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약 독려 심평원·직무유기 식약처 ‘책임 없나’
의사들 “비용대비 효율성만 추구·사태 악화시킨 행정편의주의” 비판
2018.10.18 19:30 댓글쓰기

의료계에서는 발사르탄 성분 논란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저가약을 독려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관리업무를 소홀히 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꼽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지난 7월 7일, 유럽의약품 안전청의 발표에 따라 고혈압 치료제로 사용되는 원료의약품 중 발암 우려가 있는 중국산 원료의약품 ‘발사르탄’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확인됐다며 판매중지 및 제조중지 219개 품목을 발표했다.

이어 이틀 후인 9일에는 104개를 제외한 115개 품목을 최종적  으로 판매 및 제조·수입 중지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식약처장을 직무유기로 엄중히 문책하고 값싼 원료로 이익 최대화에만 전념 중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의 약가제도 타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협에 따르면 생물학적 동등성시험과 원료의약품 안전성 문제에 대해 더 엄격한 기준을 마련하고 임의 대체조제를 금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의협은 “현 생동성 시험은 오리지널 약 대비 80%~125% 범위에 포함되면 통과돼 버린다. 경우에 따라 생동성 시험이 조작된 의약품도 있어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아울러 환자에 따라 약효가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대체조제는 엄격히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의협은 “식약처장과 관련자를 직무유기로 문책하고, 저가약 처방을 강요한 심평원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더해 의협은 “저가약 인센티브제도 역시 폐지돼야 하며 제네릭 약물을 해외 대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적정수준으로 결정하는 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은 복용 중인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제를 의사에게 확인 받을 것도 권고했다. 의협은 “약국이 의사 처방에도 불구하고 다르게 대체조제할 수 있다. 처방약이 잠정 판매제조 중지 목록에 없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며 “고혈압 환자는 자신의 복용약을 진료 의사에게 가져와 확인받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지역의료계·학회도 정부 비판

지역 의료계를 비롯해 의료 일부에서도 정부의 정책 및 직무 유기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라남도의사회는 지난 7월 성명서를 통해 “중국원료 발사르탄 제제 사태를 주말에 갑작스레 접한 국민들, 특히 600만 고혈압 환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 불안에 빠졌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식약처는 각성하고 책임을 져야하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주말에 해당 사안을 발표해 대체혈압약 처방을 원하는 환자들은 주말 내내 약을 복용하지 못했으며 월요일 오전에는 약 처방을 교체하기 위해 의료기관에 몰리는 등 환자의 건강이 우려되는 초유의 혼란이 발생했다는 지적이다.

전남도의사회는 “식약처의 약품 인허가를 믿고 해당 의약품을 처방했던 의사들은 식약처의 근본적 문제와 미숙한 업무처리에 대해 개탄과 분노를 금치 못했다. 최우선적인 국민건강을 위해 빠른 공동대응과 지침으로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남도의사회는 문제 원인으로 식약처의 미숙한 업무처리 및 심평원의 비용대비 효율성만을 극대화한 약가결정 구조를 꼽았다.

전남도의사회는 “의약품 원료에서 부작용까지 안전관리와 인허가를 관장하는 식약처가 이번사태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하고 미숙한 업무처리로 인해 혼란이 가중됐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재발 방지와 책임을 물어 식약처장을 포함한 관련자들을 엄중히 문책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전남도의사회는 “이번 사태의 근원적 원인인 정부의 비용대비 효율성만을 극대화한 잘못된 약가결정구조의 의학적 원칙에 따른 재정비를 즉각 실시하고 현행보다 엄격한 기준의 생동성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또한 현재 시판되는 모든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원료의약품의 즉각적인 안전성 전수 재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남도의사회는 “심평원의 저가약 인센티브제도는 즉각 폐지돼야 하며 약사들의 조제 기록부 부재로 인한 실태 파악을 개선해야 한다. 제각각인 환자 상태와 제네릭 의약품 효능을 고려해 성분명처방과 대체조제 주장 역시 근절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회장 김한수) 역시 최근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를 사용한 고혈압약 판매·제조 중지 과정에서 정부의 조치 과정 및 정책상 문제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했다.

식약처가 안전성의 문제가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판매·제조중지 명령을 내린 뒤 일부 품목에 대해 다시 판매 중지를 해제하는 등 혼선을 자초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상순환기학회는 “정부의 안일한 조치로 인해 병의원에서는 정상적인 진료가 어려울 만큼 환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며 “의약품 승인 후 정부의 관리·감독 소홀로 불거진 이번 사태의 해결을 병의원에 떠넘겨 불신을 조장하고 진료에 차질이 생기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임상순환기학회는 “이번 사태는 무분별하게 복제 의약품을 승인함으로써 양질의 의약품 공급이 아닌 저가 의약품 공급을 유도함에 따라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근거가 부족한 적정성 평가 등으로 병의원을 줄 세우고 저가약 인센티브 등을 통해 양질의 의료를 방해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임상순환기학회는 “정부는 심평원의 적정성 평가 등을 이유로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저가 복제의약품 처방을 조장하는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상순환기학회는 “나아가 이번 사태는 사실상 정부의 저가약 권장 정책에 맞물려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성분명 처방과 임의 대체조제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라며 “성분명 처방은 결국 저가의 저품질 의약품만 양산해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임상순환기학회는 앞으로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고 이번 사태 해결에 앞장서며 향후 관계당국의 후속 조치를 주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문제없는 제품까지 판매 중지 정부…피해 제약사 ‘한탄’

아울러 식약처가 발암 가능 물질을 함유한 것으로 추정됐던 82개 사의 고혈압약 219개를 점검한 결과, 처음 발표와 달리 46개 제약사의 104개 제품에서는 문제 성분이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판매 중지를 뒤늦게 해제하기도 했다.

판매 중지가 해제된 제품은 경보제약 ‘노발탄정’, 대한뉴팜 ‘뉴발탄정’, 조아제약 ‘더블포지정’, 파마킹 ‘디사르 정’, 우리들제약 ‘바르디핀정’ 등이 있다.

졔약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주말에 급하게 발표한 것도 모자라 문제가 없는 제품까지 판매중지 품목에 포함해서 제약사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상황이 됐다. 추후 판매 중지를 해제하긴 했지만 이미 제품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으로 변해 타격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발사르탄 논란으로 의협 및 지역 의료계에서 ‘성분명처방’ 불가를 주장하고 나서자 의사와 약사 간에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의사단체에서는 이 문제의 원인이 대체조제 근거가 되는 ‘생동성시험’에 있다며, 복제약(제네릭)을 약국에서 임의로 골라 조제하는 ‘성분명처방’이 안 된다는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약사단체 측에선 “의사들이 특정 제약사의 상품을 처방 하는 행태의 위험성이 입증된 것”이라고 반박하며, 의·약사 간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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