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때도 없는 평가·인증 병원계 '힘들다'
2000년 이후 급증…의료기관들 '부담 가중' 호소
2012.11.18 20:00 댓글쓰기

정부 주도의 각종 평가와 인증이 이어지면서 일선 병원들이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취지는 공감하지만 평가 자체에 대한 부담은 감내가 어려울 정도라고 볼멘소리다.

 

병원들의 이러한 고충은 현재 시행되고 있거나 향후 시행 예정인 평가·인증 현황을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의료기관을 상대로 시행되고 있는 평가·인증은 총 11개에 달하고 향후 5개가 더 예정돼 있는 상황이다.

 

먼저 평가만을 놓고 보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받기 위한 상급종합병원평가를 비롯해 응급의료기관평가, 정신과의원평가, 공공병원운영평가, 산재의료기관평가, 건강검진기관평가, 암검진기관평가, 완화의료전문기관평가 등이 시행중이다.

 

이들 평가 대부분은 해당 의료기관 자격 취득이나 유지를 위한 것으로, 병원들은 시설, 인력, 의료의 질 등 기준 충족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야 한다.

 

별도의 준비를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일선 병원들이 상당히 예민해 하는 평가 중 하나가 바로 요양급여적정성평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시행중인 이 평가는 질병, 수술, 약 등의 항목을 나눠 전국 의료기관들의 진료성적을 공개하는 만큼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실제 요양급여적성성평가 세부 항목에는 △고혈압 △급성기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당뇨병 △혈액투석 등 질병에 관한 각 의료기관의 성적은 물론 △관상동맥우회술 △수술별 진료량 △암수술사망률 △제왕절개 분만률 등 수술실적도 공개된다.

 

인증에 대한 부담도 만만찮다. 물론 2000년대 중반까지 의무시행되던 의료기관평가가 자율인증으로 전환되기는 했지만 구속력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상급종합병원, 종합병원 등은 의료기관인증이 자격 취득 필수요소로 규정돼 있고 요양병원이나 정신병원 등은 당장 내년부터 전체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치과병원과 한방병원 등도 조만간 인증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이처럼 평가·인증이 봇물을 이루면서 일선 의료기관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1년에도 수 차례 평가를 받아야 하는 병원들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적잖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요양급여적정성평가의 경우 ‘의료기관 줄세우기’ 우려가 팽배하다. 결과 발표 후에 내부적인 충격파도 적잖다는 지적이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평가를 준비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결과에 따라 직원들의 동요가 가장 우려스럽다”며 “정부가 적정 보상체계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병원들을 너무 쥐어짜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고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요즘은 어느 분야이든 평가와 인증을 통한 질 향상 유도가 주요 정책방향”이라며 “더욱이 생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은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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