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 한국 치료내시경 '소송 남발' 위태
학회 "합병증·무과실 의료행위 처벌 등 법적 사안으로 젊은의사들 기피"
2024.07.05 05:47 댓글쓰기

"우리나라 치료내시경은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하지만 현재 관련 의료소송 남발로 후진국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감도 매우 크다."


조광범 대한소화기내경학회 학술위원회 이사(계명대동산병원 소화기내과)는 4일 세계소화기내시경학술대회(ENDO 2024) 기자간담회에서 필수의료로 자리 잡은 치료내시경 기피 현상을 막기 위한 '무과실 의료사고처벌 면제‧감경' 적용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소화기내시경학회(KSGE)와 국제소화기내시경네트워크(IDEN)가 WEO(World Endoscopy Organization)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4차 세계소화기내시경학술대회(ENDO 2024) 및 제14차 IDEN(국제소화기내시경네트워크)로 국내에선 최초로 열린 대회다.


이 같은 국제적 의미를 가진 자리에서 치료내시경과 관련한 무과실 처벌방지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것은 그만큼 임상 현장에서는 시급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조 이사는 “내시경은 이미 임상에서 진단뿐 아니라 치료내시경으로 활발하게 사용된다. 최소침습적 수술로 치료내시경의 불가피한 합병증 등에 대한 법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국제적 위상을 선도하는 비교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소청과 폐과 선언 등 영향으로 소청과 지원이 급락한 것처럼 내시경 관련 법적 문제가 늘어날수록 신규 인력 유입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조 이사는 “국내 내시경 기술이 세계를 선도하지만 법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오히려 우리가 해외 국가들에 배워야 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현재 국제적 위상 등 최상의 수준이지만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치료내시경 세부전문의 확대 및 수가 인상 절실


장재영 총무이사(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역시 조 이사 의견에 동의했다.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법적 적용 여부는 차이는 있지만, 최소한 무과실 의료행위에 대한 처벌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치료내시경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세부전문의 확대와 대국민 홍보 강화의 필요성도 제언했다.


장 이사는 “치료내시경의 경우 최소 침습적수술 합병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전문의는 합병증 대처하고 치료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인지해야 하기에 제대로 배운 내시경을 세부 전문의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내시경 세부전문의 비율은 전체 내과 중 20~30%에 그친다. 국민들 역시 내시경검사 받을 때 내시경 세부전문의 존재를 몰라 문의하는 환자들이 극소수에 그친다는 토로다.


장 이사는 “치료 내시경 수술 후 천공 등으로 송사에 휘말려 민사소송 10억원을 당하면 월급쟁이인 대학병원 교수는 관련 수술을 더 이상하지 못한다”며 “의료수가도 너무 낮아 젊은 의사들 기피가 심하다”고 호소했다.


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내시경 수가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 대비 5배를 보장받고 있다.


내시경세계대회→국내 내시경 국제적 입지 확인 계기


박종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조직위원장,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이번 세계대회를 토대로 미국 및 유럽과 함께 우리나라가 3강체계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종 이사장은 “이번 대회는 IDEN 2024와 통합 개최돼 아시아 학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할 예정이다”며 “국제학회로 위상을 공고하고 소화기내시경학회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학회로 미국소화기내시경학회(ASGE) 및 유럽소화기내시경학회(ESGE)와 견줄만한 위치를 확고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ENDO 2024에는 전 세계 90개국 소화기내시경 전문가 2500여명(해외1000명)이 참석해 267편의 초청 강연을 포함해 1083편(65개국)의 논문 발표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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