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병원에 이어 중소병원까지 사회복지사 채용 의무화가 추진되면서 일선 병원들이 우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의료와 복지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인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인력 배치 의무화는 일선 중소병원들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최근 종합병원 및 일정 규모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에 사회복지사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의료법은 종합병원에 1명 이상 사회복지사를 배치토록 하고 있지만 중소병원까지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게 개정안 골자다.

남 의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사회복지사 미배치 종합병원이 18%에 달하고 1인당 담당 환자수는 최대 813명에 이르는 등 의료기관 내 사회복지사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의료기관의 사회복지사 배치 기준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의료와 복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인순 의원은 3년 전에도 동일한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8월 생활고로 목숨을 끊은 수원 세 모녀 사건에서 필요성을 느껴 지속적인 입법을 시도 중이다.

병원계 반발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지난 21대 국회에서 자동폐기 됐던 법안이 이번 22대 국회에서 재추진 되면서 병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금도 의료법에 다양한 직종의 정원 기준이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의무 채용 직종이 추가될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의료법 제38조에는 △약사 △영양사 △의료기사 △보건의료정보관리사 △간호조무사  △시설 안전관리 담당 당직근무자 등 의무 배치기준이 명시돼 있다.

사회복지사의 경우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에 한정돼 있었지만 의무 채용 대상이 확대될 경우 중소병원 입장에서는 새로운 직종의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채용 의무화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적잖다. 그동안에도 종합병원에 배치된 사회복지사 수가 너무 적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종합병원 중 사회복지사가 배치된 곳은 306개소이며, 66개소가 미배치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합병원에 배치된 사회복지사 1인당 평균 환자수는 140.7명이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은 1인당 평균 담당하게 되는 환자 수가 최대 813.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복지사가 배치된 병원 중 40%가 1명에 그쳤고, 2명 배치(56개소), 3명 배치(29개소), 4명 배치(22개소), 5명배치(19개소), 6명 배치(19개소) 등이었다.

이는 사회복지사 배치기준이 명확치 않고, 처벌 수준도 미약해 일선 병원들이 인력 채용에 미온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때문에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사회복지사의 배치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필요한 인력 충원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중소병원 원장은 “무조건인 인력 채용 의무화로는 병원 내 사회복지 기능의 원활한 정착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합당한 기준과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의무적으로 의료사회복지사를 배치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국가가 그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