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와 병원의 대표단체들이 수련환경 개선 선포식 무산을 놓고 네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행사가 수포로 돌아간 것을 상대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모양새다.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 28일 오후 7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었다.
대외적으로 수련환경 개선 의지를 알려 서로 간 신뢰를 회복하자는 취지였다. 이를 위해 양 단체는 그 동안 선언문 문구를 논의해 왔다.
하지만 선포식 당일 오후 2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행사 불참과 함께 무기한 유보를 선언하면서 예정됐던 선포식은 무산됐다. 선언문에 ‘강제성’ 문구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이유다.
전공의협은 “병협이 수련지침의 강제성 부분에 끝까지 동의하지 않았다”며 “수련환경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은 만큼 선포식의 의미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무리 좋은 제도도 지켜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라며 “그 제도를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규제와 통제 등 강제성이 동원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문배 회장은 “강제화는 법제화가 아니라 미이행시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하지만 병협은 스스로의 권리를 내려놨다”고 병협 책임론을 제기했다.
조만간 발표될 전공의 수련환경 모니터링 평가단의 개선안에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게 전공의협의 입장이었다.
전공의협의 선포식 유보 선언과 비난에 대해 병협은 즉각 반박했다. “전공의협의 ‘억지춘향’식 주장으로 선포식이 결렬됐다”며 유감의 뜻을 전했다.
병협은 “선포식은 수련환경 개선에 공감하고 함께 노력하자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으로, 강제, 규제, 감시 등의 개념을 포함하는 것은 기본 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평가단에서 아직 결론나지 않은 개선방안에 대해 병협이 임의로 ‘강제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병협은 “현재 평가단의 수련환경 개선안 일부 조항에 이견이 있는 만큼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개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상대를 비난하고 애써 준비한 선포식을 무산시킨 것은 책임없는 행동”이라고 일침했다.
한편 전공의협이 요구한 선언문 문구는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지난 2009년 제정된 전공의 수련규칙 권고안이 이행될 수 있도록 강제화 방침을 마련하고, 평가단의 지침이 나오면 강제지침 하에 감시와 규제를 통한 모니터링으로 철저히 지켜나가도록 노력한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