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연군발두통, 군발두통보다 훨씬 오래 고통'
손종희 교수팀 '군발두통 진단기준, 환자 증상 등 충분한 반영 안돼'
2019.08.27 15:21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군발두통 진단기준 가운데 한가지를 충족하지 못해 '개연군발두통' 진단을 받은 환자가 군발두통 환자보다 더 오랜시간 두통 발작 등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군발두통은 자살두통이라고 불릴 만큼 통증이 심각한 질환이다. 출산 고통보다 더 극심한 두통이 하루에 수차례 반복되며, 극심한 두통에 눈물, 콧물까지 나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국제두통학회는 한쪽 눈 혹은 관자놀이 부위에 심한 통증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15~180분 동안 지속되거나, 두통이 하루 여덟 번 정도의 빈도를 보이는 등 증상이 최소 5회 이상 발생한 경우 군발두통으로 진단하고 있다.

개연군발두통은 군발두통 진단기준에서 발작 횟수가 부족하거나, 횟수는 충족돼도 나머지 다른 진단기준 1개를 충족하지 못할 때 진단 내린다.
 

한림대춘천성심병원 신경과 손종희 교수 연구팀은 '한국 군발두통 레지스트리(Korea Cluster Headache Registry) 데이터'를 이용해 2016년 8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전국 15개 병원에서 군발두통으로 진료받은 환자 159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12.6%(20명)가 개연군발두통 환자였으며, 이들은 군발두통 환자보다 더 오랜 시간 두통발작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두통발작 지속시간을 비교해보면 군발두통 환자군(139명)에서 94.3분(±52.9)인 반면 한 가지 증상기준이 부족한 개연군발두통 환자군(20명)에서는 163분(±164)으로 1.7배나 더 길었다.

개연군발두통 환자들이 군발두통 환자보다 평균 69분 더 두통발작을 겪었다는 것이다(p=0.078). 일부 개연군발두통 환자는 두통발작이 최대 600분까지 지속됐다.


또 개연군발두통 환자들은 군발두통 환자들이 겪는 증상과 고통 정도가 다르지 않았다.

두통으로 인한 영향을 평가하는 HIT-6(Headache Impact Test-6) 검사에서 군발두통과 개연군발두통은 각각 68.1(±7.7), 63.9(±11.2)로 점수 평균값은 큰 차이가 없었다(p=0.117).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국제두통학회가 제시해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군발두통 진단기준이 국내 군발두통환자 증상과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연군발두통 환자 20명 가운데 37%(6명)는 '군발두통 진단기준'인 두통 지속시간 15~180분보다 더 긴 시간 두통 발작을 겪었다는 이유로 군발두통 전(前) 단계인 개연군발두통 진단을 받았다.


현재 국제두통학회는 군발두통 진단기준을 아래 세 가지 항목(B-D)을 만족하는 두통이 최소 5회 이상 발생한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손종희 교수는 "개연군발두통은 현재 두통 진단·분류에서 군발두통의 진단 기준을 맞추지 못했지만, 두 질환은 임상양상, 동반질환, 삶에 미치는 영향 등이 유의미한 차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형적인 군발두통 기준에 충족되지 않아서 제때 정확하게 진단을 못 받거나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개연군발두통은 방치하면 군발두통으로 진행될 수 있고 군발두통 환자가 느끼는 삶의 고통과 유사하기 때문에 진단·치료·지속적인 관리가 군발두통과 동일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뉴롤로지(Frontiers in Neurology)'에 게재됐다.



댓글 0
답변 글쓰기
0 / 2000
메디라이프 + More
e-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