면 폐렴이 발생하고 2차 감염 및 중증 폐손상 등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커져 치명률도 높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 학회들은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우선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대한당뇨병학회는 최근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검사를 받고 입원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학회는 “이제까지 코로나19로 사망한 환자들의 기저질환 분석 결과 당뇨병 뿐 아니라 합병증으로 생각되는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며 “고령 당뇨인을 우선적으로 검사하고 치료한다면 전체 사망률을 감소시키고 코로나19에 대한 효율적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는 사스와 메르스 발병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전세계적인 대혼란을 유발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발병이 확인된 후 한 달여가 지난 뒤, 진원지인 우한시가 위치한 후베이 지역을 봉쇄했으며 중국에 이어 확진자 및 사망자 증가세가 가장 가파른 이탈리아는 국토 전역에 이동제한과 휴업령을 내리는 등 민주주의 국가로서 보기 드문 조치를 내렸다.

이 외에도 각 나라들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타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 혹은 금지하는 등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적으로 전례 없는 조치들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낮은 치명률에도 불구하고 전파 과정에서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들에서 볼 수 없었던 특이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무증상 감염·전파로 방역 어려워 전세계 확산

최근 연구에 따르면 바이러스 전파력을 반영하는 기초감염 재생산지수(R0)는 코로나19의 경우 2~3정도로 메르스  0.4~0.9에 비해서는 높지만 사스 2~5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이전 코로나 바이러스들과는 다르게 무증상 감염 가능성이 있으며 감염 이후 무증상 혹은 경증일 때 전파력이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확진자를 조기에 걸러내 격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확진자 중 검사 이전에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은 사례가 많아 방역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본인이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감염자들은 무방비 상태로 장기간 더 많은 사람들과 접촉하게 된다.

실제 독일의 뮌헨미생물학연구소 연구진이 최근 ‘medRxiv’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소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분석 결과 증상이 가벼운 환자 7명은 체내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감염 후 5일 이전에 정점을 찍었다.

감염 1~5일 사이 채취한 표본 1개당 평균적으로 67만6000개의 바이러스가 검출됐으며 바이러스가 가장 많았던 감염 4일째 경우는 표본 1개당 바이러스 수가 7억1100만 개에 달했다.

이는 사스 최대 바이러스 검출량인 표본당 50만개에 비해 1400배나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중앙임상TF 방지환 팀장은 “코로나19의 경우 초기에 바이러스가 많이 나와서 초기부터 전파력이 높아 우려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한 언론을 통해 “감염내과 전문의를 겸손하게 만드는 바이러스다. 보통은 병이 심해질수록 전파력이 강해지는데 코로나19는 초기에 전파력이 강하다”고 말해 방역을 어렵게 하는 특성을 지적했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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