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판례로 본 간호조무사 '업무범위'
간호법 제정됐지만 의료현장 혼란 가중…'진료보조 기준' 마련 시급
2025.08.08 11:32 댓글쓰기

의료계 내 직역 간 업무범위를 둘러싼 혼선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간호조무사는 현행 간호법에서 제한적인 간호 및 진료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업무범위와 한계는 명확히 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실제 업무 분담과 역할에 대한 법적 해석과 판례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간호법 제15조(舊구 의료법 제80조의2)에 따라 간호사를 보조해 간호사의 각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해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지도 아래 환자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


다수 판례에서 핵심 쟁점은 해당 업무가 의사 또는 간호사 지도 하에 이뤄졌는지 여부다.


한 예로, 간호조무사 A씨가 산통으로 내원한 임산부에게 임의로 무통주사와 수액주사를 처치하고 내진을 시행한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진료보조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주체가 돼 진료행위를 하는 데 있어 그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조력하는 것"이라며 "의사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진료행위를 하는 것은 진료보조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의사가 진료보조 행위 지도 시 불가피하게 현장에 입회하지 못할 수 있는 상황도 인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03년 한 사건에서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가 ‘진료의 보조’를 할 때 모든 행위 하나하나마다 항상 의사가 현장에 입회해 일일이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경우에 따라 의사가 진료보조 행위 현장에 입회할 필요 없이 일반적인 지도·감독을 하는 것으로 족한 경우도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의사의 현장 입회 없이 이루어진 행위가 법률상 진료보조 행위로 인정될지 여부는 개별적으로 판단된다.


이 판단에는 해당 행위의 객관적 위험성이나 부작용, 후유증 가능성, 당시 환자 상태, 그리고 간호조무사 자질과 숙련도 등 여러 사정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


특히 침습적 행위는 환자 신체에 직접적인 침투나 손상을 수반하는 만큼 안전과 환자 보호 차원에서 엄격히 제한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지난 2019년 3월 의사가 수술 중인 상황에서 갱년기 검사를 받으러 온 환자에 대해 간호조무사가 채혈을 실시했다.


이와 관련, 부산지방법원은 "채혈행위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행위로 설령 그것이 검사나 질병 진단 등을 위한 부수적인 목적에서 이뤄진다고 해도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지도 않은 채 지시만으로 가능한 업무로 볼 수 없다"며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지난해 간호조무사가 의사로부터 전화 지시를 받아 환자의 피주머니관을 재고정하는 작업을 수행한 사건에서 바늘로 신체에 침습해 매듭을 짓는 행위 자체가 진료보조 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해당 의료행위는 의사가 직접 하거나 최소한 환자 옆에서 시술 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간호조무사가 홀로 수행한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기존 1심과 2심 판결을 인정했다.


의원급 의료기관 간호조무사, '진료 보조' 범위 모호…의료현장 혼란 지속


방사선 촬영 업무가 간호조무사 업무에 포함되는지를 두고도 의료 현장과 법률적 판단 사이에서 지속적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간호법에 따라 간호사 업무에서 방사선사 등 의료기사의 업무는 원칙적으로 제외돼 있지만, 의원급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의 업무에는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한 판결에서 "의료기사 등의 업무도 본질적으로 '의료행위'인 이상 의사가 의료행위의 일환으로서 의료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다"면서 "대법원 판례를 참조할 때 '진료의 보조'에 해당한다면 의사의 지시·감독 아래 간호조무사가 의료기사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행정법원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1년간 의사의 지시로 콘빔 전산화단층영상(CBCT) 촬영 업무를 수행해 받은 보건복지부의 자격정지 1개월 15일 처분을 취소한 바 있다.


이후 항소심에서도 서울고등법원은 "간호조무사가 의사 주도 아래 전반적인 방사선 촬영을 실시했고, 이 과정을 의사 등이 지시하지 않았다고 하기엔 증거가 부족하다"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단, 의사와 간호조무사가 현장에 함께 있었더라도 간호조무사가 주도적으로 수행했다면 무면허 의료행위로 판단될 수 있다.


간호조무사 B씨는 지난 2021년 의사의 지시로 씨암(C-arm) 장치를 조작해 방사선 촬영을 수행했으나, 법정에서 헤드레버로 고정하는 작업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창원지방법원은 "당시 의사가 환자의 척추 사이에 바늘을 주입해 약물을 투여하는 시술을 하면서 주사 바늘을 잡고 있던 손을 놓고 씨암 기계를 직접 조작했다는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B씨가 주도적으로 기계를 조작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의료기사법 위반으로 의사와 간호조무사에게 각각 300만원,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지난 2020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간호조무사 진료보조 행위를 인정하는 법 조항에 대해 “간호사 취업 기회가 줄어들고, 간호사 처우가 간호조무사 수준으로 하락해 직업 선택의 자유 및 근로권, 평등권, 그리고 인간 존엄과 가치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 1월 "해당 조항은 간호조무사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 등의 지도하에 간호사 업무 중 일부만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범위를 간호사보다 좁게 설정하고 있다"며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와 동등하게 취급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헌법소원을 각하했다.


간호조무사의 진료보조 업무 범위를 둘러싼 법적·현실적 논란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조항의 불명확성으로 인해 의료 현장에서는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간호조무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직역 간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며, 이를 통해 환자 안전과 의료 서비스 질(質)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이 요구된다.

?? .


. .


15( 802) , , , .


.


, A .


2011 " " " " .


.


2003 " " " " .


, .


, , , .


.


2019 3 .


, " " " " .



1 2 .


, ' '


.


, .


" '' " " ' ' " .


1 (CBCT) 1 15 .


" , " 1 .


, .


B 2021 (C-arm) , .


" " B . 300, 700 .


2020 , , , .


1 " " " " .


, . 


, , () .

1년이 경과된 기사는 회원만 보실수 있습니다.
댓글 7
답변 글쓰기
0 / 2000
  • 감염관리는 되니? 08.29 06:59
    의원 합동실사 나가면 가관도 아닐거다ㅋㅋㅋ
  • 이경덕 08.22 07:15
    좋은 자료입니다
  • 지나가는이 08.11 00:44
    '의사의 지시·감독 아래'가 만능키. 그냥 싼 인력을 쓰려는 거지.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라며.
  • 궁금한 시민 08.09 13:14
    대체 그애매한 직업은 왜있는지?
  • 의료인 08.08 18:56
    진료보조 범위가 이처럼 모호하니, 현장이 혼란스러운 겁니다.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 국민 08.08 18:45
    의료인인지 아닌지 헷갈리는 상황이 제일 불안합니다.
  • 나그네 08.08 12:24
    간호조무사의 의료행위를 제한해야 한다. 겨우 1년 간호조무사 학원에서 공부한 것으로 간호사와 동등한 취급을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법을 개정하여 의원급 의료기관이라도 간호사를 채용하게 하여야 하고 명칭에 걸맞게 간호조무사는 의사가 아닌 간호사를 도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업무의 일부행위만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그것이 체계상 맞는 것이다.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