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공보의제도…‘실효적 해법’ 마련 시급
수급 불균형이 단순 인력난 넘어 ‘지역의료시스템 총체적 붕괴’ 초래
2026.04.04 18:44 댓글쓰기

[기획 4]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급 불균형이 단순한 인력난을 넘어 지역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로 이어지면서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각계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회, 의료계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나서서 제도 근간을 뒤흔드는 파격적인 대안을 쏟아내고 있으나, 정작 현장 젊은의사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여전히 안갯속이라는 지적이다. 


최우선적 대책은 입법을 통한 ‘복무기간 획기적 단축’


2026년 현재 신규 의과 공보의 수급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며 보건지소 기능 마비가 현실화된 시점에서 제시된 다양한 해법들은 부처 간 이견과 현실적 한계 등에 가로막혀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 거론되는 대책은 입법을 통한 복무기간의 획기적 단축이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병역법 및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핵심은 36개월인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이고 훈련을 복무기간에 산입하는 것이다. 이는 현역병(18개월)과의 복무기간 차이가 2배를 넘어선 상황에서 공보의 지원 유인책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한다. 


특히 2025년 기준 현역 입대를 선택한 의대생 수가 2,800명을 돌파하며 공보의 수급이 ‘제로’에 가까워진 현실은 입법적 결단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시사한다. 


현역 입대 의대생 폭증, 수급 제로 우려


실제로 2025년 기준 현역 입대를 선택한 의대생 수가 2800명을 돌파하며 공보의 수급이 제로에 가까워진 현실은 입법적 결단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시사한다. 


권정택 중앙대 의대 교수는 기초군사교육 기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인 복무는 39개월에 달한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 복무기간 괴리를 지적했다. 가장 유력한 대책으로 논의되는 복무기간 단축에 힘을 더한 발언이다. 


박재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장도 의대생 약 60% 이상이 복무기간이 24개월로 단축될 경우 공보의나 군의관을 선택할 의향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소개하면서 “복무기간 단축이 가장 강력하고 즉각적인 수급 회복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방부와 병무청은 타 병역 종류와의 형평성과 전체적인 병력 자원 감소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어, 국무조정실 차원의 부처 간 조율과 정무적 판단이 관건으로 꼽힌다.


우호석 국방부 보건정책과장은 복무기간을 1년 단축할 경우 기존 인력 유지를 위해 매년 1.5배 이상 신규 인력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현재 의대 정원 체계 내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국무조정실 차원 부처 간 조율과 정무적 판단이 관건으로 꼽힌다.


경제적 처우 개선 급선무, 업무활동장려금 상향


경제적 처우의 전면적 재편 역시 해법 단초가 될 수 있는 핵심 사안이다. 


2026년 확정된 병 봉급 인상안에 따라 병장 실수령액이 월 205만 원 시대를 열면서 전문직인 공보의 처우는 상대적으로 ‘역전당했다’는 박탈감이 극에 달해 있다. 


이에 대안으로 현재 중위 1호봉 수준인 기본급을 대폭 인상하거나 지자체별로 지급하는 업무활동장려금 하한선을 현재 90만 원에서 최소 200만 원 이상으로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본급 인상…업무활동장려금 상향 평준화


낙도나 오지에 근무하는 공보의들에게는 민간의사 임금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파격적인 특수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여기에 노후화된 관사를 전면 개보수하거나 주택 바우처 제도를 도입해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젊은 의사들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첫걸음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 유지환 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 회장은 “해풍이 부는 오지에서 난방비 지원조차 안 돼 텐트를 치고 자는 공보의가 속출하고 있으며, 진료실 내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된 채 모든 법적 책임을 공보의 개인이 떠안는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시니어 매칭 사업 현실적 보완책 ‘긍정’


정부가 인력 공백 단기 처방으로 강력히 추진 중인 시니어 의사 매칭 사업은 현실적인 보완책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정밀한 설계가 요구된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협력해 숙련된 은퇴 의사들을 지역 보건소나 지방의료원에 배치하겠다는 구상이지만, 이들의 지역 거주 및 진료 연속성 확보는 여전히 과제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시니어 의사 활용이 공보의 처우 개선 예산을 잠식하는 ‘조삼모사’식 처방으로 전락해선 안 되며, 공보의와 시니어 의사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 모델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결국 시니어 의사들에게 지급되는 고액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한 지자체 재정 부담을 정부가 얼마나 분담할 것인지가 실질적인 운영의 핵심인 셈이다. 


더 나아가 보건기관 기능을 전면 재설계하는 구조적 개혁안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구 소멸로 인해 환자 유입이 거의 없는 소규모 보건지소까지 공보의를 기계적으로 배치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거점 보건소를 중심으로 인력과 장비를 집중시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근 의정갈등 국면에서 노출된 공보의 상급종합병원 파견 문제는 공보의 제도 본질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진다. 


지역의료 최후 보루인 공보의를 중앙 정부의 정책 실패를 메우는 땜질용 인력으로 동원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하며, 파견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와 충분한 보상체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견해가 다수다. 


이는 공보의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지역 현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인 요소다. 


일각에서는 의료공백이 발생하는 취약 지역에는 비대면 진료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전문 간호인력을 활용한 방문 보건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또 공보의를 지자체 소모품처럼 여기는 행정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보건소장 의사 임용을 의무화하고, 공보의 진료 자율성을 보장하는 독립적인 운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공보의제 위기는 단편적 수치 조정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보의들은 “공보의가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고 지역 현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수적인 요소”라며 단순한 인력 확충을 넘어 공보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대대적인 제도 정비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결국 각계의 목소리를 종합하면 복무기간 파격적 단축이라는 입법적 결단 및 병사 봉급 인상에 걸맞은 경제적 보상, 시니어 의사와의 효율적 협력, 그리고 지역 보건의료체계의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맞물려 돌아가야 실효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지금처럼 부처 간 책임 떠넘기기와 지자체 예산 탓으로 골든타임을 허비한다면 지방 소멸과 함께 지역의료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공보의를 값싼 자원이 아닌 지역의료 핵심 인재로 예우하는 인식 대전환이야말로 무너지는 지역의료 안전망을 다시 세우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전망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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