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9일부터 응급실 운영난을 겪는 의료기관에 군의관 및 공중보건의 235명을 순차적으로 추가 파견하는 가운데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실효성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의료계가 주장하는 응급실의 의료사고 발생 책임소재는 물론 관련 경험 및 전문성 부족 등 다방면의 문제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군의관 250명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8명에 불과해 파견 실효성 역시 의심받고 있어 환자들과 의료계를 설득하기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9일 응급의학과의사회 및 의료계는 오는 16일부터 추석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혼란이 최대치에 달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의료계는 의대정원 재검토 등 상황을 반전할 정부 결단을 촉구하는 분위기다.
응급의학과의사회 비대위는 ”응급의료 대책들이 현장과 아무런 상의와 교감없이 이뤄져 실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며 "지난 6개월과 마찬가지로 군의관 파견도 현장을 외면한 정책으로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힐난했다.
추석 이전 응급실 위기론 촉각
응급의학과의사회 비대위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수도권 응급실의 경우 97%가 추석을 위기 혹은 심각한 위기로 인식했고 비수도권의 경우도 94%로 조사됐다.
현장에서 느끼는 응급실 위기론은 더욱 크게 다가오는 분위기다.
또 최근 진행됐던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교수 217명에게 파견 군의관, 공보의가 진료 부담 해소에 도움이 됐는지를 조사한 결과, 0.9%만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고 31.8%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앞서 정부는 이대목동병원 3명, 아주대병원 3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5명 등 의료기관 5곳에 군의관 15명을 파견했다. 이들 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이대목동병원 1명, 아주대병원 2명, 세종충남대병원 2명, 충북대병원 2명, 강원대병원 1명이다.
하지만 파견 군의관 중 일부는 현장 경험 부족 등을 이유로 복귀를 요청하거나 응급실 근무를 거부한 사례가 대다수다. 이에 추가 파견되는 군의관도 응급실 진료를 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실제 충북대병원은 이날 추가 투입된 군의관 3명도 응급실이 아닌 타 부서로 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이날 군의관 5명을 추가로 받기로 했지만 군부대로부터 파견 취소 통보를 받는 등 인력 투입이 무산됐다.
법적 리스크 여전 추가부담 촉각
군의관들이 업무를 지속해도 의료사고에 대한 부담으로 소극적 진료에 임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정부는 공보의와 군의관 과실에 의해 배상책임이 발생한 경우 해당 의료기관에서 책임을 부담토록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단체보험에 가입한 바 있다.
청구당 2억원까지 보상 가능토록 계약했지만, 파견 인력 과실에 의한 배상책임 발생 시 의료기관에서 자기부담금 2000만원을 부담토록 한 대목은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복지부는 국방부와 군의관 배치에 대해 협의할 예정으로 업무범위 등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의료기관과 원활하게 업무 조정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입장이지만 회의적 시각이 대다수다.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가 추가 파견한 군의관 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다수"라며 "비상대응체계가 아닌 응급실 정상 운영을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