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면작업 중 폐암 걸린 대위···국방부 '회피' 의혹
상이연금·국가유공자 거부···김종대 의원 “사고시 軍 입증해야”
2018.04.15 15:31 댓글쓰기

군에서 6년간 보호 장비도 없이 석면 더미에서 근무하던 유모 대위가 지난 달 말 폐암으로 사망했다.

국방부와 국가보훈처(이하 보훈처)는 "폐암 발병이 석면과 인과관계가 없다"며 상이연금 지급 및 국가유공자 등록 거부 소송을 벌였으며 국방부는 유 대위의 근무시간을 축소하려한 정황마저 드러났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국방위원회)이 국방부·보훈처·유족 등으로부터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육군 통신병과 소위로 임관한 유 대위는 6년간 보호 장비도 없이 매주 2~3차례 석면이 들어간 천장 마감재를 뜯고 통신선 설치 및 보수작업을 수행했다.

2014년 7월 가슴에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뒤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유 대위는 흡연을 하지 않고, 음주도 하지 않으며,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1등급 판정을 받았다.

8촌 이내 친족 중 폐암에 걸린 사람도 없었으며 일란성 쌍둥이 동생은 군 복무 기간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폐암이 발생하지 않았다.


육군은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공무수행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공상 판정 후 퇴역 처분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보훈처는 상이연금 지급과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했다. ‘군 복무 중 석면 노출과 원고의 폐암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 대위는 석면과 폐암 발병의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국방부와 보훈처를 대상으로 2년 간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다.

병상에서 폐 조직을 떼어내 미국 연구기관에 보내고, 근무했던 부대의 석면을 직접 구해 감정을 의뢰했다. 감정 결과 천장 마감재 석면 함유량은 5%, 2009년 기준치 0.1%의 50배였다.


국방부는 재판 중에 유 대위의 석면 작업 시간을 축소하려한 정황마저 드러났다. 고인이 실제 수행한 업무량과 달리 수도방위사령부와 27사단에 남아 있는 업무기록은 단 9건에 불과하기 때문에 유 대위가 초과 근무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결국 유 대위와 함께 근무한 병사들이 나서 초과 근무 사실을 증언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유 대위가 2년 넘게 모은 자료를 근거로 ‘근무 당시 석면분진이 발생했는데도 군에서는 방진 마스크 등의 보호장구를 지급하지 않는’ 등 유 대위의 폐암 발병 책임이 군에 있음을 밝히며, 지난 해 6월 국방부에 상이연금 지급을 명령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보훈처는 유 대위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하며 행정재판을 이어갔다. 보훈처가 유 대위의 국가유공자 등록을 거부한 사유는 국방부와 동일했지만, 재판부의 상이연금 지급 결정을 수용하지 않고 기존 주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로 인해 유 대위의 심리적 부담이 가중됐고, 결국 최종 판결을 일주일 가량 앞둔 지난 3월 26일 세상을 달리했다.


김종대 의원은 “그동안 보훈 정책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군인을 책임지겠다는 자세로 수립했던 게 아니라 주어진 예산에 맞춰 보훈 대상자를 최소화하는데 급급했다”면서 “그 결과 국가는 유 대위에게 폐암이라는 1차 가해, 행정소송이라는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질타했다.


이어 “군에서 다치거나 병을 얻어도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입증해야 하는 매우 높은 문턱을 제거하기 위해 군인연금심의위원과 보훈심사위원의 현장 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정책을 개진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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