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 30년 이립(而立) 고대구로병원 다짐
김우경 병원장 '돈 아닌 환자 위한 진료 모토로 미래 300년 기약'
2013.08.30 20:00 댓글쓰기

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자신의 체험에 바탕을 둔 나이를 술(術)했다. 그 중 학문의 기초를 확립한 시기인 이립(而立). 공자는 비로소 나이 30에 접어들어 확고하게 도덕 위에 서서 움직이지 않는 마음을 세울 수 있었다. ‘30’이라는 나이는 뜻에 따라 나아가되 구하는 바를 얻고 이를 굳게 지켜 어떤 것으로도 움직이지 않음의 시작을 전주하는 상징이다. 올해로 개원 30주년을 맞는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역시 이립(而立)의 나이답게 확고한 뜻을 세우고, 변화를 위한 시동을 자신했다.

 

 

술기로 일군 비약적 발전

 

말 그대로 ‘의료 불모지’였다. 변변한 병원 하나 없었다. 그럼에도 수익성이 높지 않은 탓에 병원들은 선뜻 이 곳을 선택하지 못했다.

 

1983년 9월 1일.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사는 동네’라는 우스게 소리가 나올 정도로 낙후된 서울시 구로 지역에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들어섰다.

 

주변 여건만 놓고 보면 ‘판단 착오’가 분명했다. 하지만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은 개원 이후 묵묵히 서울 서남부 지역의 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며 입지를 다져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대 구로병원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열악한 주변 여건이었다. 공장 밀집 지역인 탓에 산업재해 환자가 많았고, 이들의 치료성과는 명성으로 이어졌다.

 

실제 1987년에는 열 손가락이 잘린 환자의 손을 세계 최초로 모두 접합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수부 손상 치료의 메카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명성이 알려지면서 수도권은 물론이고 지방에서까지 환자들이 찾아왔다. 전국구 병원의 시동을 건 구로병원은 향후 환자군 다양화에도 성공하며 비상(飛上)을 거듭했다.

 

밀려드는 환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하면서 병원은 1990년 600병상으로 증설했다. 이 후 잇따라 병원을 증축했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破竹之勢)였다.

 

하루가 다른 변화에 환자나 직원들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변화의 정점은 2008년이었다. 구로병원은 1600억원의 거금을 투자해 숙원사업이던 신관을 신축하고 첨단 의료장비를 대거 도입하는 등 그랜드오픈을 알렸다.

 

고대구로병원, 너는 내운명

 

이러한 병원의 비약적 성장을 유독 남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바로 김우경 병원장이다.

 

김우경 병원장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1기로, 구로병원이 문을 열었던 1983년 레지던트 2년차로 업무를 시작해 30년 간 병원과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함께한 뼛속까지 고대구로인이다.

 

인생의 절반을, 의사생활의 전부를 이 곳에서 보낸 그에게 고대 구로병원의 역사는 곧 자신의 역사이자 발자취였다.

 

때문에 그는 매사에 주인의식으로 임했고, 병원장이 된 이후에는 직원들에게 그 의식을 전수하며 구로병원의 발전을 이끌었는지 모른다.

 

실제 이러한 주인의식은 김우경 병원장의 경영철학에도 그대로 투영됐다. 그는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도 의료진과 직원들에게 ‘돈’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경영을 책임져야 하는 수장인 만큼 성과와 수익에 대한 고민이 당연지사였지만 그는 절대 조직원들을 채근하지 않았다.

 

진료과별 수익률 성적표를 들이밀며 책임을 묻는 대신 자발적 동력을 극대화 시키는데 주력했다. 조직원들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했다.

 

전략은 주효했다. 김우경 병원장 취임 후 경영수지는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고, 고려대학교의료원 산하 병원 중 최고 수익률을 기록했다.

 

고대 구로병원의 선전 덕일까? 고대의료원은 얼마 전 400억원에 달했던 부채를 모두 상환하며 튼실한 재정력을 과시했다.

 

경사는 겹쳐서 찾아왔다. 30주년이 되는 올해 고대 구로병원은 연구중심병원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며 임상과 함께 연구력에서도 공신력을 인정 받았다.

 

빼어난 경영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지역에 소재한 탓에 저평가 돼 있던 병원의 위상도 단숨에 급상승했다. 국내 병원계에 고대 구로병원은 더 이상 2류가 아니었다.

 

성장과 발전, 아직도 목마르다

 

과히 ‘폭풍성장’의 30년 역사였지만 고대 구로병원은 자축 보다는 미래 300년에 대한 설레임이 더 커 보였다. 뚜렷한 지향점은 연구중심병원의 위상에 걸맞는 ‘연구’로 잡았다.

 

SCI급 논문을 많이 쓰는 일차원적 연구가 아니다. 향후 국가 신성장동력의 주축을 이루기 위해 산업과 의학을 접목시켜 성과를 이뤄내는 연구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병원은 현재 수행하고 있는 대형 국책과제인 의료기기, 백신, 재생의학, 항암치료제를 4대 중점 연구분야로 선정하고, 연구조직을 정비하는 한편 인력과 인프라를 대거 확충했다.

 

특히 보건과학대 생활의공학과, 방사선학과, 치기공학과, 식품영양학과, 물리치료학과, 환경보건학과를 비롯해 약학대학, 공과대학 교수진이 공동연구에 참여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복안이다.

 

연구분야 전문역량을 키우는 동시에 인접해 있는 디지털단지를 비롯해 국내외 유수 연구소와 다국적 기업, 대학 등과의 외부 연구 인프라와 체계적인 네트워크도 구축할 예정이다.

 

그렇다고 임상을 도외시 하지는 않는다. 병원은 현재 내년 개원을 목표로 200병상 규모의 암병원 신축 공사를 한창 진행중이다. 암병원은 철저한 다학제진료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뿐만 아니라 암병원이 완공되면 현 철골주차장 부지에 300병상 규모의 혈압, 당뇨, 간, 소화기, 신장 등 만성질환 전문병원과 산학연구센터도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현재 연구동을 경증 수술환자들이 하루 만에 진료, 검사, 수술, 입퇴원을 원스톱으로 받을 수 있는 특성화병원으로 변모시킬 예정이다.

 

또 신관, 본관은 다학제진료의 메카로 발전시켜 진료, 연구, 산업이 집중되는 160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메디컬 콤플렉스 조성이 고대 구로병원의 미래 300년의 마스터플랜이다.

 

김우경 병원장은 “지난 30년 동안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지만 현실에 안주하기 보다는 향후 써내려 가야할 미래가 더 중요하다”며 “고대 구로병원의 성장과 발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고대 구로병원 마스터플랜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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