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성 담낭염 환자 치료에서 수술이 불가능한 고위험군을 위한 대안으로 ‘초음파내시경 유도하 경벽배액술(EUS-GBD)’이 주목받고 있다. 최신 전용 스텐트 도입과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 접근성도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다.

“EUS-GBD, 기존 한계 넘어선 새로운 옵션…환자 삶의 질 개선 기여”

담낭염은 담낭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담석이 담즙 배출을 막으면서 생긴다.

담즙이 쌓여 담낭 내부 압력이 급격히 상승하면 우상복부 통증, 발열, 구토 등을 동반하고 심한 경우 패혈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담낭염 표준 치료는 복강경 담낭절제술이지만 고령 환자나 심장·폐질환 등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전신마취 자체가 큰 부담이다.

이때 대안으로 시행돼 온 방법이 경피경관 담낭 배액술(PT-GBD)이다. 이 시술은 피부를 뚫어 배액관을 삽입해 담즙을 배출하는 방식으로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하지만 환자가 외부 배액관을 장기간 달고 있어야 해 통증과 불편감이 크고 담낭염 재발 위험도 높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고령 환자는 배액관이 빠지거나 요양원 입소가 거부되는 사례가 보고돼 환자·보호자 모두에게 부담이 컸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목받는 것이 초음파내시경 유도하 경벽배액술(EUS-GBD)이다.

EUS-GBD는 PT-GBD와 달리 위나 십이지장에서 내시경 초음파로 담낭을 직접 천자한 뒤 스텐트를 삽입해 담즙을 배출하는 방식이다.

외부 배액관이 필요 없어 환자 불편이 크게 줄고, 피부 밖으로 노출되는 관이 없으므로 감염 위험도 낮다.

또 직경이 넓은 스텐트를 통해 내시경이 담낭 내부까지 진입할 수 있어 필요 시 담석 제거까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남은 담석으로 인한 재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어 치료 효과를 높인다.

특히 절차를 단순화해 시술 시간을 단축시키고, 환자 상태가 불안정한 응급 상황에서도 신속한 처치가 가능하다. 그만큼 합병증 위험이 줄고 환자의 회복 속도와 입원 기간 단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고성우 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낭 절제술이 여전히 확실한 치료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고령 환자나 기저질환으로 수술이 부담스러운 경우 EUS-GBD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상 경험과 연구로 치료 효과 입증, 재발률·합병증 대폭 감소”

고 교수는 국내에서 EUS-GBD를 가장 활발히 시행하는 의료진 중 한 명이다. 그는 2020년 은평성모병원에 부임한 이후 현재까지 담낭 관련 시술만 80건 이상, 췌장 가성낭종 등을 포함하면 100건 이상 집도했다.

고 교수는 “모든 환자에서 담낭염이 호전됐고 재발 사례도 없었다”며 “특히 외부 배액관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환자와 보호자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요양원 환자들은 PT-GBD로는 입소가 어려웠으나 EUS-GBD 치료 후 원래 시설로 복귀할 수 있었던 사례도 보고됐다.

국제 연구 결과도 긍정적이다. EUS-GBD는 PT-GBD 대비 30일 이후 재시술률을 91%, 30일 내 합병증 발생률을 73% 줄였으며, 담낭염 재발률과 계획되지 않은 재입원율도 각각 87%, 69% 감소했다. 이 같은 장점때문에 미국·유럽·일본 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는 PT-GBD 대신 EUS-GBD를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 EUS-GBD 확산에는 전용기기 개발도 큰 역할을 했다.

고 교수가 사용 중인 보스톤사이언티픽 ‘핫 엑시오스(Hot AXIOS)’ 스텐트는 전기소작 기능이 내장돼 있어 의사가 단독으로 시술할 수 있고, 담낭과 위·십이지장을 빠르게 연결할 수 있다.

시술 시간도 기존 대비 대폭 줄어 의료진 부담도 크게 감소했다.

이 기기는 2023년 8월 미국 FDA, 2024년 4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담낭 적응증에 대해 허가를 받았으며 현재는 15×15mm 모델을 제외하고 사용 가능하다.

“미국·유럽학회는 진료지침에 권고 치료 반영”

무엇보다 올해 1월부터 건강보험 적용이 이뤄지면서 환자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고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유럽학회 진료지침에 권고 치료로 반영돼 있고 국내에서도 빠른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특히 비용 장벽이 사라지면서 환자들이 설명만으로도 시술에 동의할 정도로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특히 고 교수는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환자와 보호자 선택권을 넓힌 성과로 의미가 크다”며 “환자와 보호자들이 이러한 치료 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소화기내과 전문의와 적극 상담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고 교수는 끝으로 환자들에게 담석 예방과 관리에 대한 조언도 건넸다.

그는 “담석 발생 자체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지만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복부초음파로 크기와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고지방 식사·비만·불규칙한 생활습관이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만큼 식습관 관리와 규칙적인 생활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