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오너가 모녀-형제 '경영권 분쟁' 재점화
송영숙·임주현 "전문경영인 체제 재편"…임종윤 사장 "법적대응" 예고
2024.07.05 05:28 댓글쓰기



일단락되고 있던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았다. 지난 3월 임종윤·임종훈 형제 편에 섰던 한미사이언스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돌연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모녀 편에 섰다.


의결권 공동 행사로 모녀 측이 최대 주주 지위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임종윤 사장이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반발하면서 향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은 지난 3일 주식매매계약과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약정 계약(의결권공동행사약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모녀 지분 6.5%(444만4187주)를 사들였으며, 세 사람 합산 지분은 약 35%가 됐다. 가족과 우호 지분까지 더하면 한미사이언스 전체 의결권 과반 수준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회장, 파트너 '형제→모녀' 심경 변화


한미약품 오너일가의 갈등은 지난 1월 모녀 측이 상속세 마련을 위해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모녀 측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19.85%, 형제 측의 지분율은 19.37%로 양측 차이가 근소해 지분 12.15%를 보유한 신 회장이 경영권 분쟁의 '키맨'이 됐다.


신 회장은 지난 3월 형제의 편에 선다는 입장을 밝히며 "기업가치가 더 이상 훼손되기 전에 이제라도 주요 주주로서 명확한 의사표현을 통해 회사 발전과 주주가치 회복 및 제고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임종윤, 종훈 형제가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를 안정시키는 동시에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과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후속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를 바란다"며 "중차대한 과정에서 대주주 일가 모두 참여와 관계 정상화도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형제 측은 임시주총을 통해 신 회장을 이사진에 합류시키고, 측근들로 이사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형제 측이 상속세 재원 마련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사모펀드를 통해 지분 매각을 시도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신 회장의 심경에도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사장, 계약 통해 상속세 재원 마련


오너일가는 고(故) 임성기 전 회장이 지난 2020년 8월 별세하면서 한미사이언스 주식 2308만여 주를 상속받아, 5400억 원 규모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송 회장이 2200억 원, 임종윤·종훈·주현 세 자녀가 각각 약 1000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한다.


이들은 상속세를 5년간 분할해서 납부하기로 해 지난 3년간 이를 납부했으나, 아직 2644억 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700억 원 규모의 4차 납부 기한이 지난 3월까지였으나, 가산금을 내고 11월까지 납기를 연장한 상태다.


다만, 모녀 측은 신 회장과의 계약을 통해 상속세를 납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모녀 측은 오는 9월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면 약 1644억 원을 받게 된다. 모녀가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약 1500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송 회장 측은 "이번 계약으로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게 됐으며,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의 정당한 주식 가치 평가를 방해했던 '오버행 이슈'도 해소할 수 있게 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임종윤 사장 "법적 조치 등 모든 조치 다 할 것"


임종윤 사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통해 "법·제도 전문가들과 함께 법적대응을 포함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임 사장은 "코리 홍콩의 상장 전 지분투자(Pre IPO) 과정에서 구주를 매각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임 사장은 코스닥 상장사인 디엑스앤브이엑스(DXVX)와 홍콩 코리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임 사장은 모녀 측이 밝힌 전문경영인 선임,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 체제 유지 방침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송 회장은 "한미약품그룹은 기존 오너 중심 경영 체제를 쇄신하고 현장 중심 전문경영인 체제로의 재편, 사업 경쟁력과 효율성 강화를 통해 경영을 시급히 안정화할 방침"이라며 "대주주는 사외이사와 함께 참여형 이사회를 구성해 회사 경영을 지원하고 감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임 사장은 "대표이사 선임은 이사회에서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위해서는 임시주총을 개최하고 등기이사를 새로 선임해야 하는데, 현재 이사회 과반이 형제 측 인사들로 구성돼 있다.


다만, 한미사이언스 지분 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모녀 측에 힘을 실어줄 경우 이사회 과반 탈환은 어렵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지난달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 안건이었던 임종윤 후보 등 3명을 한미약품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건에 대해 반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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