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부정수급을 막을 책임 소재를 두고 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과 의료계가 마찰을 빚고 있다.
공단이 오는 7월부터 건강보험 무자격자 또는 일부 급여제한자에 대해 요양기관의 자격여부 확인을 의무화하면서 반발이 커지는 모습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늘고 진료목적으로 방한하는 해외동포가 증가하면서 의료현장에서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거나 자격을 상실한 무자격자가 다른 가입자의 건강보험증을 빌려 부정 사용하는 일이 빈번한 실정이다.
실제 건강보험 자격상실 후에 무자격자가 건강보험 부당수급을 한 경우는 2011년부터 최근 3년 동안 24만명에 약 220억원에 달한다.
보험료를 6차례 이상 미납해 급여가 제한된 가입자 164만명이 2006년부터 2013년 12월말까지 부당 수급한 진료혜택 비용도 3조8천억원에 이르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공단은 “건강보험 무자격자 및 급여제한자 사후관리에 문제점이 있기에 사전관리체계로 바꾸겠다”며 부정수급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이들의 명단을 진료프로그램 등을 통해 요양기관에 제공, 진료 전에 환자의 자격여부를 확인해 진료비를 각각 비급여 혹은 전액 본인부담으로 처리토록 해 급여제한자를 사전에 관리하겠다는 복안이다.
실제 공단은 홈페이지 ‘요양기관 정보마당’ 코너에 ‘수진자 자격조회 서비스’를 제공해 의료기관이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를 실시간으로 확인토록 했다.
공단 관계자는 “수진자의 건강보험 자격을 확인해 요양급여를 사전에 제한하는 방식으로 전환, 요양기관이 무자격자나 급여제한자를 진료하고 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할 경우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醫 "공단 업무, 요양기관에 떠넘기기" 반발
이 같은 공단 방침에 의료계는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상 가입자 관리는 건보공단의 기본 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료기관에 떠넘긴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실제 국민건강보험법 제14조는 가입자 및 피부양자 관리의 일차적 책임과 의무는 공단에 있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계는 “무자격자와 급여제한자에게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와 불가피하게 본인부담금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를 납득하지 못하는 환자와의 마찰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과 환자 사이의 신뢰관계가 깨짐으로써 자칫 환자 진료에도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의원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공단의 이번 조치는 요양기관에 책임 떠넘기기 및 공단의 자기정체성 부정으로 규정한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병원협회도 “환자가 알려주는 주민등록번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요양기관이 사전에 부당진료를 막기는 어렵다”며 “공단의 책임과 의무를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