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출신 의원들, 국회 첫 청문회 '날 선 비판'
이주영‧김선민‧김윤, 현장경험 살려 '의대 2000명 증원' 허점 등 지적
2024.06.28 05:06 댓글쓰기

지난 26일 의료대란 관련 첫 국회 청문회에서 정부와 의료계는 평행선을 달렸지만, 의사 출신 의원들의 날카로운 주장은 사안의 첨예함을 다시금 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특히 참고인으로 출석한 의료계 인사들도 정부 측 주장에 강하게 반박하며 2000명 증원 근거 부실의 일부 단면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주영 "전공의들 개인 의지로 행동, 자기결정권 금지 근거 있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료계 비상상황 청문회에서 여야 위원 통틀어 유일하게 의대 증원 반대 입장을 내비친 이주영 위원(개혁신당)은 정부에 전공의 공백에 대한 대책과 그들에 대한 강압적 태도를 중점적으로 지적했다.


이주영 위원은 "전공의 공백은 2024년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의대생들도 이 상황을 모두 봤기 때문에 내년에만 전공의 지원이 없을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향후 수년에 걸쳐 이어질 전공의 미충원 대책이 복지부 차원에서 존재하냐"고 물었다.


이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전공의 공백은 한 해로 그치지 않고 파급 효과가 굉장히 크다"고 동의하면서도 "전공의들이 복귀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현 시점의 명확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이 위원은 또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해 각종 행정명령을 내린 것에 "전공의들 사직 형식이나 복귀 현황, 그리고 연대 형태가 부재한 점을 보면 모두 개인 의사로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가 전문분과 수련을 포기하겠다는 자기결정권을 금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직업 선택의 자유를 국가가 침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해달라"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지난 2월 19일부터 이틀에 걸쳐 1만3000여명에 가까운 전공의들이 일시에 빠져나갔다. 이는 통상적인 개인의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위원이 "차관 판단인 것 같은데, 그에 정확한 법적인 근거나 객관적 사실에 대한 확인이 있었나. 현행 의료법에 이탈 규모에 대해 규정돼 있나"라고 다시 묻자 박 차관은 "대부분 그렇게(개인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의료법에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해(危害)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때로 규정돼 있다"고 답했다.


이 위원은 이밖에도 공보의 배치에 대한 구체적 대안 및 2000명 증원에 따른 인적‧물적 자원 조달 계획 부재 등을 지적했다.


김선민 "과거 늘 회의록 챙겼던 복지부, 왜 의대 증원 회의록은 작성이 안됐나"


김선민 위원(조국혁신당)은 정부의 증원 규모 결정 근거와 과정에 대해 수차례 의문을 제기했다.


김 위원은 "왜 하필 2000명 증원일까 의문이다. 30년 의료정책을 했던 저로서는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증원 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민들은 심지어 '이천공'이라는 말까지 공유하고 있다. 저도 믿지 않습니다만 오죽 이해하기 어려웠다면 이를 사실처럼 여기겠나"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의대 증원을 논의한 회의록이 없는 것을 언급하며 "제가 심평원장이던 시절 청와대와 업무협의를 했었고, 복지부에서 늘 회의록을 챙겼다. 그런데 지금은 대통령실과 중요한 의대 증원을 논의하는데도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복지부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장관이 취임해서 복지부 운영 방침을 방만하게 바꾼 건가"라고 따졌다.


김 위원은 또 "의대 정원 확대를 찬성하는 저도 과거 의대 시절 경험을 떠올리면 과연 교육이 제대로 될까 걱정이 매우 크다"며 참고인으로 출석한 양은배 의평원 수석부원장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에게 기초의학 교수 충원에 대한 현실을 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양은배 수석부원장은 "2000명 증원으로 인해 의대 교육에 상당한 우려가 예상된다. 특히 강의실 문제뿐만 아니라 기초의학 교수와 임상교수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욱 부회장도 "교수는 재정을 투입한다고 어느 날 갑자기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굉장히 놀라운 세상이다. 의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의대 교수인데 의학교육을 담당하지 않는 분들이 의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세상이 됐다"라고 꼬집었다.


김윤 "의대 정원, 지역에 부족한 의사 수 비례해서 배정하지 않아"


의대 증원에 적극 찬성했던 김윤 위원(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청문회에서 수가 및 지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했다.


김윤 위원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는 원인으로 정부가 정확히 보상하지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수술은 100원을 투입하지만 건강보험에서는 81원을 준다. 반면 검체검사 등은 원가가 100원인데 건강보험에서 135원을 준다"면서 "진료과목별로도 이런 문제가 똑같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2년 뒤 보상률 격차를 현저히 개선해 수가 때문에 기피과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냐"며 "정부가 공개하지 않고 있는 진료과 간 건보 수가 원가보상률 자료를 국민과 의사가 알도록 해달라"고 채근했다.


이에 박 차관은 "수가 불균형과 낮은 정확도 문제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면서 "의료개혁특위에서도 관련 논의를 하고 있고, 2년 정도 작업해 그때부터는 상대가치점수 개편 주기를 2~3년에 한 번 손보게 하고, 이게 정착되면 매년 수정하겠다"고 답했다.


김윤 위원은 의대 증원분 배정에 대해서도 "우리나라를 55개 의료생활권으로 나눠 지역 환자들이 그 지역 내에서 치료받는 비율을 보면, 충북지역이 전남지역에 비해 인구가 더 적은데도 의대 증원은 2배 이상 많이 배정됐다"며 "이는 지역에 부족한 의사 수에 비례해 의대 정원을 배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50여개 의료권역이 행정구역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라며 "그것을 일치시켜 정원을 배정하기 위해서는 의대 신설 등이 필요한데 현재 여건상 9개 거점국립대 위주로 큰 폭의 증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윤 위원은 "병상 수급 계획을 세울 때도 지리적 단위는 중진료권이다. 그러면 지역의 부족한 의사 수에 비례한 의대 정원의 배정도 행정구역이 아닌 중진료권을 기준으로 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겠느냐. 검토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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