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면역체계가 외부 침입자에 맞서 싸우면서도 자기 몸을 공격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면역 관용(immune tolerance)’ 핵심 기전을 밝혀냈다”며 “류마티스관절염, 1형 당뇨병 등 자가면역질환부터 암·장기이식 거부반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 업적”이라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면역 평화유지군 발견”…질병 정의 자체 바꾼 새로운 발견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수상을 두고 “기초의학이 임상의학을 근본적으로 바꾼 대표적 사례”라고 입을 모았다.

이주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조절 T세포와 FOXP3 유전자 발견은 자가면역질환을 단순한 ‘면역계 오작동’이 아니라 ‘평화유지군 부족 또는 기능 장애’로 재정의하게 했다”며 “과거에는 전신 면역억제제를 사용했지만, 이제는 조절 T세포를 직접 증강하거나 이식해 질환의 근본 원인을 조절할 수 있는 정밀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100만 명당 1명 미만 희귀질환인 IPEX 증후군 연구가 오히려 류마티스관절염, 1형 당뇨병 등 흔한 질환의 병인을 밝히는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면서 “기초연구가 임상적 돌파구로 이어진 탁월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면역 억제 아닌 면역 균형 회복으로 전환”

주지현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이번 노벨상은 자가면역질환이 단순히 면역 과잉이 아니라 ‘면역 브레이크가 고장 난 상태’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며 “이후 전 세계 자가면역 연구는 ‘면역 억제’ 중심에서 ‘면역 균형 회복’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조절 T세포는 면역계 과잉 공격을 제어하는 ‘평화유지군’이자, 면역체계 자정능력을 상징한다”며 “이제는 이를 조절하는 치료 전략이 자가면역질환뿐 아니라 암, 이식의학까지 확장되고 있다”고 밝혔다.

“조절 T세포, 인류 면역질환 치료 새 패러다임 제시”

기초연구 성과는 이미 차세대 치료법으로 이어지고 있다.

환자 본인 조절 T세포를 체외에서 증식시켜 다시 주입하거나, 특정 항원에만 반응토록 유전공학적으로 조작한 ‘CAR-Treg 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이 루푸스, 제1형 당뇨병, 장기이식 거부반응 등을 대상으로 전 세계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제갈동욱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CAR-Treg 세포치료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며 “이번 노벨상은 기초 연구가 실제 환자 치료 희망으로 이어지는 모범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완욱 류마티스내과 교수(가톨릭대학교 의생명산업연구원장)는 “2018년 면역관문억제제 연구가 면역 ‘가속페달’을 밝힌 연구였다면, 올해 수상은 ‘면역 브레이크’를 이해한 쌍벽을 이룬 성과”라며 “면역 활성과 관용의 균형이 인류 건강 본질임을 일깨워주는 상징적 수상”이라고 밝혔다.

이번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학의 오랜 수수께끼를 푼 발견이자, 기초의학이 환자 곁으로 다가온 순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의료진들은 “세 수상자 연구는 면역계 조화와 균형이라는 보편적 원리를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며 “이제는 조절 T세포가 인류 면역질환 치료 패러다임을 새롭게 쓸 차례”라고 입을 모았다.